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산업의 두 가지 정책 과제

쌀 산업과 관련, 지금 당장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 정책 과제를 안고 있다. 이들 과제는 단순히 쌀 생산 농가뿐만 아니라 농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예산과 외환 수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돼 있다.그 첫 번째 문제는 쌀의 조기 관세화다.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때 모든 농산물 시장이 이른바 관세화 방식으로 개방됐지만 쌀만은 10년간 이를 유보했고 2004년에 어려운 협상을 거쳐 다시 2014년까지 10년간 유예했다. 그러나 협상에 공짜는 없는 법, 유예의 대가로 거의 무관세로 수입을 보장해 주는 물량(TRQ)을 23만 톤에서 2014년까지 41만 톤으로 늘려 주기로 했다. 이러한 부담을 무릅쓰고 관세화를 유예했던 것은 2004년 당시 도하개발아젠다(DDA)에서 모든 농산물에 관세 상한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쌀을 관세화하는 경우 당장 외국 쌀이 대량 수입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위험 회피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이다.그러나 DDA에서 관세 상한이 도입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부 특별 품목, 혹은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감축 의무를 면제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으로 거의 합의가 이뤄졌다. 더욱이 최근 바이오 에너지 수요 증가로 국제 쌀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환율까지 높아져 쌀을 관세화하더라도 외국 쌀이 수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조기 관세화의 이득은 그 시기가 늦어질수록 감소해 2014년이 되면 소멸되는 ‘기회의 창’이므로 그 문이 닫히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두 번째 문제는 쌀 가격이 정부가 설정해 놓은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그 차액의 85%를 보전해 주는 쌀 직불금 제도다. 최근 쌀 직불금 제도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실경작자가 수령하도록 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지만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누가 직불금을 수령하더라도 결국 30% 정도는 지주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수령자 문제는 일반이 생각하는 것만큼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쌀 직불금 제도의 진짜 문제는 현재의 지급 방식이 이른바 생산 연계형 보조금(AMS)이라는 데 있다. 생산 연계형 보조금이란 쌀 직불금을 벼농사를 지은 논에 대해서만 지급하므로 결국 일종의 쌀 생산 보조금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DDA에서 이러한 유형의 보조금 한도를 큰 폭으로 감축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따라서 쌀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 쌀 직불금만으로 DDA에서 설정한 한도를 거의 다 소진하거나 초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그렇게 되면 다른 농축산물에 유사한 형태의 소득 보전 보조금을 거의 지급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쌀에 대한 직불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이는 농정 추진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그해에 벼를 재배한 면적에 대해서만 지급하게 되어 있는 규정을 바꾸어 기준 연도에 벼를 재배했던 논이면 그해 벼 재배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하는 방식, 이른바 생산 조건 없는 보조금(DDA에서 말하는 신블루박스형 보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DDA 협상에서 이러한 유형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새롭게 지급 한도를 설정하는 것으로 확정된 상태이므로 쌀 직불금을 이러한 유형으로 전환하면 앞에서 지적한 생산 연계형 보조금(AMS) 한도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환하더라도 예산 소요에는 큰 변화가 없고 농가 수취액은 상당 폭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므로 DDA가 타결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두 가지 문제 모두 그 내용이 복잡하고 농가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므로 충분한 논의와 이해가 필요하고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한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정부의 결단은 빠를수록 좋고 빨라야 한다.GS&J인스티튜트 원장약력: 1946년 경기도 광명 출생. 72년 서울대 농과대학 졸업. 80년 일본 홋카이도대 농업경제학 박사, 2002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2005년 GS&J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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