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에 대한 우려와 개선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 위기의 여파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경제 위기는 무엇보다 실물경제에 뿌리를 두지 않고 ‘돈놀이’에만 몰두해 온 투자은행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금융 버블이 빚어낸 ‘월가의 참사’로 일컬어지면서 월가는 탐욕의 대명사가 됐다. 그 중심에서 희생양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번 금융 위기를 확대재생산하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이 파생상품(derivatives)이다.파생상품은 다른 금융자산의 가치 변동을 이용해 그 가치가 결정되는 금융상품으로, 원래 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잘하면 보약이 될 수 있는 파생상품이 왜 괴물로 둔갑했을까. 무엇보다 파생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고 관리 감독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파생상품과 관련한 투자에서 크게 낭패를 본 사례는 많이 있다. 이처럼 파생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알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융 위기로 파생상품이 태어나서는 안 될 상품으로 매도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이번 금융 위기가 파생상품을 매개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위험이 증폭됐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그러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금융회사들의 탐욕과 감독 규제 기관의 전문성 부족 및 감독 미비다.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의 상품들을 만든 금융회사도 문제지만 이를 적절히 규제 감독하지 못한 감독 기관의 책임이 더욱 크다 할 것이다. 최근 이들 상품에 대한 새로운 감독 규제 체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당분간 복잡한 구조의 장외파생상품 시장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하지만 미국 및 유럽의 장외파생상품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현재의 국제 금융시장 상황은 그동안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있어서 주변부였던 아시아 및 한국 시장이 국제 금융시장의 중심부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적절하고 충분한 감독 규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장외파생상품 시장을 발전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한편 국내에서는 불완전 판매 이슈로 파생상품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에 판매된 환율 장외파생상품 (KIKO)과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주가연계증권(ELS) 및 해외 펀드 환헤지용 선도환거래 등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 판매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키코(KIKO) 상품에 투자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키코 상품은 기업들이 좀 더 유리한 환율로 환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기업이 위험을 부담하는 옵션 매도 포지션에 2~3배의 레버리지 조건을 부가하고 있는 파생상품이다. 은행이 이런 위험한 상품을 중소기업에 추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금융회사는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그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 그러나 키코 상품은 환위험 헤지를 목적으로 하는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 아니었다.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파생상품은 그 위험을 충분히 공지,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향후 파생상품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 금융회사들도 금융 사고, 사회적 물의 야기 등으로 고객과 주주 등 외부의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금융회사에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키는 평판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한다.이번 사태로 인해 파생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우려가 과도하게 부각돼 시장 자체가 망가지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파생상품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감독 규제 체계가 구축돼 파생상품이 위험을 전가하는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상품으로 다시 한 번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서울여대 교수약력: 1960년생. 1983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91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경제학 박사. 92년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2003년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현). 2008년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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