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용 밸브 … 세계가 무대

삼신

올해 세계경제가 일제히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환율 불안, 공장 가동률 하락, 수출 부진이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보다 자금과 기술력에서 뒤처지는 중소기업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이런 상황에서 기술력과 뚜렷한 목표 의식으로 역경을 기회로 삼고 있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 있다. (주)삼신(대표 김종배, www.ssv.co.kr)이 그 주인공이다. 1993년 아시아 밸브 회사 최초 미국기계학회(ASME: 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로부터 원자로 안전 등급 완성품 및 부품 생산 자격 인증서 ‘N’과 ‘NPT’를 획득했다.전 세계 밸브 업체 중 3~4곳만 보유하고 있는 인증서다. 특히 인증 받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인증 갱신을 5회 연속하고 있다. 원자력 밸브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강소기업’이다.이 회사는 1983년 국내 최초로 원자력 발전소용 밸브를 국산화했다. 영광원자력발전소 1, 2호기 공급을 시작으로 국내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20기 중 16기에 원자력발전소용 밸브를 공급해 상업 운전을 하고 있다.세계적인 원자력 발전소용 밸브 성능 인증 시험으로 유명한 미국 와일(Wyle)연구소가 16개 밸브 성능 시험을 한다.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하며 인증 검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선진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밸브 회사도 여러 차례 실패한 후 합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신은 주기기용 밸브에서 한 번에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때 미국 관련 기술 잡지 표지에 실려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1966년 설립된 삼신은 발전소용 밸브만 고집한 ‘장인 기업’이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40억 원을 투자해 원자력발전소와 동일한 조건을 갖춘 성능 시험 설비를 전 세계 밸브 회사로는 최초로 구축했다. 현재 차세대 화력발전소용 밸브에 대한 고온(섭씨 650도) 시험도 가능한 ‘과열기(Superheater) 설비’는 국내에서 이 회사가 유일하게 갖췄다. 외국에서는 주로 정부나 전문 시험 기관이 시험 설비에 투자해 기업에 제공한다. 중소기업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한 셈이다.김종배 대표는 “삼신은 인재를 아낀다. 매년 직원들을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인재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이에 대한 결실은 최근 발전 설비에서 가장 중요한 터빈을 보호할 수 있는 ‘환기 시스템(Ventilation)’ 밸브 국산화 성공으로 나타났다.또한 지식경제부, 한국전력공사 및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요 밸브 80%를 국산화했다. 여기에서 축적한 기술을 통해 일본 대만 루마니아 인도와 같은 해외 원자력발전소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매출액도 2008년 800억 원, 올해 12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중 5000만 달러를 수출로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3월에 최신 설비를 갖춘 신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모든 기업이 그렇듯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2004년 고철 파동에 따른 대외적 어려움이 경영진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직원이 합심 단결해 어려움을 기회로 삼았다. 기회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전력 소비가 급속히 늘고 있는 중국에서 왔다. 2006년 원자력발전소 원자로용 밸브 및 기자재 수주에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12곳을 물리치고 국내 업계 최초로 수주하는 쾌거를 이뤄냈다.이로써 중국 광둥 핵전에 건설하는 링아오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안전 등급 밸브 공급자로 선정돼 총 1800만 달러 규모의 원자력용 밸브를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공급하게 됐다. 중국에 원자력 발전소용 밸브 수출 물꼬를 튼 국내 최초의 회사로 기록된 셈이다.현재 세계적 플랜트 회사인 웨스팅하우스, GE히타치, 도시바, 아레바(AREVA) 등이 건설 중에 있거나 계획 중인 원자력발전소 350기가 있다. 그중 중국이 121기, 미국이 32기,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5기, 인도가 25기 등으로 원자력 관련 산업은 향후 20년 내지 30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박병표 기자 tiki2000@kbizweek.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