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 한국인의 노후 준비 실태
‘대한민국의 20~50대 63.7%는 자신의 노후를 위해 경제적인 준비를 하고 있고, 은행권 예·적금(30.2%)을 특히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후에 필요한 총자산 규모를 4억~7억 원(37.5%)으로 잡고 있지만 현재 준비된 것은 10% 이하(34.5%)여서 꿈과 현실이 괴리가 꽤 큰 것으로 조사됐다.이 같은 결과는 한경비즈니스가 20~50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노후 준비 실태’ 설문 조사에서 밝혀졌다. 특히 60대 노년을 앞 둔 성인의 상당수가 자신의 노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연봉이 높을수록, 남자보다 여자가 노후 준비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노후를 위해 경제적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3.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의 81.5%가 ‘그렇다’고 답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는 20대의 40.7%보다 두 배나 높은 응답률이다. 또 실수령액 연 5000만 원 이상인 사람은 90% 이상이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 2000만 원 미만을 받는다고 답한 계층에서는 36.4%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응답은 결혼 유무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기혼자의 72.8%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만 미혼자 중에선 45%만이 노후 준비를 실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자(57.0%)보다는 여자(70.5%)가 노후 준비에 관심이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노후를 위해 경제적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예·적금을 비롯한 은행 상품(30.2%)과 국민연금·공무원연금 같은 공적 연금(22.5%), 연금저축 같은 사적 연금(21.3%)을 우선에 두고 있다. 부동산(15.6%) 펀드(7.4%) 주식(1.7%) 같은 일반적인 재테크 종목은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졌다.그러나 이를 응답자 상황별로 나누면 각기 다른 대답으로 나타난다. 가령 50대는 예·적금(30.9%)에 이어 부동산(24.6%)을 선호하지만 30대에선 부동산(8.6%)보다 사적 연금(24.5%)의 지명도가 훨씬 높았다. 또 연봉이 높을수록 금융상품, 연금보다 부동산을 지목하는 빈도가 높았다.이는 선호하는 노후 자산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노후 준비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응답자에게 ‘가장 선호하는 노후 자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예·적금(39.1%) 부동산(28.1%) 연금(26.7%)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실제 노후 준비 포트폴리오와는 조금 다른 결과다. 부동산의 위치가 예·적금 다음으로 이동하고 갭도 크게 좁혀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부동산 자산을 공통적으로 선호하지만 현실에선 생각대로 분산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그렇다면 안정적인 노후 생활에는 어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이에 대해선 36%의 응답자가 월 200만~3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 35.8%는 월 100만~200만 원이라고 답했다. 이 질문 역시 연령대, 연수입 등에 따라 다른 응답 양상을 보였다. 20대의 41.3%가 월 100만~200만 원이라고 답한 반면 30대는 48.7%가 월 200만~3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또 연 2000만 원대 수입을 올리는 사람의 53.1%가 월 100만~200만 원을 꼽았지만 연 6000만 원 이상을 버는 응답자는 월 200만~300만 원(38.7%), 월 300만~400만 원(31.6%)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월 500만 원 이상이라는 답도 8.7%로 꽤 높았다. 이는 현재 자신이 버는 만큼 노후의 생활수준을 그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노후에 보유할 자산에 대한 기대도 큰 편이다. ‘노후에 필요한 총자산 규모’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7.5%가 4억~7억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8억~10억 원(23.4%), 10억~20억 원(11%)이라는 대답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돈은 실상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넉넉한 생활자금과 자산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준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노후 준비를 위해 얼마를 투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32.3%의 응답자가 월 20만~40만 원(20만~30만 원 14%, 30만~40만 원 18.3%)이라고 대답했다. 10만~20만 원이라고 답한 사람도 15.5%였다.이렇다 보니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산의 준비 정도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 노후에 필요한 총자산에서 현재 몇 %가 준비돼 있는지 물었더니 34.5%가 10% 이하라고 답했다. 거의 준비 돼 있지 않은 이가 의외로 많다는 의미다. 반면 50% 이상 준비돼 있다는 응답은 8.5%에 불과했다.다만 나이가 많을수록 준비 상황이 좋은 편이었다. 50대의 20.8%는 30~40% 준비돼 있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50% 이상 준비돼 있다는 응답은 23.6%였다.다수의 사람들이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노후 자금은 언제 전부 마련할 수 있을까. 은퇴 전에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39%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32.5%의 적지 않은 응답자가 힘들 것 같다고 대답했고,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이도 28.5%에 달했다.특히 나이가 젊을수록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응답자 중에선 30.8%만이 은퇴 전에 돈을 다 모을 수 있다고 답했고, 47.5%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직업별로는 아직 사회에 발을 들이지 않은 대학생(대학원생)이 가장 희망적인 답을 내놓았다. 절반이 훨씬 넘는 61.9%가 자신감을 내보였고, 힘들 것이라고 본 응답은 13.7%에 불과했다.한편 총 400명의 응답자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인 36.3%는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노후준비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노후 준비를 할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65.6%)’이다. 특히 남자(77.5%), 40대(90.9%), 기혼자(77.8%), 연봉 2000만 원대(69.9%)인 사람의 대답이 많았다.또 9%는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나이가 젊고(20대 13%, 30대 14.2%), 미혼(12.4%)인 사람 중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이들은 나중에라도 노후 준비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47.3%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특히 40대는 67.3%가 계획이 있다고 대답해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33.7%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을 것 같다’고 응답해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그리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기혼자의 경우 47.3%가 이렇게 대답해 현재의 생활이 녹록하지 않음을 간접 표현했다.노후 준비가 중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은퇴 시기가 크게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자꾸만 길어지는데, 직장에서의 퇴직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라는 단어가 바로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경기 침체로 앞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하지만 자신이 60세까지 일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예상 은퇴 시점을 묻는 질문에 36.4%가 60세라고 답했다. 61~65세(21.6%) 55~59세(15.6%)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또 70세라는 응답도 12.9%에 달했다.특이한 것은 나이가 젊을수록 은퇴 시기를 빠르게 잡는다는 점이다. 20대는 16.7%가 50세 이전 은퇴를 꼽은 반면 40대는 4.4%만이 50세 은퇴를 예상했다.이에 비해 기대수명은 절반 가까이가 80세(42.4%)로 보았다. 이는 최근 발표된 신생아 기대수명(79.6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70세, 85세, 90세라는 응답은 11% 수준으로 비슷하게 나왔다.‘노후’라는 화두는 인생의 마무리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노후를 그려볼 때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떠올리는 게 인지상정.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고 있을까.이에 대해 사람들은 건강(43.7%)과 가족의 행복(28.4%)을 꼽았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하게 오순도순 사는 게 최고라는 뜻이다. 물론 돈(15.1%)도 중요하고 직업적인 성공(7.7%)도 중요하다.건강을 원하는 마음은 나이가 많을수록, 소득이 많을수록 강했다. 20대는 29.9%가 건강을 첫손에 꼽아 가족의 행복(30.5%)보다 낮았지만, 50대는 절반 이상인 57.6%가 건강을 우선시했다.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곧 노후에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노후 생활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역시 건강(46.2%)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하지만 돈(28%)과 가족의 행복(15.6%)은 자리가 바뀌었다. 자기 계발(4.8%) 자녀의 성공(3.6%)을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은퇴는 곧 휴식을 의미한다. 젊은 날의 치열함은 잊어버리고 평소 꿈꾸던 삶을 그려보는 이가 많다. 그 보금자리가 될 거주지를 어디로 삼겠느냐는 질문에 43.6%가 살던 집에 그대로 살겠다고 대답했다. 고향으로 가겠다(27.4%)는 대답도 꽤 많았다. 유료 요양 기관(9.3%) 해외(7.5%) 전원주택(7.3%)을 꼽는 사람도 있었다.특히 젊은 층은 해외 거주에 대해 월등히 높은 선호를 나타냈다. 20대는 15.7%가, 대학생은 11.3%가, 미혼자는 14.8%가 해외로 나가겠다고 대답했다.보통 사람들은 은퇴 후 삶이 곧 ‘여유’가 되길 원한다. 아니나 다를까, 은퇴 후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9.4%가 ‘취미생활을 하며 여유를 즐기겠다’고 대답했다. ‘봉사활동 등으로 사회에 기여하겠다(20.2%)’ ‘창업·취업 등을 통해 경제활동을 계속하겠다(14.9%)’는 대답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노년층이 많이 하고 있는 ‘손자 양육(4.5%)’ ‘농업(0.5%)’ 등의 대답은 아주 적었다.이번 설문 조사는 12월 1일부터 닷새 동안 전국의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남녀 비율을 반반으로 나눴으며 20대부터 50대까지 각 연령별로 25%씩 안배해 신뢰도를 높였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 업체인 M&C리서치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