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노후 준비 설문 결과 대공개
#1. 구조조정이 일상다반사가 되다 보니 직장인의 은퇴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굳이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40~50대에 직장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이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이들이 비슷한 수준의 다른 직장을 구해 다시 월급쟁이로 살 수 있는 확률은 예전보다 훨씬 떨어졌다. 일자리는 줄고 경쟁자는 많아진 때문이다. 어떤 이는 사업을 하겠다고 하고, 어떤 이는 다른 길을 찾는다.#2. ‘2036년 노인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20%가 돼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50년에는 38.2%까지 치솟아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최근 국무회의에 보고한 통계다. 흔히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7%가 넘으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한국은 이미 지난 2000년에 7.2%를 돌파한 이후 7월 현재 501만 명으로 10.3%를 찍었다. 이대로라면 10년 후인 2018년부터 고령사회의 문턱을 넘게 된다. 미국이 72년 걸렸던 것을 우리는 18년 만에 해내게 생겼다.#3. 통계청은 12월 9일 ‘2007년 생명표’에서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이 남자 76.1년, 여자 82.7년으로 평균 79.6년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10년 전인 1997년에 비해 5.2년이나 길어진 것이다. 평균 100세 시대가 머지않았다.이 세 가지 현실을 한데 버무려 보자. 의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일할 기회는 줄고 있다. 경기가 나빠 월급쟁이, 자영업자 할 것 없이 상황이 좋지 않다. 게다가 우리가 몸담은 사회는 일하는 사람보다 부양받을 사람이 많은 고령사회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현재 30세인 사람이 58세가 되는 2036년엔 초고령사회가 돼 인구 10명 중 2명이 노인인 나라가 된다.그때가 되면 노인들의 존재는 국가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수명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자신과 국가, 사회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자력으로 살 수 없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온 엄연한 현실이다. 생각보다 상황이 가볍지가 않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많은 이들이 이런 현실을 알아차리고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준비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이는 한경비즈니스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전국의 20~50대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잘 나타났다. 노후 준비 상황을 묻는 질문에 ‘노후를 위해 현재 경제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한 이가 전체의 63.7%에 달했다. 노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향후 준비를 하겠다’고 답한 비중이 47.3%였다. 노후 준비에 대해 고민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그렇다면 과연 얼마가 있어야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한 것일까. 우선, 보통 사람들의 기대 수준은 아주 높은 편이다. 노후 생활에 필요한 생활 자금으로는 월 200만~300만 원(36%), 총자산으로는 4억~7억 원(37.5%)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대 수준을 이렇게 높여서 응답한 사람들이 정작 목표치에는 10%도 닿지 못했다(34.5%)고 대답했다. 게다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노후의 생활 자금으로 기대할 수 있는 장치들도 소득대체율(은퇴 후 수입이 은퇴 전 수입의 차지 비율) 수준이 총 45.1%에 그쳐 ‘용돈 연금’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43%가 넘는 응답자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과 연금저축 등 사적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한다’고 대답했지만 실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해법은 통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단돈 몇 만 원 뺄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한 재무구조라고 하더라도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노후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기수 포도재무설계 서울지점장은 “현금흐름표와 자산현황표를 작성하면 새나가는 돈을 찾을 수 있고, 이를 노후 자금으로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먹고살기 빠듯해 노후 준비할 돈이 없다’는 소리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물론 노후 준비가 돈이 전부인 것은 아니다.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인 만큼 내면의 준비가 아주 중요하다. 노후에 할 일이나 취미를 찾는 과정도 간과할 수 없다. 자식의 앞길을 터주고 지켜보는 역할 역시 노후의 즐거움이다.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경제적 바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노인 문제의 절대 다수가 돈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준비하고 책임져야 한다. 더구나 미래의 고령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가혹한 세상일 가능성이 높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당신도 결국은 노인이 된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