말로 표현되는 니즈는 5%에 불과

시장조사의 정확도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하게 알고 싶어 한다. 따라서 우리들에게는 미래 예측에 대한 강한 니즈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예측력은 엄청난 고부가가치의 역량인 셈이다.오늘날 기업 경영은 흔히 불확실성과의 싸움으로 비유된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신제품의 70%가 실패한다고 한다.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한 신제품이 매장에 전시한 지 3개월이 지나면 먼지가 쌓여 사라지는 것이다. 신문에는 한 방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더 많지만 실제로는 실패한 사례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그러면 성공이란 무엇일까. 어떤 상품이 성공했다는 것은 최고 품질의 상품이 아니라 가장 많이 선택받은 상품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대표가 궁극적으로 알아야 하는 진실은 고객 만족이 아니라 시장에서 고객이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것인지 여부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기업의 모든 활동-신제품 개발, 광고, 디자인, 가격 책정, 기능 추가-은 고객으로 하여금 자기 회사 상품을 선택하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사람은 성장하면서 독특한 경험과 니즈를 형성하기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도 가지각색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고객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럴드 잘트먼(Gerald Zaltman) 교수는 “말로 표현되는 니즈는 5%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말은 사람이 언어로 자신의 니즈를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가 5%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나머지 95% 니즈는 고객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객들의 숨겨진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막대한 투자를 통해 개발한 상품과 브랜드가 허무하게 실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조사라는 비즈니스가 성업 중이다. 하지만 누구나 시장조사를 통해 성공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어떤 회사가 망하겠는가. 자기 자신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잘 모르는데,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붙들고 물어본다면 자신의 니즈를 알려 줄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시장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상품 중에 기발한 상품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워크맨이 그렇고, 아이팟이 그렇고, 신용카드, 포스트잇이 그 증거다. 마케팅 업계에서 흔히 “현대사회에는 거짓말과 악의적인 거짓말, 그리고 시장조사가 존재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바로 시장조사에 대한 냉소를 표현한 말이다.시장조사의 가장 흔한 방식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붙들고 어떤 신용카드를 선호하는지 꼬치꼬치 캐묻는 식의 설문 조사다. 이 같은 단순 질문으로 정확한 니즈를 파악한다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대답이 빤하기 때문이다. 아마 연회비가 없고, 주유 할인을 많이 해 주고, 포인트 많이 적립해 주는 카드라고 빤한 대답만 할 것이다. 보다 직설적으로 ‘가격이 얼마면 구매하겠습니까’라고 질문해 어떤 사람이 1000원이라고 대답했다고 가정할 때 실제로 1000원에 판매하면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질까. 이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 매장에서 경쟁사가 제품을 더 싸게 팔고 있다면 고객의 행동은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 같은 단순 질문 방식의 허점을 극복하려면 고객의 실제 행동(선택)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조사 대상자를 며칠 동안 쫓아다니면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본 후 그 같은 행동을 보이게 된 숨겨진 니즈를 분석하는 것이다. 요는 조사 대상자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신뢰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단점이 있으니 일일이 쫓아다니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첨단 정보기술(IT)은 행동 관찰의 단점인 비용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실제 고객의 선택 환경을 그대로 시뮬레이션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조사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면서도 고비용의 단점을 해결하는 것이다.결론적으로 시장조사의 정확도는 가급적 고객의 실제 소비 행동을 관찰할 때 담보될 수 있다. 특히 소비 행동의 관찰은 자사 제품과 경쟁 제품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실제 시장에서 어떤 선택이 일어나는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에는 고객의 선택을 관찰한 결과를 살펴보기로 한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 thechoice.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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