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요리에 빠져 있네

휘닉스아일랜드 ‘민트’

식객에게 최고의 요리란 무엇일까. 단연코 오감을 자극하는 맛, 온몸의 미세한 감각을 깨우는 맛을 만들기 위한 요리 고수들의 칼날은 오늘도 전쟁이다. 그러나 현명한 전략가는 지형지물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법. 장소의 특성을 요리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재료에만 집중하는 하수들의 도전을 허용하지 않는다.휘닉스아일랜드의 ‘민트’ 레스토랑은 ‘눈으로 먹는 요리’가 일품이다. 절경이라는 제주 섭지코지에서, 그것도 바다와 가장 먼저 만나는 곳에 있다. 가보지 않았다면 말을 하지 말자. 소심한 사람이라면 경치에 취해 음식 식는 줄 모를 것이다.인테리어라고 해봐야 공항 로비같이 높은 천장과 원목 계열의 은은한 바닥을 통째로 연결하는 대형 유리창이 둘러싸인 게 고작이다. 그런데 그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경치를 보고 있으면 잘 구성된 자연 다큐멘터리가 쉼 없이 연출되는 것 같다.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의 하늘과 바람, 그리고 성산일출봉이 식사하는 내내 동행한다. 동쪽을 향해 두 팔을 벌린 듯한 건물 외형도 볼거리지만 주방을 중심으로 양쪽에 포진된 홀 내부는 식탁 배열을 최대한 넓게 하여 편안한 동선을 확보하는 한편 극도의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경치는 좋은 데 먹을 게 없다”는 오해를 듣기 쉬운 이곳에서 경치와 요리의 무게중심을 잡는 사람은 총괄 조리장(Executive Chef)인 호시노 쓰토무(41) 씨다. 2003년부터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호시노 씨는 그동안 블루폰드, 시오리, 유리안, 와인펍 민트 등의 레스토랑을 거쳤다. 주로 청담동 일대에서 활약하던 그는 동아시아 퓨전 요리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레스토랑을 옮겨갈 때마다 함께하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그가 자부하는 퓨전 소스 맛은 요리학교의 잘 짜인 커리큘럼보다 요리 인생 23년 동안 부지런히 베트남 인도 홍콩 등 동남아시아 식당을 누비고 다니며 배운 현장에서 나왔다. 호시노 요리의 미덕은 요리에 현장의 느낌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점이다.‘민트’ 레스토랑의 다양한 메뉴들은 모두 해산물이 풍부한 제주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제주 현지에서 생산되는 재료들을 엄선해 가장 적확한 맛을 내려고 노력한다. 메뉴 구성에 해산물이 많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최고급 제주 한우와 압도적 크기의 대하구이 등으로 구성된 세트 요리는 호시노 조리장의 퓨전 소스와 어울려 일식과 양식이 적절한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점심은 3가지 세트 요리(2만 원에서 3만5000원)가 제공된다. 게살볶음밥이나 해물스파게티 등과 같은 밥과 면 종류는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이다. 식사가 부담스러운 오후엔 ‘콜드드립’ 방식의 커피(5000원)가 일품이다. 저녁은 4가지 종류의 세트 요리(4만9000원에서 9만9000원까지, 이상 VAT 별도)로 구성돼 있다. 디너 이용과 숙박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도 이용해볼 만하다.특급 레스토랑과 견주어 가격이 튀는 건 아니지만 선뜻 지갑을 열기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한 끼의 식사가 가지는 추억을 자장면이나 김치찌개의 가격으로 환원해 보는 건 어리석은 일. 성산일출봉, 우도 등 관광지와 연계성도 좋으니 제주에 가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찾을 만하다.영업시간: 11:30∼22:00(주말 23:00) 규모: 496㎡(100석)위치: 제주 섭지코지 휘닉스아일랜드문의: (064)731-7000(내선 7773)이강민·자유기고가 saladlee@hanmail.net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