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원료값 급등… 달콤한 호황 ‘끝’

초콜릿의 수난

초콜릿은 전통적으로 불황에 가장 강한 기호품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진행돼 온 고급화 추세와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의 급등으로 이 같은 통념이 바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그동안 초콜릿 시장은 커피와 마찬가지로 고급화 바람이 불었다. 품질이 뛰어난 코코아 원두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브랜드의 고급 초콜릿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영향으로 가계마다 지갑을 여는데 인색해지면서 이러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고가 초콜릿들이 팔리지 않으면 초콜릿 업체들의 수익성도 타격을 입게 된다. 마케팅 조사 업체인 닐슨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이 구매에 신중해지면서 고가의 프리미엄 초콜릿 업체가 고전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고가 초콜릿 브랜드인 린트 앤드 슈프륑리의 성장성에 대해 우려하며 투자 의견을 낮췄다.네슬레, 마스 등에 초콜릿을 납품하는 세계 최대의 초콜릿 제조업체인 스위스 바리 칼레보의 파트리크 드 메세네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초콜릿 판매량은 지난 수년간 1~3%의 성장세를 보이다가 감소세로 돌아서거나 횡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도 바뀌고 있다. 드 메세네르 CEO는 “지난 몇 년 동안은 비싼 프리미엄 초콜릿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통 업체 자체 브랜드(PB) 초콜릿 모두 판매가 늘었는데 최근 6개월간 고급 제품 대신 저가 초콜릿을 구입하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소매점과 도매상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재고를 줄이면서 초콜릿 수요와 주문도 급감하는 상황이다. 제과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초콜릿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배리 콜레바우트와 같은 업체에 아웃소싱을 주기도 한다. 메세네르 CEO는 “초콜릿 업체들이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면서 사업이 단기적인 베이스로 진행되고 있다”며 “2009년 부활절용 초콜릿의 경우 가능한 한 마지막 순간까지 생산을 늦추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FT는 최근 초콜릿의 재료인 코코아 원두의 가격이 급등한 것도 초콜릿의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코아 가격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런던국제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은 2008년 12월 23일 현재 톤당 1820파운드에 거래됐다. 2007년 초만 해도 톤당 1000파운드 미만에서 거래가 됐었다. 이처럼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것은 전 세계 코코아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에서의 공급이 크게 줄어든 데다 투기 세력이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런던거래소에서 파운드화로 평가되는 코코아값이 급등한 영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공급 감소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선물 가격 역시 지난 1년 새 30%가량 급등했다. 국제코코아협회(ICO)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최근 2개월 동안 수출용 선적을 위해 코트디부아르 항구들에 도착한 코코아 원두는 25만1000톤으로, 지난 4년간 평균치의 40%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트레이더들은 △연초에 이어진 추운 날씨와 폭우 △비료 값 급등으로 인한 비료 사용 감소 △흑점병 창궐 △농부들의 파업 등을 공급 감소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코트디부아르에 이어 2위의 코코아 생산국인 가나 역시 지난해에 비해 생산량이 급감했다고 덧붙였다. 코코아 재고는 현재 세계 소비량의 39%로 20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한편 초콜릿과 함께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커피도 경기 불황의 여파를 겪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 등 프리미엄 커피 업체들의 타격이 크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커피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서 스타벅스는 최근 600개의 매장 문을 닫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해 애쓰고 있다. 2008년 초 20달러를 넘어섰던 스타벅스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이처럼 스타벅스의 주가가 급락하자 콜롬비아와 브라질 등 중남미의 커피원두 생산 업체들은 스타벅스의 주주가 돼 세계 커피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박성완·한국경제 기자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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