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단기 입출금 상품 ‘찜’

분야별 투자 전략 - 금융상품

뉴옥스퍼드 아메리칸사전이 발표한 2008년 올해의 단어는 ‘하이퍼마일링(hypermiling)’이라고 한다. 이 단어의 의미는 운전자들이 최대한 연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타이어에 바람을 팽팽하게 채우고 트렁크 등에 무거운 짐을 다 빼고 신호등에 정지해 있을 때는 기어를 중립으로 놓는 등 연료를 아끼기 위한 모든 행위를 말한다.이 단어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한 2008년이었는지 알 수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에 대한 위험도가 그 수위를 더해 가면서 정신없이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말았다.이러한 시기에는 어떠한 전략을 세워서 금융상품을 활용해야 할까. 금융상품 포트폴리오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우선 금융상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금리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금리의 흐름은 경기 부양책 중 하나의 방법으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는 추세다.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기업이나 일반 가계에 지출(비용) 부담을 덜어 운용 자금에 여유를 주고 여유가 있는 돈은 기업의 경우 투자를 촉진시키거나 신규 고용을 창출해 사회 재투자가 가능하도록 한다.개인에게는 670조 원에 달하는 개인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 안정적 소비 구조를 가지고 갈 수 있고 금리가 떨어져 이자 소득이 줄면 주식, 채권 등의 다른 곳에 투자하는 투자 촉진 효과가 있다.미국과 일본은 이미 제로 금리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세계 경기 침체의 주범 격인 미국은 2008년 1월 4.25%의 금리에서 2008년 12월 16일 0~0.25%의 금리를 선언하면서 1년 만에 4% 이상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영국도 2008년 초에 5.5%의 금리에서 2%의 금리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이 계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2008년 12월 11일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1%포인트를 인하하는 3% 금리를 선언했고 향후에도 추가 금리 인하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렇듯이 시중 금리가 계속적으로 인하하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향후 투자가 상당히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과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2009년도에는 ‘그냥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체념 섞인 푸념도 나올 법하다.2005년부터 불었던 국내와 해외 펀드의 광풍이 2008년도에는 여지없이 무너져 거의 모든 펀드가 원금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펀드 투자자들의 입에서는 ‘반 토막’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된 지 오래다.게다가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라고 부르짖던 많은 전문가들은 어디로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는 본인이 판단해 투자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그 바탕에는 2009년 2월부터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도 한몫한다. 금융상품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져서 막연하게 금융회사 직원의 얘기만을 잠깐 듣고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우유를 사더라도 지금까지는 유효 기간만 보고 샀다면 앞으로는 구체적인 첨가물과 알레르기 유무, 생산 공장, 기능, 내 체질에 맞는지 등 꼼꼼하게 챙겨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이러한 시장의 분위기에 편승해 2009년도에는 안정적이면서 은행권의 정기예금이나 적금보다 1~2% 이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저축은행의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2008년 12월 24일 기준으로 저축은행들의 평균 상품 금리를 보면 1년제 정기예금이 7.59%를 기록하고 있고 정기적금의 경우에도 6.43%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반 토막 난 펀드에 투자했다고 넋을 놓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금리가 아닐 수 없다. 예금자보호법의 한도인 원리금 합산 5000만 원만 지켜서 가입한다면 안정성에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향후 저축은행의 고금리 확정금리 상품에 시중의 자금이 몰릴 전망이다.하지만 저축은행의 영업 정지나 파산 시 예금보험공사에서 바로 내 돈을 찾을 수 없고 몇 개월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안전한 저축은행을 고르는 것이 좋겠고 보통 ‘8 대 8’의 법칙을 감안해 가입하면 좋다. 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인 BIS 비율이 8%가 넘고 떼일 염려가 많은 대출로 판단되는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전체 여신 중에서 8%가 넘지 않는 저축은행을 골라서 가입하자는 것이다.저축은행 중앙회(fsb.or.kr)의 홈페이지에서 ‘경영공시’ 메뉴를 통해 전국의 모든 저축은행의 BIS 비율, 고정이하 여신비율, 당기순이익, 매출, 직원 수 등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으니 활용하도록 하자.개별 저축은행별 금리 수준을 보더라도 금리 상위 20위 내의 모든 저축은행들이 8%대 이상의 고금리를 제공하니 2009년도 재테크 전략의 한 부분으로 저축은행 상품을 꼭 첨가하자.2009년에는 단기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들에도 주목해야 한다. 어떤 불황도 길어봤자 2년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의 어려움도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언제든지 출동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이런 맥락에서 2009년의 시장의 상황이 불확실성이 강하다는 점과 많은 투자자들이 당분간은 시장의 확실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단기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을 하나씩은 가입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2009년 예상되는 또 하나의 금융상품 트렌드는 바로 다양한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다. 미국이 1조 달러에 육박하는 달러를 찍어내며 유동성을 살리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이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시작되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도래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 화폐의 유동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실물 자산 가치가 올라가리라는 기본적인 이론인데 보통은 불황기에는 물가가 하락하고 호황기에는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호황기에는 물론 불황기에도 물가가 계속 상승, 이 때문에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사태가 현실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따라서 2009년의 금융상품 트렌드는 기존의 금에 투자되는 금 적립형 통장과 골드바 정기예금 등 다양한 형태의 실물 자산 가격에 투자하는 상품이 나올 전망이다. 즉, 실물경기 회복세를 기점으로 해서 원유 금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의 다양한 광물과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의 출시를 예의 주시하면서 투자를 고민해 보도록 하자.이 외에도 2009년부터 은행권과 저축은행 등의 세금우대 한도가 성인 1인당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줄어들고 노인들의 한도인 6000만 원이 3000만 원으로 줄고 노인, 장애인 등 생계형 저축의 이자, 배당소득 비과세도 기존의 남자 60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에서 남녀 공히 60세 이상으로 강화되는 등 절세 상품이 점점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새마을금고나 농수협 단위조합, 신협 등의 별도의 비과세상품(농특세만 1.4% 부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다양한 채권에 투자되는 안정성 상품에도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불황기에는 남들보다 나은 수익률과 손해 보지 않는 투자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측면에서 2009년은 향후 몇 년간 오지 않을 큰 변화와 희비가 엇갈리는 해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투자 상품의 운용과 함께 안정성을 가미한 금융상품의 적절한 운용도 재테크의 큰 축이 될 것이다.서기수·HB에셋 대표 moneymst@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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