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물갈이론은 MB맨 복귀 신호?

청와대 통신

연말 정치권에 ‘물갈이론’이 한창이다. 국정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좌파 잔재 세력을 몰아내고 개혁 우군들을 그 자리에 내려 보내자는 여권 내 주장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연초에도 간간이 나왔으나 주목을 받지 못하다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힘’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드라이브 강화와 좌파 세력 뽑아내기가 한 패키지로 움직이는 형국이다.물갈이론은 향후 정국 운영 과정에서 극심한 좌우 이념 논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점 외에도 ‘MB맨들의 대대적 복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그 관심의 중심에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전 수석은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교육 관련 공약들을 만들고 청와대 1기 참모로 교육 개혁의 칼을 쥐었던 인물. 평소 ‘교육부 해체론’을 주장했을 정도로 강한 개혁 성향을 갖고 있었으나 촛불 시위 때 청와대 참모들이 전부 물러나면서 임명 4개월여 만에 낙마했다.그러나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1급 간부 일곱 명이 사표를 일괄 제출하고 교과부에 대한 대대적 개혁이 예고되면서 그의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공석 중인 교육부 차관으로 교육부 내부 개혁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 전 수석의 내정이나 기용 등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정가에서는 그의 재기용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여권에서는 “교육부뿐만 아니다. 정부 부처에 코드를 맞추지 않고 있는 간부들 때문에 일 진행이 안 된다”며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이 같은 정치권 주장에는 청와대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게 정설에 가깝다. 이 때문에 부처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물갈이 폭이 생각보다 훨씬 크고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정치권에서는 대표적인 MB맨 중의 하나인 이 전 수석의 복귀가 현실화될 경우 잠시 정치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다른 MB맨들의 복귀도 봇물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청와대 조직 개편 및 개각설과 맞물리면서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MB의 의중을 잘 알고 이를 힘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세력들로 내각과 청와대를 채우고 내년에 정권의 성패를 가를만한 사업들에 승부를 건다는 시나리오다.현실성이 가장 높은 것은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컴백이다. 곽 전 수석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의 복귀설은 지난 10월부터 거론됐으나 조기 복귀에 대해 청와대 내에서 반대 여론에 부딪쳐 현실화되지 못했다.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줄 진정한 ‘MB맨’이 없다”며 “경제 회복과 개혁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때야말로 그의 복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재기용에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꺼리는 분위기가 남아 있어 변수가 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청와대행이 점쳐지기도 한다. 모두 이 대통령을 대선 이전부터 보좌했던 인물들이다. 이들로 팀워크가 강한 청와대를 만들어 내년 사업들을 꾸려 나가자는 구상인 셈이다.내년 초로 점쳐지는 개각과 4월 말 재·보궐 선거에 정치권 출신 MB맨들의 대대적인 복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공천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전 의원들이 그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3인방을 물리친 상대 당 의원이 모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는 점에서 정권 차원의 표적 수사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 터다.이재오 전 의원의 경우 여권 내부에서 아직도 조기 복귀에 찬반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설사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덩치’가 너무 커서 청와대도 당도 그가 앉을 만한 자리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가 정치권의 견제를 덜 받게 되는 부처 장관(통일부나 노동부 등)이나 청와대내 비 핵심 부서, 예컨대 내년 초 신설될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점치고 있다.지난 총선에서 물갈이 공천을 주도했던 이방호 전 사무총장과 정종복 전 사무부총장도 내년 4월의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박수진·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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