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의 기대주…연수익 8% ‘거뜬’

채권 투자 시대가 온다

가공할만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07년 하반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부터 출발한 금융 위기가 이제는 월스트리트(금융부문)를 넘어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로 물밀듯이 퍼지고 있다.문제는 실물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무렵 경제 예측 기관, 외국계 금융회사, 국내 증권사들의 2009년 성장률 컨센서스는 3.8%였다. 그러나 지금 어떠한가. 플러스 성장은커녕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신문과 각종 방송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3.4%로 추락했다는 발표 이후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각각 마이너스 2.5%와 마이너스 2.8%에 이를 것이라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경제 예측 기관들의 마이너스 성장 전망은 이제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모습이다.경기 침체의 악순환은 2011년 상반기 이후에야 겨우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 주택 가격이 충분히 하락해 자산 디플레이션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야 끝날 수 있다는 데 근거한다. 미국은 주택 가격 하락이 어느새 30%가량 진행됐고 앞으로 15% 정도 더 하락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하지만 유로존은 아직 주택 가격이 소득 대비 40~50% 고평가돼 있고 러시아나 중국도 급등한 주택 가격이 하락 반전된 지 이제 반 년 정도 지난 상황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 버블 붕괴의 후유증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악화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경기 침체기에는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정석이다. 위험한 자산보다는 안전 자산을 선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 침체 초입에는 가장 안전한 국채 투자가 바람직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튼튼하게 버티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들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 된다.이제부터의 문제는 과연 경기가 얼마나 예상보다 좋지 않을지, 얼마나 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야 될지 여부다. 이를 확인이나 하려는 듯이 최근 국채 금리는 국내외 모두 횡보 내지는 소폭 오름세를 보이는 조정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회사채는 신용 위험을 나타내는 가산금리, 즉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된 때문에 아직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이제 국내에서도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고 해외에서는 파산과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나타나면서 튼튼한 회사채를 골라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서서히 마련되고 있다. 물론 채권에 투자할 시기가 이미 지났다는 반론도 있다. 여러 나라 정부들의 경기 부양을 위한 막대한 재정 지출 계획이 잡히고 이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가 나타나 값비싼 국채 버블이 깨질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기우다. 만약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 금리가 상승하면 막대한 재정 지출은 멈춰도 되고 국채 발행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최근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 양적 완화 통화 정책은 자칫 국채 발행 증가로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회사채 금리와 민간의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장기 불황으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 수급 안정을 이루는 수단을 말한다. 다시 말해 채권 수급 안정을 통해 장기 금리를 하향 안정시키고 이것이 장기 투자 활성화의 토대가 돼 경기 회복을 유도한다는 것이다.양적 완화 통화 정책으로 인해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향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미 양적 완화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나타나지 않았고, 지금은 오히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기 침체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 반 년도 안 된 채권 강세 흐름에 대해 섣불리 예단하고 외면하는 것보다 자산의 한 축으로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그러면 어떤 형태로 채권을 자산의 일부로 가져갈 것인가. 자산 규모도 상당하고 분석력도 갖춘 투자자라면 증권사나 은행 창구에서 직접 회사채를 골라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적립식 채권형 펀드를 권하고 싶다.지난해 11월 말 현재 유형별 적립식 펀드 판매 잔액은 주식형 66조3000억 원, 혼합 주식형 3조 원, 혼합 채권형 1조9000억 원, 채권형 7000억 원이었다. 적립식으로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이제 보편화된 듯하지만 적립식으로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적립식 채권형 펀드도 매월 5만~10만 원씩 투자할 수 있다. 만약 일찍이 적립식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에 반반씩 투자했다면 지금처럼 주식형 펀드로 큰 손실을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역설적이지만 좋은 펀드는 좋은 투자자에게서 나온다. 해외 사례가 언급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우리 돈으로 13조 원 정도인 100억 달러 이상 규모가 되는 채권형 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76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설정액 규모가 1000억 원을 넘는 채권형 펀드들이 손으로 꼽을 수 있다는 것은 업계나 투자자 입장에서 불행한 현실이다.10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펀드도 2개나 된다. 하나는 캐나다 국채에 주로 투자하는 다이내믹 펀드와 다른 하나는 핌코 토털 리턴 펀드다. 세계 최대 채권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핌코(PIMCO)의 대표 펀드인 핌코 토털 리턴 펀드(PIMCO Total Return Fund)는 1987년에 설정돼 작년 말 순자산 규모가 1323억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172조 원에 달한다. 이 펀드는 2000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9년간 77.6%의 누적 수익을 거뒀다. 연평균 수익률은 8.6%에 이른다.한경-KIS-로이터 종합채권지수로 보면 국내 채권 투자의 매력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1월 22일 현재 총수익지수(Total Return Index)는 164.9583로 2001년 1월 1일 100에서 출발한 이후 65%나 올랐다. 이를 연리로 환산하면 8.06%의 수익을 낸 셈이 된다.일부 전문가들은 주식과 채권에 고루 투자할 수 있는 혼합형 펀드를 추천하기도 하지만 사실 혼합형 펀드는 주식에 몇 퍼센트, 채권에 몇 퍼센트 식으로 사전에 정해진 비율대로 운용되는 후진적인 형태다.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게 프라이빗 뱅커(PB)들이나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에 안배하는 것이 앞선 자산관리 형태다.채권형 펀드도 주식형 펀드와 같이 대형화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이후에는 채권형 펀드의 투자 전략이 좀 더 자유로워지는데, 대형화되면 모펀드를 중심으로 여러 펀드매니저와 인하우스 애널리스트들의 능력이 집중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예금 수준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좀 더 높은 수익과 절세 혜택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작년 10월 정부의 ‘금융시장 종합대책’에서 비롯된 ‘장기 회사채형 펀드’를 1000만 원씩 나눠 서로 다른 운용사가 운용하는 5개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 펀드는 채권형 펀드 투자에 따른 이익에 대해 비과세 및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데 5000만 원이 한도이고 적립식이 아니라 목돈을 일시에 넣는 거치식이며 3년간 유지해야 혜택을 받는다. 현재 이 펀드의 금융시장 안정 기능이 얼마나 있느냐는 비판을 감안할 때 한도 확대라든지 추가 세제 혜택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한편 일반 채권형 펀드에서의 세제 혜택은 장애인과 60세 이상 가입자는 1인당 9.5%만 과세되는 세금우대지정(1년간 의무 투자) 등을 활용해 볼 수 있다.양진모·SK증권 채권애널리스트 jmyang@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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