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CEO of CEO

올해로 9번째다. 한경비즈니스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연말 ‘올해의 CEO’를 선정해 오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의 ‘올해의 CEO’ 조사는 몇 가지 점에서 여타의 CEO 시상 제도와 확연히 구분된다. 우선 일반인인 아니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올해도 학계, 금융계, 언론계 등 6개 분야 120명의 전문가가 조사에 참여했다. 그만큼 현장의 흐름을 반영한 깊이 있는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8개 항목에 걸쳐 세분화된 평가를 실시해 이를 계량화한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단순히 뭉뚱그려 ‘올해 최고의 CEO가 누구냐’를 묻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120대 기업 CEO 중 5명을 골라 각 항목별로 1~5점까지 점수를 매긴다.올해 조사는 기존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몇 가지 변화를 도입했다. 첫째, 항목별 점수 배점이 변경됐다. 몇 명의 평가위원이 평가했느냐에 따라 부여되는 ‘평가위원 수 점수’ 비중을 30점에서 10점으로 축소했다. 기업 지명도에서 오는 후광효과를 최소화하고 CEO 개인에 좀 더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대신 질적 평가(이사회와의 관계,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비전)와 개인적 역량 평가(리더십, 글로벌 역량, 윤리의식) 점수를 각각 20점에서 30점으로 늘렸다. 양적 평가(재무 성과, 주주 중시 경영)는 30점으로 종전과 동일하다.둘째, 수상 부문이 5개로 늘어났다. 기존 종합대상, 제조업 부문, 비제조업 부문, 금융업 부문 외에 성장기업 부문을 추가했다.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견·중소벤처 기업 CEO에도 수상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올해 120대 기업 CEO 중 유효 기준인 평가위원 4명 이상의 평가를 받은 CEO는 모두 48명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이 중 최고점을 얻어 ‘올해의 CEO’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이 회장은 2006년에도 한경비즈니스의 ‘올해의 CEO’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남용 LG전자 부회장에 자리를 내줬던 이 회장은 불과 1년 만에 다시 1위로 복귀한 셈이다.2008년은 이 회장에겐 희비가 엇갈린 한 해였다. 세계 경기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도 포스코는 국제 철강 가격의 강세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까지 포스코의 누적 영업이익은 5조1425억 원(전년 대비 49.8% 증가)으로 삼성전자(5조712억 원)마저 추월했다. 반면 입찰 자격 상실로 야심차게 준비해 온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꿈이 무산된 것은 뼈아픈 기억이다.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 착공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는 오히려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고 있다. 공채 1기 출신으로 그 자신이 포스코 40년 역사의 산증인인 이 회장의 리더십도 확고하다.제조업 부문 ‘올해의 CEO’는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차지했다. 2006년 사면초가에 빠진 LG화학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던 것을 떠올리면 놀랄만하다. LG화학에 부임한 김 부회장은 ‘스피드 경영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먼저, 자주, 빨리’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먼저’ 시장을 내다보고 ‘빨리’ 성과를 내며 그 실행 상태를 ‘자주’ 점검한다는 뜻이다. LG화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이미 3분기에 매출, 영업이익 모두 2007년 한 해 치를 넘어섰다. 김 부회장은 올 초 LG화학을 턴어라운드시킨 공을 인정받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비제조업 부문에서는 유통 업계의 리더인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이 ‘올해의 CEO’로 선정됐다. 구 부회장은 오늘의 신세계를 있게 한 ‘1등 공신’으로 꼽힌다. 현재 신세계 매출의 80%를 이마트가 담당한다. 이마트를 빼고는 신세계를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신세계의 핵심 역량을 일찌감치 이마트에 집중시킨 주역이 바로 구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은 유통 자체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신세계가 하면 곧 업계 전체가 따라갔다. 지난해 내놓은 자체 상품 브랜드(PL)는 제조업체에까지 충격을 주며 ‘가격 혁명’의 시발점이 됐다.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105개)가 점포 수에서 이마트(114개)를 바짝 추격했지만 재무 구조가 탄탄한 신세계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현지 이마트 점포를 100개로 늘려 중국 대형 마트 ‘빅5’가 된다는 꿈도 무르익고 있다.금융업 부문 ‘올해의 CEO’에는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올랐다. 관료에서 CEO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윤 행장은 올해 취임 첫해를 보낸 새내기 CEO다. 지난 4월 새 정부 출범 후 일괄사표를 제출한 국책은행장 중 유일하게 재신임을 받았다. 최대 과제인 기업은행 민영화를 이끌 최적의 인물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취임 첫 일정으로 구로디지털단지 중소기업을 방문했던 윤 행장은 올해도 전국을 돌며 수시로 ‘타운미팅’ 행사를 가졌다. 많은 수출 중소기업을 울린 키코(KIKO) 사태가 터졌을 때 기업은행은 키코 거래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역시 기업은행’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윤 행장은 민영화 이후를 대비한 수신 기반 확충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IBK투자증권을 설립해 종합금융그룹화를 위한 첫걸음도 뗐다.올해 신설된 성장기업 부문 ‘올해의 CEO’는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에게 돌아갔다. 손 사장은 1990년 수강생 10여 명의 단과학원 강사로 출발해 매출 2000억 원을 바라보는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 업체 메가스터디를 키워낸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손 사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수직적, 수평적 계열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중등부 온라인 교육 시장을 겨냥한 엠베스트에 이어 의치학전문대학원 전문 브랜드 ‘메가MD’, 법학전문대학원 전문 브랜드 ‘메가로스쿨’도 문을 열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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