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해 ‘돈 좀 법시다’

‘위기는 기회’라는 표현은 식상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반복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그 말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100년 만의 위기’라는 이번 경제 위기는 ‘100년 만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업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재테크에도 오래간만에 찾아온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재테크의 처음과 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일단 재테크의 ‘처음’은 마련된 셈이다. 상당 부분의 자산 가치가 절반으로 곤두박질쳤으니 요즘처럼 자산을 싸게 사들일 수 있는 기회도 흔하지 않다. 문제는 투자 자금이다. 호주머니에 넉넉한 여윳돈을 들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문 것이다. 대출도 어려운 만큼 큰 투자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작게, 여러 번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투자의 맥만 제대로 짚으면 ‘푼돈으로 목돈 만들기’가 가능하다.푼돈 투자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자산은 주식이다. 큰돈이 필요 없다. 10만 원만 있어도 된다. 제때에 적절한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일 뿐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들은 상반기에 우량 종목에 저점 매수를 시도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그렇다면 어떤 업종이 유망할까. 리서치센터장들은 정부의 정책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정부는 경기 부양 지원을 조기에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에 대한 투자가 기대된다. 따라서 SOC와 관련한 건설, 철강, 기계 업종이 좋아 보인다고 센터장들은 말한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녹색 산업도 유망하다. 신·재생 에너지 관련주가 대표적이다.정책 랠리도 믿을 수 없다면 경기 방어력이 뛰어난 종목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고 센터장들은 권한다. 재무구조가 우량한 그룹주, 불황의 영향을 덜 받는 통신과 음식료 제약 업종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업계 구조조정 테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에 살아남아 구조조정의 수혜를 취할 수 있는 1등 기업에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다.종목별로는 신세계 포스코 CJ제일제당 삼성전자 KT&G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경기 방어력이 뛰어나고 재무구조가 우수하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 대표주들이다. 전자 업계의 대표주로 급부상하고 있는 LG전자, 불황에 강한 통신 업종 대장주인 SK텔레콤, 구조조정의 수혜가 기대되는 현대차, 자산 가치가 뛰어난 SK에너지도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주식시장만큼이나 부동산 시장의 사정도 한겨울 날씨와 다름이 없다. 거래는 살아날 기미가 없고 시세도 하향 추세를 잇고 있다. 30% 안팎이 빠진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약간의 반등 시도가 포착될 뿐이다.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마저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11년 전 외환위기 직후의 경험을 떠올리며 저가 매수의 찬스를 기다리는 ‘대기 투자자’가 적지 않다. 특히 물량이 늘고 있는 경매시장과 거래가 허용된 분양권에 관심이 높다. 비교적 소액으로 도전할 수 있는 데다 요즘 같은 불황에 적합한 투자 대상이기 때문이다.미래 가치가 높은 재개발 지분과 임대용으로 적합한 소형 오피스텔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사업 추진이 빠른 대단위 뉴타운·재개발구역의 지분은 환금성과 수익성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골 깊은 불황이 소액 투자자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특히 소형 아파트, 소형 오피스텔, 재개발 지분, 수도권 분양권 등 주거용 부동산을 추천한다”고 밝혔다.가난한 예비 창업자에게도 길은 있다.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무점포 창업과 소자본 창업이 그것이다. 200만~2000만 원의 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는 무점포 창업은 투자비를 최소화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창업자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초보 창업자들에게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초기 투자비용과 고정비용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사업의 신축적 운영이 가능해 잘만 운영하면 점포 창업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또 과거 단순히 투자비용이 적다는 것만 내세우던 것과 달리 요즘에는 잉크·토너 충전이나 실내 환경 관리 등 확실한 소비 시장을 갖고 있는 아이템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점포 임차비용을 포함해 5000만~7000만 원 내외의 소자본 창업도 큰 관심을 끈다. 불황에는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 점포보다 작은 점포가 오히려 실속이 있기 때문이다. 적은 돈을 들여 많은 돈을 버는 ‘작지만 강한 점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형 점포만의 강점을 잘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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