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까지 얼마나 가깝고 편리한가’

집값 결정 요인-교통

주택은 각 가정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이 때문에 사회에 나와 열심히 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내 집을 마련하는 일련의 활동이 하나의 공식처럼 진행되곤 한다. 그런데 애써 모은 소중한 재산으로 내 집을 마련했지만 몇 년 후 다른 집은 모두 값이 올랐는데 내 집만 제자리라면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택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대상이고 그동안 마음 편히 잘 살았으니 괜찮다고 혼자 자위해 보지만 돌아서면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이런 집값의 차별화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투기꾼들은 왜 다른 지역의 집들은 비싸게 사주면서 우리 집만 외면하는 것일까.문제를 정부 정책이나 투기꾼 등 외부에서 찾는다면 당신은 다음번 집을 살 때도 남들보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 가치가 있는 내 집 마련이란 사람들의 수요가 많은 곳에 집을 사는 것이다. 서로가 내 집을 사려고 아우성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면 향후 내가 집을 팔 때 그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이 있을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이 집을 살 때 어떤 요소를 중점으로 보는지 생각해 보라.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그 첫 번째 요소는 바로 교통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5년 2462만 명이었던 지방 인구가 20년이 지난 2005년에는 20만 명이 줄어든 2442만 명에 그쳐 1%의 감소를 보이고 있다. 반면 1580만 명이었던 수도권 인구는 2005년에는 2262만 명으로 20년 동안 43%나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지방 사람들은 아이를 적게 낳고 수도권 사람들만 아이를 많이 낳아서 인구가 증가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방의 인구가 줄어드는 대신 수도권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자연 증가가 아니라 지방으로부터의 인구 유입 때문이다.그러면 왜 공기 좋고 물 좋은 고향 산천을 등 뒤로 하고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드는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자리 때문이다. 수도권의 자연환경이 지방보다 월등해 사람들이 수도권에 살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지의 가치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교통을 꼽는 것이다. 정확히는 일자리가 있는 곳까지의 교통이 얼마나 편리한지에 따라 입지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그런데 직장이 한군데만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어떤 사람은 집 앞 슈퍼마켓이 직장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직장의 위치가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직장의 위치가 많이 몰려 있는 곳을 찾아 보니 서울의 경우 보통 세 군데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그 첫 번째 업무 중심지가 강북 도심이다. 태평로나 을지로 등 시청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업무 중심지다. 두 번째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하는 영등포구 일대다. 세 번째는 강남 테헤란로 주변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강북 도심(종로구 및 중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는 3042개이며 영등포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는 2098개이고, 강남권(강남구 및 서초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는 5488개다. 문제는 최근 삼성그룹의 강남 이전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강남권에 회사들이 많이 몰려 있기도 하지만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인구의 37.0%가 서울 강남권으로, 17.7%가 강북권으로 출퇴근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는 점점 벌어져 2002년 대비 2006년까지 4년간 강북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는 21% 정도 늘어난데 비해 강남권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수는 78%나 늘어났다고 한다. 업무 중심지로서의 강남의 입지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면 강남권에 직장 수가 늘어나는 것과 집값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연봉이 2000만 원인 신입 사원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하루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곳에 살다가 왕복 1시간이 걸리는 곳으로 이사하려고 이것저것 따져 보았다. 하루에 두 시간씩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므로 이를 연봉 개념으로 환산하면 500만 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하루에 8시간씩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연봉이 2000만 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시간 절약분이 매일 두 시간씩이니까 시간 절약분은 500만 원에 해당하는 것이다.다시 말해 출퇴근하는데 매일 두 시간씩 허비하지 않고 그 시간에 회사에서 야근을 두 시간씩 더 하거나 다른 생산적인 일에 투입한다면 500만 원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전세금으로 환산하면 이자율에 따라 다르지만 대출이자 8%로 계산하면 6250만 원에 해당한다. 즉, 현재 살고 있는 전세가가 1억 원인데 직장 근처에 있는 주택의 전세 값이 1억5000만 원이라면 이사를 가는 것이 약간 이익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정도의 차이라면 고민할 것이다.그러면 같은 회사에 다니는 연봉 8000만 원을 받는 부장의 경우를 살펴보자. 직장 근처로 이사했을 때 이 부장이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을 같은 계산 방법을 적용해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2000만 원에 이르고 전세금으로 한산하면 2억5000만 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직장에서 왕복 세 시간 떨어진 곳에 싸게 전세를 사는 것보다 직장에서 한 시간 떨어진 곳에서 사는 것이 전세금을 1억 원 정도 더 주더라도 크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위의 계산에서 보았듯이 연봉이 많을수록 시간 절약분의 가치가 높아지므로 직장이 가까운 곳의 전세가나 집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뉴욕 맨해튼의 집값이 왜 그리 비싸고 서울 강남의 집값이 비싼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아무리 교통이 좋다고 하더라도 비싼 집값이나 전세를 내고 강남에 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일까. 강남에 가까운 곳에 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서초나 송파 등 업무 중심지인 강남에서 가까운 곳은 모두 집값이나 전세가가 비싸다는데 문제가 있다. 아기곰이 강남과 가까운 데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는 것은 물리적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적 거리를 말하는 것이다. 강남과 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더라도 산이 가로막혀 두세 시간 걸린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소 강남과 거리가 떨어져 있더라도 업무 중심지로서 강남의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그 대표적인 곳이 9호선 개통 지역이다. 오는 5월이면 지하철 9호선은 강서구 개화동에서 여의도를 거쳐 강남구 교보타워 네거리 ‘신논현역’까지 연결되는 1단계 25km, 25개 역이 먼저 개통된다. 9호선이 개통되면 김포공항역에서 신논현역까지 28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교통이 불편했던 강서 지역의 교통 문제가 크게 개선되는 것이다.이러한 호재는 집값에도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하반기 집값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평균 집값이 1.1% 하락한 것에 비해 강서구는 0.3%, 영등포구는 0.5%, 동작구는 0.5%가 하락하는데 그쳐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의 영향권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있다.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가격만 놓고 보면 그 차이는 더 실감할 수 있다.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이 2008년 하반기 동안 2.5% 하락한 것에 비해 강서구는 0.5%, 영등포구는 0.4%, 동작구는 1.3%가 하락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전세 시장도 9호선 개통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강세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강세는 9호선이 개통된 후인 올가을 시장에서부터 나타날 것이다. 9호선 개통 예정 지역의 예를 보듯 교통은 입지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신간 ‘부동산 비타민’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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