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운동 습관은 몸을 망칩니다’

운동 치료 전문가 한동길

“자기 몸매를 멋지게 가꾸는 것은 트레이너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어느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함께 출연한 다른 트레이너들 중 젊고 잘생긴 한 트레이너가 던진 그 말에 한동길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트레이너는 자기 몸매를 가꾸는 직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조언해 주는 사람이다.근육이 탄탄하다고 건강할까. 그는 절대 아니라고 자신한다.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 운동을 하다 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클 수도 있다. 몸짱 열풍이 가져다준 잘못된 운동 습관이 오히려 사람들의 건강을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신이 알려준 동작이 어떤 사람에겐 더없이 유용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겐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 가진 전문적인 지식을 독으로 활용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예를 들어 허리 디스크가 있는 사람이 뱃살을 빼려는 목적으로 무조건 윗몸일으키기 동작을 반복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복근 운동에 무조건 허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하체를 움직이지 않고 상체에 힘을 가하면 복근에 힘이 들어가서 운동이 되거든요. 앉은 자세에서 양팔을 앞으로 뻗어 깍지를 끼고 있을 때 깍지 낀 손에 누군가 한쪽으로 압력을 가하게 해보세요. 뻗은 팔을 움직이지 않기 위해 배에 힘을 줄 수밖에 없어요. 이런 동작은 디스크 환자에게도 무리가 가지 않고 복근 근육을 단련시키죠.”손꼽히는 운동 치료 전문가이자 국내에서는 드물게 수많은 해외 라이선스까지 취득한 한동길 씨는 지금 또다시 박사과정을 밟아가며 학문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미 예전부터 좋은 조건에 교수직을 제의해 오는 곳도 있었지만 모두 고사했다.수영 선수로 활약하던 그가 단국대에서 운동처방학을 전공하게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다행히 고비는 넘겼지만 왼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걸을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선수 생활은 고사하고 걷지도 못하게 된 장애인으로의 삶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는 보조기를 끼면 걸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주저앉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무조건 운동에 매달렸다. 혹독하게 스스로를 채근했지만 정상인과 다른 신체 조건으로 정상인과 같은 운동만을 고집했던 것이 오히려 화근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방법으로, 아킬레스건이 아닌 다리 앞쪽 근육을 사용해 걸을 수는 있게 됐지만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운동법을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근육이 엉뚱한 방향으로 발달해 몸에 심각한 무리가 찾아왔다. 뒤늦게 사태를 깨달은 그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졸업 후에도 그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을 공부하고 다시 연세대 물리치료학과에 입학, 물리치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지금까지도 국내에서는 물리치료라고 하면 그저 침대에 누워 전기 치료 등을 받는 게 전부라고 인식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물리치료사가 의사처럼 개업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전문적이고 치료 방법도 체계화돼 있죠. 손상된 근육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침대에 누워서 받는 수동적인 치료보다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근육을 발달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그가 전공을 바꿔가며 대학을 두 번이나 거치고 또다시 석사학위를 두 개나 취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내에서는 운동 치료 분야에서 그만큼 폭넓고 체계화된 공부를 한 사람도 드물건만 그는 굳이 ‘운동치료사’라는 말 대신 ‘운동 치료 전문가’라는 직함을 고집한다. 아직은 ‘치료사’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많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중이다.이미 저서 ‘남자 몸 만들기 4주 혁명’과 ‘야자 몸 만들기 4주 혁명’을 통해 각자의 체형에 맞는 운동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최근 ‘4주간의 운동치료 1 허리통증편’의 출간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 중이다. 허리 통증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운동법을 제시하되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과 그에 따른 증상을 분석해 각각에 맞는 운동법을 제시하고 있다.“트레이너도 전문직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의 멋진 몸매를 보여주는 모델은 아니죠. 그저 근육을 어떻게 키우고, 몸매를 어떻게 가꾸느냐에 초점을 맞춰 모든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운동을 적용하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오랫동안 JW메리어트 호텔 피트니스 클럽 수석 운동처방사로 근무하던 그는 현재 신라호텔에 있는 노화 예방 전문 병원인 라끄리닉드파리코리아에서 웰니스사업부 본부장으로도 활동하며 의학팀과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그저 각자의 분야를 의학적 관점에서의 운동 치료를 공부 중이다. 운동하는 사람은 무식하다는 세간의 선입견도 그 앞에선 여지없이 무너진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물론 장동건 이서진 송일국 지진희 등 국내 톱스타들과 최고의 홍콩 스타 량차오웨이까지 그를 트레이너로 두고 있는 이유다. 남자 배우들 외에도 김정은 하지원 심은하 송혜교 이하늬 등 수많은 여자 스타들이 그를 찾는다. 그들에게 그는 단순한 트레이너가 아니다. 건강 상태와 신체적 결함을 과학적으로 체크하고 부족한 부분, 취약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건강 파트너다.그의 트레이닝 방법을 꾸준히 따른 이들은 한결같이 건강해진 자신의 몸에 만족해하고, 또 꾸준히 그와 함께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먼저 의사의 말, 트레이너의 말을 무조건 신뢰하던 습관부터 버리라고 충고한다. 자기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의사도, 트레이너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인체의 구조와 운동 방법 등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의사나 트레이너 같은 전문가들이지만 자신을 한두 시간 만난 의사나 트레이너가 개개인의 몸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운동은 스스로가 하는 것입니다. 트레이너는 어떤 방법으로 운동하는 것이 본인의 몸에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가를 찾아주는 사람일 뿐입니다. 어느 누구도 운동을 대신해 줄 수는 없으니까요.”왜 운동을 하는가. 왜 매일 헬스클럽에서 땀을 비 오듯 흘려가며 이를 악무는가. 단순히 몸매를 가꾸기 위해서? 그렇다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지금 하는 운동이 오히려 내 몸을 스스로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약력: 단국대 운동처방학, 고려대 대학원 운동생리학, 가톨릭 의학대학원에서 인간재활공학 전공. 미국 스포츠의학회와 스포츠 운동협회 개인 트레이너 자격증과 한국의 물리치료사와 운동처방사 자격증 보유. 현재 JW메리어트 호텔 피트니스 클럽 수석 운동처방사이자 노화 예방 전문병원인 ‘라끄리닉드파리’에서 프라이빗 웰니스 센터를 책임지고 있다.김지은·자유기고가 likepoolg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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