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은 ‘창조적 인재’의 몫

구조조정과 핵심 인재 관리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외형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인적자원개발(HRD) 관련 교육기관들도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각 기업 인사과 직원들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미국 일본 유럽은 물론 신흥시장의 실물 부문을 뒤흔들며 2009년도 실업 대란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장의 비용 절감보다 인화에 중점을 둔 구 회장의 이러한 경영 방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어 닥친 무차별적인 인원 감축 바람이 인화를 핵심으로 한 회사 특유의 기업 문화를 뒤흔들어 직원들의 로열티(충성도)를 위축시키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빚어 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직원을 잘라 비용을 줄이려 하지 말고, 비용을 줄여 직원을 살려라(out cost to save jobs, don’t cut jobs to save cost).” 글로벌 인사 관리 컨설팅 펌인 왓슨 와이어트의 아시아 태평양 총괄대표인 러셀 헌팅턴이 2008년 12월 우리나라 경제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헌팅턴 대표는 기업이 불황이라고 해서 일선 직원을 해고하는 것보다 임원들 스스로 자신의 보너스나 급여를 줄여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이 낫다고 말했다.특히 아시아 기업은 사회문화적으로 이 방식이 잘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 이용하는 게 좋다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얘기가 맞는다고 하더라도 불황기에는 핵심 인재 관리가 소홀해져 고성과자에 대한 홀대로 조직 내 핵심 그룹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경제학자 슘페터는 ‘경기순환론’에서 경기는 마치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것처럼 불경기와 호경기가 반복되기 때문에 경기가 좋아질 때 기업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 내 인재들의 역량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 가치를 위해 체계적인 인재 육성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교육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기업 경쟁력의 출발점은 혁신이다. 혁신은 조직이나 개인의 역량에서 나오고 개인 역량은 학습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경쟁력 확보의 핵심은 교육을 통한 인재 개발이다. 우리 산업의 발전도 우수한 인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60년대 섬유공학도가 1970년대 섬유산업을 꽃피웠으며, 1970년대 기계공학도가 1980년대 자동차, 조선산업을 부흥시켰다.1980년대에는 전자공학으로 인재가 몰려 1990년대 IT 산업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미래 산업은 창조적 인재의 몫이다. 모두 우수한 인재가 산업 발전을 선도한 것이다. 기술도 마찬가지로 사람에서 나온다. 산업 발전의 초기에 기술은 사람의 손에서 나왔으며 손재주는 장인의 전제 조건이었다. 그 후 다양한 기능과 정확한 성능을 자랑하는 장치 기술이 규모의 중화학공업을 발달시켰다.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첨단 시대에 기술은 사람의 머리와 가슴에서 나온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감성 기술이 각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피터슨의 ‘인재’란 책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인재는 기업을 강하게 하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전쟁터와 마찬가지인 경제 환경에서 전투사 같은 사람이 핵심 인재들인데 이들이 구조조정의 바구니에 담기는 일이 우려된다. 성과가 작아진 상황에서 성과급을 평등하게 쪼개 나눠 주는 것보다는 보너스의 파이가 작을수록 성과별로 차등화해 고성과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보너스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삼성은 직원들 간의 인간관계와 동기부여 측면을 고려해 보너스의 성과별 차등 지급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거품이 있는 조직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생존 전략이 필요하겠지만 10년 전 많은 기업이 자르기 쉬운 젊은 인력을 줄이고 덜 생산적인 인력을 회사에 남기는 실수를 저질렀고 호황기가 왔을 때 부랴부랴 새로운 인재를 데려오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느라 더 큰 고생을 했던 기억을 더듬어 인력과 체계 조정에 대한 심사숙고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이상철·위드스탭스 대표이사약력: 1959년생. 82년 국민대 법과대학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99년 위드스탭스홀딩스 대표이사 (현). 2007년 HR아웃소싱협의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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