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꾸물꾸물’ … 과천은 ‘술렁술렁’

경제부처 24시

요즘 과천 경제 부처 분위기가 요상하다. 당연히 시장을 향해 있어야 할 관료들의 눈과 귀가 다른 곳으로 쏠려 있기 때문이다. 개각은 언제 이뤄지는지, 일부 부처에서 사표를 받아 둔 1급들의 거취 문제는 언제 결정되는지, 나는 이제 어디로 가게 되는지…. 이명박 대통령의 관가 인적 쇄신 프로그램에만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정책 추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국장급에서 동요가 가장 심하다. 한 경제 부처 국장은 “국회가 가까스로 정상화됐는데도 인사 문제가 아직 매듭이 지어지지 않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지난 연말 ‘경제 부처 장관 사퇴설’은 일부 여권 인사가 ‘군불’을 때고 몇몇 언론이 크게 다루면서 확산됐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설 연휴 이전에 중폭의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또 다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개각이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공무원들은 “청와대야 원래 개각 발표 전날까지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다”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실제 청와대 참모들은 설 연휴 이전 개각 발표를 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야만 쇄신 의지가 명절 ‘귀성 민심’을 타고 전국 곳곳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2월 국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취임 1주년이 되는 2월 25일 ‘제2기 내각’을 출범시키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고려됐다.여기에는 한 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지난 연말연시 국회에서 끝내 처리되지 못한 쟁점 법안들을 현 각료들이 마무리 짓고 나가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주장이다. 신임 장관에게 짐을 옮겨 싣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일선 부처 공무원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다. 힘 있는 정책 추진이 될지 미지수다. 장관 인사가 어찌 될지 모르니 국장급에서 통상 있어야 할 연초 정기 인사까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지난해 연초에 1년짜리 연수 프로그램(국방대학원 등)으로 파견을 나갔던 국장들은 이제 본부로 돌아와야 하는데 인사가 없어서 초조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핵심 포스트에 있는 국장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돌아오는 국장들 대신 교육을 나가게 될지, 다른 자리로 돌게 될지, 아니면 1급으로 승진하는 행운을 누릴지 아무도 모르는 지금 시점에서 본연의 업무가 손에 잡히겠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국장급 공무원은 “인사철에는 떨어지는 낙엽에도 조심해야 한다”며 “한 발짝 더 나가려고 무리하기보다는 인수인계를 위해 현안을 잘 갈무리하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렇게 공무원들은 ‘이제나저제나’ 인사를 기다리느라 붕 뜬 분위기다. 설령 개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1급 공무원 인사는 기정사실화돼 있기 때문이다. 1급 자리가 움직이면 결국 국장 과장 등이 연쇄적으로 인사이동을 하게 마련이다.그 외에도 인사 수요는 적지 않다. 최근 청와대는 ‘비상경제정부 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할 비상경제상황실의 초대 실장에 이수원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 실물·중소기업팀장에 권평오 지식경제부 고위공무원, 금융·구조조정팀장에 박영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 일자리·사회안전망팀장에는 임종규 보건복지가족부 보험정책과장 등을 각각 임명했다.여기에다 녹색성장위원회 신설, G20 기획단 구성 등 이래저래 자리를 옮기는 케이스가 많아 국장급의 보직 이동은 불가피하다. 모시고 있는 국장이 바뀌는지 또 누가 오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과장급 이하 공무원들도 일이 손에 안 잡히기는 마찬가지다.한편 일부 고위 공직자들은 일은 제쳐두고 ‘생존게임’에만 몰두해 경제 위기 대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대다수 경제 부처 공무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사무관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사무관들이 대응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려고 해도 자리에 없는 국장도 있다”며 “연줄이 닿는 여권 핵심 관계자를 찾아다니며 인사 청탁을 하느라고 바쁜데 나중에 보면 묵묵히 일만 하는 이보다 그런 ‘발발이’가 결국 승진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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