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 ‘공존’…‘냉정해져라’

12월 주식형 펀드 투자 전략

2개월 연속 유출됐던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이 유입으로 전환됐다. 실제 자금 유입 금액(11월 25일 기준)은 2919억 원 증가하며 일평균 182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자금 유출이 멈췄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이 국내 증시의 큰 변동성으로 인해 정체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12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회복 여부는 좋든 싫든 간에 여전히 미국에 달려 있다. 미국에서 비롯된 신용 경색과 경기 침체를 어떤 식으로 극복해 나갈지가 가장 중요하다. 일단 2009년 1월 20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직후 구제금융책을 포함한 종합 경기 부양책이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신용 위축과 경기 하강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것이 큰 틀인데 재정 지출 규모, 금융회사 구제 기준, 자동차 산업 지원 방식 등 세부적인 사항이 어떻게 정해질지가 관건이다. 현 정부와의 협의에 따라 취임 전이라도 경기 부양책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재정 지출 규모는 현재 3000억 달러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소극적인 재정 지출 및 통화 완화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졌던 대공황의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여론 압력이 높고 정권 교체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공격적인 경기 부양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부실화된 금융회사의 처리 기준도 관심사다.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준비위원회 총재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구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현재까지 구제금융 기준인 대마불사(씨티그룹이나 AIG와 같이 파산 시 금융 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는 대형 기관은 살린다)와 현금살포(돈의 양으로 유동성 경색을 완화한다)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신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출혈을 감수하는 적극적 구조조정을 유도하지는 못할 것이며, 이것은 구정부와의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시장에 안도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자동차 산업 지원 방식도 뜨거운 감자다. 오바마 당선인은 ‘백지수표’를 써주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해 왔는데,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파산을 그대로 방치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구조조정을 전제한 유동성 지원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며 이 역시 시장에 안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각국의 대규모 재정 지출로 인한 재정 적자 확대, 대마불사 정책이 조장하는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 자동차 산업 보호에 따른 전 세계 보호주의 확산 가능성 등 정책 방향에 대한 의문은 시장에서의 안도감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각국의 경기 부양책이 과연 경기를 부양 또는 방어하는데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을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의문은 경기 부양책 기대에 따른 주식형 펀드의 반등이 연속적이지 못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국내 상황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회복에 큰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핫 이슈로 떠오른 것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석유, 조선, 발전소 등의 사업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는 금융 기법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부동산 PF에 주로 집중됐다. 즉,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예상되는 미래 수익을 담보로 국내 금융회사가 대출해 주는 구조였다.이러한 PF는 신용 위기의 주범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와 비슷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신용이 좋지 못한 사람에게도 주택 가격의 100%를 대출해 줬다면 PF는 수익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집행됐다. 둘 다 주택 가격의 하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부동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증권으로 만들어 리스크를 확대시킨 점도 유사하다.국내 부동산 PF는 시행사, 건설사, 시중은행이 모두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시행사가 낮은 신용 등급이라도 이를 재무 상태가 견실한 건설회사가 보증해 주고 은행은 아무 문제없이 대출을 해주는 구조였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었던 시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융시장의 자금이 원활히 움직이지 않자 PF 부실화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결국 얼마 전 감독당국은 899개 저축은행 PF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해 ‘악화우려’ 12%, ‘주의’ 33%, ‘정상’ 55%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당국의 기준이 시장의 기준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단 실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PF 부실화 우려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뒤늦은 대응이지만 지금이라도 부실의 규모를 노출하는 것이 그러지 않는 것보다 낫다. PF 사업장 실사는 증권, 보험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돼 12월 말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된다면 전체적인 PF 관련 불확실성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2007년 3분기부터 악화된 실물경기지표는 2008년 1분기까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연말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가능성이 높고 기업들의 감원과 신용 이벤트 우려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의 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다. 또한 연말 결산을 맞아 각 경제 주체들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금융시장 경색이 강화될 수 있고 배당성향 불확실성과 높은 가격 변동성 때문에 배당을 노리는 기관 자금의 유입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그러나 추가 하락에 대한 저항과 저가 메리트 부각 가능성이 있어 일방적인 수익률 급락 흐름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구제금융 및 경기 부양에 대한 정책 기대감은 위축된 투자 심리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며, 미국 신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글로벌 정책 공조에서의 리더십이 부각된다면 수익률의 급반등도 가능해 보인다.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연속적인 흐름보다는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은 적어도 환매 수수료로 인해 3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 주식형 펀드에 기쁜 소식이 될 수 없다.당분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단기적으로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책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높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은 펀드 투자자의 입장에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할 것이다.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은 정책 당국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적어도 일반적인 경기 사이클상의 경기 침체가 아니라 신용 위기와 결합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대공황 또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공포를 완화해 주는 것이 경기 부양책의 진정한 목적일 수 있다.당국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주식형 펀드의 흐름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며 연말연초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부동산 금융과 관련된 부실 자산 처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 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관용정책(forbearance)에 대한 시장의 안도가 당장의 자산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부실 요인을 정리하는 것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12월엔 역시 냉정하면서도 보수적인 자세로 장기전에 대비하는 투자 전략이 바람직하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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