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싱크탱크(Think tank)’는 본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국방 전략을 ‘논의(think)’하던 ‘안전한 공간(tank)’을 뜻하는 용어였다. 최고의 고급 장교들이 모여 적군을 섬멸하는 작전을 그리던 전략의 심장부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제는 ‘두뇌집단’ 혹은 ‘정책 공장’, ‘아이디어 뱅크’ 등의 확대된 의미로 폭넓게 쓰인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사회 정책과 정치 전략, 경제, 과학·기술 이슈, 산업 및 기업 정책, 군사적 조언 등의 영역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조직 또는 기관, 기업, 그룹’으로 싱크탱크를 정의하고 있다.오늘날 싱크탱크는 기업과 국가를 움직이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싱크탱크에 모인 최고의 두뇌들은 수많은 도전과 선택의 기로에서 최선의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정책 대안과 희망을 만들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세계를 움직이는 초강대국 미국의 숨겨진 저력도 강하고 다양한 싱크탱크에서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내놓은 위기 돌파의 청사진, 세계 경영의 밑그림을 제공하는 것도 바로 이들이다.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훌륭한 싱크탱크를 갖고 있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 등 신흥국가들도 최고의 싱크탱크 육성에 아낌없이 자원을 쏟아 붓는다. 전 세계가 싱크탱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가 선정하는 ‘세계 30대 싱크탱크’에 국내 연구 기관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종연구소 등 세 곳이 ‘지역별 선두권 싱크탱크’로 선정되는데 그쳤다.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의 선진화,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한국형’ 싱크탱크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면 됐던 시대는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잘못 들면 낭떠러지다. 경제도 사회도 정치도 마찬가지다. 세계와 겨룰 수 있는 지식 두뇌 육성이 중요해진 것이다.한경비즈니스는 창간 13주년 특별기획으로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선정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싱크탱크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싱크탱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정부 출연 연구소뿐만 아니라 기업 연구소와 비정부기구(NGO) 연구소가 크게 늘어 싱크탱크의 유형도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싱크탱크의 숲’이 서서히, 그러나 뚜렷하게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이번 조사는 분야별 전문가 12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정부 출연 연구소와 기업 연구소, NGO 연구소의 연구원, 그리고 대학교수를 같은 비율로 구성했다. 외교·안보, 정치·사회, 경제·산업, 여성·노동, 과학·기술, 환경 등 6개 분야로 나눠 각 분야에서 최고 싱크탱크라고 생각하는 연구소 10개를 우선순위대로 답하도록 해 순위를 산정했다. 다만 과학·기술 분야는 연구 영역이 다양하고 연구 성과의 단순 비교가 쉽지 않다는 특성을 감안해 연구비 규모를 기준으로 선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이번 설문 조사는 각 분야별로 나눠 진행됐으며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는 각 분야 상위 연구소들을 뽑은 것이다. 100대 싱크탱크에는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구소 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외교·안보 10개, 정치·사회 20개, 경제·산업 40개, 여성·노동 10개, 과학·기술 10개, 환경 10개를포함시켰다. 이를테면 외교·안보 분야의 경우 설문 조사 결과 1~10위까지 10개 연구소가 100대 싱크탱크에 들어갔다.100대 싱크탱크의 설립 연도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1990년대 설립된 연구소가 30개로 가장 많았고 1979년 이전 설립 26개, 2000년 이후 설립 25개, 1980년대 설립 19개 순이다. 이를 연구소 유형별로 나눠 보면 새로운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1979년 이전에는 정부 연구소(정부 출연·공기업 연구소 포함)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1980년대 들어서면서 기업 연구소(연구소 기업, 업종 단체 연구소 포함)가 급증했다. 반면 1990년대 이후에는 기타 연구소(대학 연구소, 시민사회단체 및 공익 연구소 등)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싱크탱크의 중심축이 정부(1980년대 이전), 기업(1980년대), 시민사회 부문(1990년대 이후)으로 차례로 옮겨간 것이다. 이는 싱크탱크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한경비즈니스는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뿐만 아니라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한다. 이는 국내 싱크탱크의 지형도를 보여주자는 의도다. 싱크탱크가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다.장승규 기자 skj@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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