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찾아주는 ‘가정 고민 해결사’

신나는 노후 - 커플매니저 이영자 씨

“만혼이 많은 요즘, 미혼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해 준다는 점이 참 보람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직업이라서 더 좋아요.”이영자(69) 씨는 3년차 커플매니저다. 집과 가까운 도봉시니어클럽에서 커플매니저를 양성한다는 광고를 보고 문을 두드린 게 지난 2006년 봄. 결혼 전 경제기획원,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 결혼과 함께 사회생활을 접었으니 실로 ‘40여 년 만의 외출’이었다.이 씨가 커플매니저로 나서겠다고 결심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2남2녀 중 결혼을 하지 않은 1남1녀의 짝을 직접 골라보겠다는 마음이 첫 계기가 됐다.“아이들에게 좋은 짝을 찾아주고 사회활동도 할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일을 하면서 보니까 가장 필요한 게 봉사정신이더군요. 인륜대사를 다루는 일인 만큼 많은 공을 들여야 해요.”지식도, 경험도 없이 시작했지만 이제 그는 선남선녀 800여 명의 프로필을 확보한 실력 있는 커플매니저로 변신했다. 주위에 소문이 퍼져 일부러 찾아와 ‘매칭’을 부탁하는 일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프로필 정보를 수집하려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해요. 상담을 하면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이 일을 잘 선택했구나 하며 뿌듯해질 때가 많답니다. 고민을 나누는 것도 커플매니저의 역할이거든요.”이 씨는 1주일에 3~4번 도봉시니어클럽 커플매니저 사무실에 출근한다. 평상시에는 늘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한다. 이 씨의 하얀색 수첩에는 이름, 나이, 학력, 연봉, 부모 직업, 생시 등의 특급 개인 정보들이 빼곡하다. 부지런한 손품 발품의 성과물이다.이 씨와 함께 적을 둔 커플매니저는 40여 명에 달한다. 이 씨처럼 65세 이후에 데뷔한 ‘어르신 커플매니저’들이다. 그동안 이들은 커플매니저에게 필요한 소양 교육 등을 받으면서 훈련과 실습을 병행해 왔다. 지금까지 성사시킨 결혼은 4건에 불과하지만 회원 수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사업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커플매니저 교육과 관리를 맡고 있는 도봉시니어클럽의 김희수 씨는 “자료 수집 능력, 열의 등이 젊은 전문가 못지않다”며 “어르신들이 가진 다양한 사회 경험과 연륜 덕에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 씨는 동료 커플매니저들과 정보를 나누면서 공동으로 결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커플매니저끼리 실적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힘을 합친다는 게 일반 결혼 정보 회사와 다른 점이다. 형편이 어려운 경우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돕는다. 최근 성사시킨 한 결혼에선 커플매니저들이 혼주 역할을 대신 맡기도 했다. 이 씨의 말처럼 ‘봉사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이 씨는 내년 초 다시 한 번 큰 도전을 한다. 시니어클럽에서 벗어나 10명의 최정예 커플매니저가 독립 회사(사업단)를 차리게 된 것이다. 본격적인 시작은 지금부터인 셈이다.“기대가 크지만 부담도 상당해서 멤버들이 바짝 얼어 있어요.(웃음) 하지만 큰돈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애국한다는 생각으로 봉사할 겁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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