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마음 읽기

국내 백화점 명품 매장이 일본 관광객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한 백화점 명품관의 경우 지난 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고,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구입하는 명품 가방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엔고 현상에 따라 똑같은 명품 브랜드 제품 가격이 일본보다 한국에서 30% 이상 저렴하다는 사실에 그 이유가 있었다. 원하는 제품 쇼핑도 하고 차액으로 해외 관광도 즐길 수 있으니 일본 소비자에게 한국으로의 여행은 얼마나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일인가.국내 소비 행태도 생활 패턴,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 운영하는 온라인 몰 매출은 오프라인 성장세에 비해 매년 크게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같은 제품 구매가 가능한데다 전국적인 배송 서비스도 더해지기 때문이다. 한 쇼핑몰은 한발 더 나아가 맞벌이 부부와 싱글족을 위해 오후 10시까지 가능한 맞춤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시간도 아끼고 차량 운행도 줄이고 제품까지 믿을 수 있으니 이용 고객 증가는 당연하다.요즘 같은 경제 상황이라면 이왕 살 물건, 더 저렴한 비용과 거기에 더해 좋은 서비스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 당연한 고객의 마음일 것이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도 이와 유사하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 소유자라면 매년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의무 보험이다. 무사고 장기 운전자로서는 매년 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대비 평균 15% 정도 저렴한 보험료는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2001년 말 온라인보험이 처음 시장에 소개됐을 때만 해도 시장점유율은 0.7%에 불과했다. 이후 저렴한 가격과 함께 오프라인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온라인 자동차보험에 대한 고객들의 선택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18%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더니 경제 상황으로 인한 합리적 소비까지 더해져 조만간 점유율이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국내 자동차 약 5대 중 1대는 온라인 보험 가입 차량인 셈이다. 또한 20~30대의 전유물로 여겼던 온라인 보험 가입자가 40~50대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하지만 온라인 자동차보험이 가격으로만 고객을 설득하려고 했다면 이렇듯 가파른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 가격적인 매력으로 고객에게 1차 만족은 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분명 그 이상의 무엇을 원하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고객 요청 시 10분 내에 전국 600여 개 지정 정비 업체에서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서비스를 전면 실시하고 있다. 결과는 재가입 증대와 입소문에 따른 신규 가입자의 지속적인 유입이었다.여기에 또 하나, 백화점 등의 매출 증대 사례와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쌓아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일본 쇼핑객들이 현지가 아닌 한국에서 비싼 명품을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한국 내 백화점, 매장들이 믿을 수 있는 진품을 판매한다는 신뢰를 심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평소 오프라인 마트를 통해 믿을 수 있는 물건을 구매한 경험이 있던 소비자이기에, 인터넷 몰에서 거리낌 없이 결제가 가능했을 것이다. 긴급 출동 한 번에 감동 받은 자동차보험 가입자라면 가격 그 이상의 서비스에 재가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현대사회에서 고객의 수준과 눈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많은 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하며, 선택은 어렵지만 버림에 대한 결정은 빨라지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한몫 더해 그 선택과 버림이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그들의 마음을 읽고 굳건한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 더욱 중요하리라고 생각된다.현대하이카다이렉트 사장약력: 1952년 서울 출생. 78년 고려대 졸업. 78년 현대건설 입사. 99년 현대해상 이사. 2004년 전무. 2005년 12월 현대하이카다이렉트 대표이사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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