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의 해결책 ‘인텔리전스’

누구를 만나건 온통 금융 위기 얘기뿐이다. 금융 위기를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선결 과제일 것이다. 발생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위기 발생 전까지 미국의 금융시장은 매우 안정적이었고 대부분의 경제지수도 대체로 양호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단 한 방에 미국 연방정부 및 금융회사, 투자자 모두 녹다운되고 말았다.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광범위하게 퍼져 나간 금융 상품에 대한 리스크를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 1차 상품의 경우는 숫자가 철저하게 관리되고 시장 리스크까지도 예측 가능하지만 불행하게도 파생상품은 그렇지 못했다.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까닭이다. 그 결과 현재까지도 금융 위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파생상품의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금융 파생상품은 1985년께 미국의 금융 공학도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보통 금융상품을 만들 때는 데이터를 수집해 수익률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을 해 본 다음 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풋 자료와 아웃풋 자료를 대입해 보면 그 결과를 미리 예상해볼 수 있는데, 이것을 하지 못했던 게 금융 파생상품이 가진 태생적 한계였다.또한 대부분의 금융상품들은 출시되기 전 개발 단계에서의 철저한 시뮬레이션 실행과 달리 일단 시장에 나오고 나면 위험을 감소시키는 헤지 기능이나 레버리지 기능 등의 위기관리 기능이 상실돼 버린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사실 금융권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 바로 정보기술(IT)이었다. 컴퓨터로 돈의 흐름을 빠르게 관리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금융거래의 편이성이 높아졌으며 인터넷 뱅킹을 통해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해졌다. 금융의 큰 틀을 바꾸는 데 IT가 지대한 공헌을 한 셈이다. 하지만 IT는 금융 트렌드 변화의 핵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서포트’ 이상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이처럼 속 빈 강정과 같은 금융과 IT의 중심에 ‘인텔리전스’가 결부돼야 한다. 인텔리전스는 콘텐츠에 해당하는 지식을 더욱 고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수익을 내거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정보로서의 역할과 함께 반드시 가치(value)를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인텔리전스의 개념이다. 이러한 인텔리전스는 단순한 통계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잘 짜여진 프레임워크를 통해 만들어진다.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 분석한 후에 도출되는 인텔리전스는 다시 수익 분석과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인텔리전스로 재탄생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진정한 의미의 인텔리전스로 진화한다.인텔리전스를 금융 및 IT와 결합하면 파생상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퍼져나가는 것도 관리가 가능해진다. 파생상품을 만들면 그것을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가져와 관리하고 트랜잭션 리포트를 분석하면 결과에 대한 예측도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의 수기 어음에서 전자어음으로 바뀌면서 어음의 흐름을 컨트롤하는 게 가능해진 것처럼 파생상품도 그렇게 될 수 있다.세계적인 경영학자로 꼽히는 피터 드러커는 “21세기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노동력과 자금에서 지식으로 이동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에 있어 IT는 금융 업무를 빠르게 처리해 주는 보조적인 수단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는 헤게모니로서 작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도화된 지식인 인텔리전스가 결합돼야 한다.하나금융지주 부사장(CIO)겸 하나아이앤에스 사장약력: 1965년생.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졸업. 미국 남가주대(USC) 석·박사(컴퓨터 사이언스). 2004년 하나은행 부행장보·CIO(현). 2006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현). 2008년 하나아이앤에스 사장(현).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