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조 원 …‘황금알 낳는 거위’

대기업, 헬스케어 시장 진출 ‘붐’

‘급성장하는 헬스케어 시장의 패권을 잡아라.’ 최근 국내외 전자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화두다. 시장조사 기관인 에스피컴(Espicom)에 따르면 1998년부터 10년 동안 헬스케어 시장 내 기기 및 시스템 성장 규모는 매년 5%에 이른다. 2007년 현재 규모는 약 1968억 달러로 추산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에서만 헬스케어 기기 및 시스템 시장이 2012년까지 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그동안 헬스케어 기기 및 시스템에는 국내 대기업들의 진출이 드물었다.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자공학 기계공학 물리학 화학 등 공학 기술과 의학 생리학 등의 의학 기술이 결합돼야 하는 특성이 있다”며 “그 결과 헬스케어 기기 및 시스템 사업은 다양한 기술을 개발·운영한 경험이 풍부하고 연구·개발(R&D)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선진국에서 시장을 주도해 왔다”고 분석했다.이 때문에 국내의 여러 기업들도 예전부터 산발적으로 도전해 왔지만 이들의 벽에 막혀 별다른 결과물이 없는 상태다. 단지 몇몇 중소기업들만이 ‘틈새상품’으로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하지만 정부는 지난 1월 13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및 미래기획위원회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 산업’을 지정하고 글로벌 의료 서비스,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를 각각 포함시키며 본격적인 공략을 주문했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역량이 선진국 수준에 올라온 만큼 국가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헬스케어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의미다.실제로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지정하기 이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전자 IT 기업들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까지 각자의 기술적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잠재력이 풍부한 헬스 케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홈헬스케어 솔루션, 광학기술, 나노기술, 의료 소프트웨어 등 헬스케어와 관련된 모든 인프라와 솔루션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혈압 잴 시간입니다.” 50대 김모 씨는 침대 옆 홈 헬스케어 서비스 ‘터치 닥터’ 단말기의 알람이 울리면 혈압을 잰다. 김 씨는 매일 이처럼 터치닥터 단말기를 통해 매일 자신의 건강 정보를 멀리 떨어진 의사에게 보내고 있다. 의사는 단말기의 정보를 김 씨의 건강에 맞춘 식단 및 운동 프로그램을 화면을 통해 전달한다. 혹시 김 씨에게 응급 상황이 생기면 LG CNS 건강관리센터 의료 전문가가 화상전화로 상태를 확인한 뒤 병원으로 이송한다.작년 말부터 LG CNS는 홈헬스케어 서비스 ‘터치닥터(Touch Dr.)를 제공하고 있다. 홈헬스케어 서비스란 집에서 의료 진단 단말기를 네트워크에 연결해 지속적으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건강 정보를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차세대 의료 서비스다‘터치닥터’는 인텔이 개발한 ‘인텔 헬스 PHS5000’을 기반으로 LG CNS가 3년여간 솔루션 및 서비스를 개발했고 연세의료원이 전문 의학 역량을 더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홈헬스케어 솔루션이다.LG CNS 측은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를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며 “기존 의료기관의 의료 정보 시스템을 연계할 수 있어 의료진이 외래 진료에도 직접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LG전자도 작년 11월부터 헬스케어 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LG전자는 이미 2007년부터 50여 명으로 구성된 DA(Digital Appliance) 사업본부 산하에 신사업개발팀을 발족해 관련 제품의 시장을 조사한 바 있다.LG전자의 헬스케어 기기 사업은 크게 보디케어, 워터 솔루션, 에어케어 등 3대 핵심 영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LG CNS의 ‘터치닥터’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주요 제품으로는 일본 히타치와 1년 여간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의료용 진동기, 알칼리 이온수기를 출시했다. 올해 안으로 같은 제품의 추가 모델과 승마기, 정수기 등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삼성전자 역시 올해 가전 시장의 트렌드를 ‘3E·1H’로 제시하며 건강관리를 결합해 가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3E·1H’란 감성(Emotion), 친환경(Ecology), 에너지 절약(Energy Saving)의 3E 기술에 건강(Health) 기술을 특화한 제품을 말한다.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기술을 집대성한 하우젠 에어컨 40여 종을 필두로 가구 스타일의 지펠 냉장고, 하우젠 버블 세탁기, 개인용 ‘삼성 SPi(슈퍼 청정 기술: Super Plasma Ion 바이러스 닥터’ 등 신제품 50여 종을 한꺼번에 내놓았다.특히 하우젠 에어컨과 개인용 공기청정기에 도입된 삼성 Spi는 활성수소와 산소 이온을 대량으로 발생시켜 공기 중의 바이러스와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대형 병원의 알레르기 치료와 르노삼성 등 고급차에 적용돼 왔다.또 삼성전자는 일반인용 제품뿐만 아니라 전문가용 제품으로 의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전자는 2006년 소량의 혈액만으로 간염 및 유전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혈액 검사기를 개발한 데 이어 작년 7월부터 방사선 의료 기기의 핵심 부품인 초정밀 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FXPD: Flat Panel X-Ray Detector)를 생산 중이다. 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시된 엑스레이 영상을 디지털 영상 정보로 바꿔주는 촬영 센서다. 이 제품은 의료기기 전문 업체에 납품돼 작년 241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현재 의료 기기 분야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GE, 필립스, 지멘스 등으로 이들은 최근 들어 헬스케어 사업의 비중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 인텔과 IBM 등의 기업들은 가정용과 모바일 분야를 중심을 정보통신 반도체 가전 등 기존 주력 분야와 연계한 헬스 케어 신사업 기회를 탐색 중이다.고은지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전 분야에 걸쳐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유럽은 특히 치료 기기 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은 초음파 진단기 및 내시경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카메라 업체로 알려져 있는 올림푸스는 특유의 광학 기술로 세계 최초의 튜브 형태 내시경을 개발한 이후 50여 년 간 세계 내시경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또 자회사 올림푸스디지털네트워크코리아(ODNK)를 통해 의료용 다목적 모니터인 ‘뷰’ 제품을 생산 판매 중이다. 또한 2007년에는 미국의 바이오 테크놀로지 기업 ‘사이토리’와 제휴해 생체 조직 재건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진행 중이다.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헬스케어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기업의 추격을 바라만 보고 있지 않겠다는 전략이다.필립스는 2007년부터 삼성 서울병원과 공동으로 간암 및 자궁암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 작년 국내 헬스케어 시장에서 25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GE코리아의 GE헬스케어는 기존 종이 차트 기록을 IT로 전산화한 전자의무기록(EMR)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7년 기준 국내 EMR 시장은 약 620억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일부 초대형 병원에서만 도입됐지만 최근 국공립병원, 중대형 병원까지 적극 도입하고 있어 그 수요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