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머니트리·대우증권 캠페인
경기도 부천에서 유통업을 하는 자영업자 A(38) 씨는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기자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사로부터 외상으로 물건을 지원받아 상당히 많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 매출을 위한 영업자금 중에는 본사에 갚아야 하는 물건 값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후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 매출이 더욱 늘어나면서 본사의 지원 역시 더 많아졌고 그에 따른 매출 달성의 부담 또한 점점 커져갔다. 매출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사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A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업 자금을 필요로 했고 결국 또 다른 회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A 씨는 늘어난 사업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직원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결국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점차 감소했다. A 씨는 아직도 재무제표보다는 본인의 감에 의존한 사업을 하고 있다.누구든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고 판단되면 가장 먼저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내야 한다. 초기 자금 부족은 현물 지원이라는 이름의 부채를 만들어냈고, 지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약속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영업비의 증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결국 또 다른 자본을 필요로 한다. 결국 계속되는 본사의 지원과 함께 많은 매출액과 더 많은 영업비용의 증가가 외형상의 사업 규모를 키우지만 소규모 자영업자가 감당하기에 벅찬 어느 순간이 되면 과도하게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터져버리게 된다.영등포에서 또 다른 소규모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자영업자 K(43) 씨는 많은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상당히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에게는 부채도 거의 없으며 자신의 능력에 맞는 사업이 아니면 결코 관심을 갖지 않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직원을 채용하는 일도 전혀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를 그 혼자서 해결한다. 가끔 부인이 회사의 업무에 참여하는 정도가 그를 도와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 그는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타격이 적다. 취급하는 상품이 경기에 크게 민감한 상품은 아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어려울 때는 이익이 많이 줄어든다. 그에게 이익이란 가계의 소득이다. 그는 회사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영업이익과 가계의 소득을 구분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 그는 집에서 쓰는 통장과 사업에 쓰는 통장이 구분돼 있지 않다. 모든 자산을 자신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 한군데 모아서 관리하고 싶어 한다. 집에서 돈이 필요하다면 그때그때 통장에서 꺼내어 쓴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그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그의 사업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최근 매출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시장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그의 가계는 시장 위험에 100% 노출된다. K 씨는 여태껏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사업 전환에 대해 최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그동안 조금씩 차곡차곡 모은 돈이 제법 되기 때문에 부채 없이 자신의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K 씨의 전 재산이 사업에 투자되기 일보 직전이다.사실 위의 두 사람은 나이는 다르지만 자주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사이다. 두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관계로 만날 때마다 상대방의 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공격적인 사업 성향의 A 씨는 안정적인 성향의 K 씨에게 그렇게 사업을 해서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K 씨는 A 씨에게 그렇게 사업을 벌이다가 나중에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한다. 두 사람의 예처럼 공격적인 사업이 실패할 확률과 안정적인 사업이 실패할 확률을 논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자영업자들이 해야 하는 일은 스스로 악순환에 빠져들지 않도록 사업적 재무 분석을 실시하고 사업의 실패가 사랑하는 자녀와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가계의 재무 분석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작업이다. 자영업자라면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경제적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은 아닌지 생각해 보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란다.신영준·머니트리 VIP센터장/국제공인재무설계사 gom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