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하 호재…‘그래도 조심’

수익률 반등하는 리츠(REITs) 펀드

2007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해 쓴맛을 봤던 리츠 펀드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확산되면서 다시 한 번 좌절하고 있다. 미국발 신용 경색으로 부동산 가격의 2차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리츠 펀드를 환매했기 때문이다.그러나 2009년 들어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한 달 사이 글로벌 리츠 수익률은 9.4% 급등(1월 12일 기준)했고 미국의 리츠 수익률도 8.5% 상승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리츠 펀드 1개월 수익률이 11.1%를 기록하고 일본 리츠 펀드 역시 5% 이상 상승하는 등 리츠 펀드가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리츠 펀드의 반등을 틈타 환매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리츠 펀드의 설정액이 한 달 동안 146억 원 감소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리츠 펀드의 반등이 새로운 투자 기회일까, 아니면 환매 타이밍일까.리츠 펀드란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을 얻는 부동산 투자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일종의 재간접 펀드다. 따라서 리츠 펀드의 수익률 구조는 부동산의 경기에 상당히 민감하다. 이러한 리츠 펀드가 최근에 반등했지만 리츠 펀드의 펀더멘털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먼저 미국의 주택 경기는 지속적으로 둔화 압력을 받고 있다. 2008년 3분기 전체 모기지 대출이 6.99%를 기록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20.03%까지 증가하면서 주택 압류 비율(서브프라임, 변동금리 기준)이 20.65%를 기록했다. 이러한 압류 주택의 증가는 분명 또 다른 주택 가격 하락을 예고하며 주택 시장 전체에 압박을 가한다.또한 2008년 11월 기존 주택 판매와 신규 주택 판매가 각각 전월 대비 8.6%와 2.9% 감소하면서 주택 경기가 악화되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다. 더군다나 2008년 11월 미판매 기존 주택 재고는 42만 호를 기록했는데 이는 현재 판매 속도로 계산할 경우 11.2개월의 공급분으로 2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2008년 12월 실업률 역시 7.2%까지 증가하며 모기지 채무 불이행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모기지 대출금 연체 증가는 주택 압류 증가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주택 가격이 재차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서 실업률 증가는 달갑지 않은 시그널이다.주택 착공과 건설 허가는 모두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각각 62만5000호와 61만6000호로, 전월 대비 18.9%, 15.6% 감소했다. 이는 2006년 초 고점 대비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주택 착공과 건설 허가의 사상 최저치가 단기적으로는 주택 경기에 악재가 될 수 있지만 주택 시장의 회복을 위해서 공급을 줄이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주택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1.2개월, 약 1년 동안 주택 착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 리츠의 수익률 반등을 과연 추세 전환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미국 리츠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럽 리츠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추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이 유럽의 경기 침체로 인한 임대료 하락이 리츠의 수익을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아시아 리츠 수익률이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지역의 주택 가격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 2008년 11월 중국 선전 지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8% 하락했고 베이징 지역은 0.8% 떨어지며 마이너스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2008년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한 선전 지역이 2004년에 비해 60% 이상 상승한 상태였다는 사실은 주택 구매자들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또한 주택 가격 하락이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 아시아로 번지는 도미노 현상도 아시아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한다.이렇듯 리츠 펀드가 처한 환경은 좋지 않다. 그러나 리츠 펀드에 대한 수익률 상승 기대감도 상존한다. 첫째, 전례 없는 글로벌 금리 인하 공조화다. 은행의 금리는 리츠 수익률과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은행 금리에 만족하던 투자자가 은행 금리가 하락하면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부동산 임대 수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는 결국 부동산 임대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리츠 수익률의 상승을 가져온다.2008년 10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7개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2009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이미 사실상 제로 금리에 진입했고 유로존 2.5%, 영국 2%, 일본 0.1%, 중국 5.31% 등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로 들어섰다. 물론 경기 둔화에 따른 공실률이 증가해 임대료가 하락하는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현재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을 금리에서부터 만들어 가고 있다.둘째, 글로벌 경기 부양책이다. 미국은 연 수입 7만5000달러 미만의 가정에 개인 소득세 환급금을 가구당 600달러씩, 자녀 한 명당 300달러씩 지급함과 동시에 기업의 세금 감면, 그리고 연방정부의 최대 72만5000달러 주택 담보대출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이 미국 주택 시장의 급반등을 가져오기에는 무리일 수 있지만 시장의 안정을 찾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또한 중국은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 규모 가운데 인프라 구축과 주택 건설에 2조4500억 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주택 경기 침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와 유럽 등에서도 경기 부양책들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셋째, 리츠 펀드의 저가 메리트다. 즉, 2007년 고점 대비 60% 넘게 하락하면서 리츠 펀드의 저가 메리트가 부각될 시기란 것이다. 또한 낮은 금리로 인한 배당수익률 매력 부각, 리츠 펀드와 주식시장의 상대적 주가수익률(PER) 갭 축소 등은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 대비 리츠 펀드의 상대적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이처럼 리츠 펀드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진정 국면에 진입한 뒤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그 사이 리츠 펀드의 수익률이 상승해 펀드에 가입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따라서 리츠 펀드의 가격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진 현재는 신규 투자자가 오히려 저점 매수할 기회일 수 있다. 물론 위험을 고려해 거치식보다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한편 기존 가입자는 반등 시 일부 환매 후 다른 펀드의 가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 왜냐하면 리츠 자산과 글로벌 주식자산의 상관관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관관계가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 기간 소요될 수도 있으므로 원자재 펀드 등 다른 대안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된다. 또한 리츠 펀드에서 투자하는 지역이 편중돼 있다면 반등 시 투자 지역을 분산해야 한다.리츠 펀드에서 더 이상 과거처럼 연 30% 이상의 수익률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리츠 펀드는 원래 대안 투자 수단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즉, 채권보다는 높은 수익을, 주식보다는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리츠 펀드의 일반적인 기대 수익률은 연 10% 정도다.글로벌 리츠 펀드가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이지만, 채권형 펀드에 비해서는 분명 높은 투자 위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됐고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리츠 펀드는 투자 위험이 높은 단기성 투자가 아닌 2~3년 정도 장기 투자했을 때 투자 위험이 낮아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마지막으로 리츠 펀드는 같은 글로벌 리츠라도 개별 국가의 투자 비중이 다르고, 상업용 부동산과 임대주택의 투자 비중 등 섹터별 편차도 다르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지역이나 섹터에 투자할 때는 투자 설명서나 운용 보고서를 꼭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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