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사상 최저…‘경제 살아날까’

한은, 파격적 금리인하

한국은행(한은)이 파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12월 11일 4%였던 콜금리를 3%로, 무려 1%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그 결과 콜금리는 1999년 콜금리 제도를 도입한 이후 종전 최저치 기록(3.25%)을 경신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금융 비상 사태(심각한 통화 신용 수축기)의 경계선에 와 있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하기도 했다.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는 경제 상황이 그만큼 악화됐으며 앞으로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bp나 인하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경기가 급속히 나빠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금리를 몇 번 나눠 인하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며 “앞으로 경기가 상당히 나빠질 것이 확실하다면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실제로 한은의 위기의식은 상당하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이 비상수단까지 동원할 것인가, 아니면 전통적인 수단에 머무를 것인가를 판단해야 할 상황에 와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전통적 수단인 금리의 추가 인하로도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비상수단까지 강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비상수단은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사들여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 방법은 이미 미국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발권력을 동원한 조치는 나중에 물가나 자산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그 대가를 국민 모두가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였다.파격적인 금리 인하로 시중 유동성이 과잉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답했다. 이 총재는 “금리가 너무 낮아 통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수준까지는 가서는 안 된다”며 “기준금리 연 3%가 그런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한은이 내놓은 유동성 대책은 기준금리 인하뿐이 아니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자금인 총액 한도 대출의 금리도 연 2.25%에서 1.75%로 내렸다. 이 총재는 “최근 두 달여간 통화 안정 증권을 중도 매입해 돈을 풀었고 은행채를 환매 조건부 방식으로 사들이기도 했다”며 “특정 부분을 대상으로 한은이 자금 거래하는 방식을 당분간 활발하게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문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시중금리를 얼마나 끌어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그동안 회사채와 CP 등의 시중금리는 몇 차례에 걸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여 왔다. 한은이 비판을 받아 온 것도 이 대목이었다. 금리 인하가 소극적이어서 시장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질책이었다.일단 시중금리는 내림세를 보였다. 금리 인하 발표 당일인 12월 11일 3년 만기 회사채의 경우 AA-급이 0.24%포인트 내린 8.62%로, BBB-급은 0.20%포인트 준 12.34%에 마감했다. 주택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0.69%포인트 하락한 연 4.75%에 거래를 마쳤다.시중금리가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폭에 비하면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만약 금리 인하로 회사채 금리가 예상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면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회사채 기피 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이 회사채나 CP를 직접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대목도 이 부분이다.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까지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쉽사리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 또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경제 살리기’의 불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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