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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현대의 위기엔 새로운 스타가 뜨겠다. 1961년생, 만 47세의 두 미국 남자에게 세계경제가 달렸다. 바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그가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 연방은행 총재다.어느 나라든 재무장관의 힘은 막강하다. 미국에서도 당연히 그렇다. 사실상 세계의 돈인 ‘US달러’를 찍어내는 주체도 미국 재무장관이다. 한국은행 총재의 도장이 찍혀 발행되는 한국 돈과 다르다. 미국에는 장관을 챙기고 감독할 총리니 부총리니 하는 제도도 없다. 부통령이 있다지만 자리 성격도 그렇고 오바마의 러닝메이트였던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의 경력을 봐도 그가 경제 문제에 대해 나설 것 같지는 않다. 바이든은 외교 안보에 주력해 왔다.게다가 지금은 경제 위기 상황이다. 미국인들이 느끼는 심적 불안과 부담감은 가히 세계대전 때 못지않을 것이다.난세일수록, 위기가 심각할수록 대중은 새로운 지도자를 갈구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지금 미국이 그렇다. 물론 미국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전 세계가 눈귀를 집중하면서 미국을 바라본다.젊은 2인자, 신임 재무장관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일단 나쁘지 않았다. 국면이 국면인 만큼 한번 기대라도 해보자는 심리도 있을 것이고 “더 나빠지기야 하겠느냐”라는 막연한 희망론도 깔려 있을 법하다. 1년 전 한국의 대통령 선거 때도 봤던 대중심리다. 그에 대한 시장의 일차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재무장관 지명 소식이 처음 전해지던 당일 주가가 6.5%씩 오르면서 증권시장은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그러나 그의 실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전대미문의 워낙 큰 위기이다 보니 딱 부러지는 처방 방안도 현재로서는 없어 보이고, 그런 와중에 경제는 계속 나빠지는데, 누군가 신선한 인물이 나와 카리스마를 발휘해 이 위기를 극복해 줬으면 하는 대중의 바람이 환영 박수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냉정한 판단이다.가이트너는 잘 해낼까.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면에서도 솔직히 보자면 ‘약발 떨어진’ 일부 우리 장관보다 그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도 미국 경제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그의 생각, 그의 행보, 그의 인맥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대는 크지만 우려도 있다. 그가 당장 해야 할 일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에게는 대략 다음과 같은 숙제가 주어져 있다.총 7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의 효과적인 지원 방안이 첫 번째 숙제다. 모자라면 공적자금을 더 조성할 것인가. 사실상 침몰한 미국 자동차 3사에 대한 지원도 당장의 핫이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뒷정리도 난제다. 경제가 어려우면 부실은 더 늘어나게 돼 있고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주택 압류는 늘어난다. 이를 해소하라는 압력은 어떻게 풀까. 주택 구입자 지원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별도로 8000억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국제금융에서는 주도적 역할을 어떻게 계속할 것인지, 국제금융 시스템도 손댈 것인지, 특히 중국 위안화는 어떻게 다뤄 나갈 것인지,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금융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는 프랑스 등을 어떻게 상대할지도 관심거리다.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경기 부양 방식이다. 최근 국제경제의 흐름과 미국 사정을 보면 ‘J의 공포(실직)’가 현실적으로 가장 큰 난제인데 일자리 창출은 순조로울까. 이 과정에서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세금과 노동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전 거리다.그를 키워준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선임 경제보좌관 내정자와의 관계가 변수가 될 것 같다.가이트너는 11년 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집행하면서, 최근에는 한·미 간 300억 달러 통화 스와프 체결 건으로 우리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묘한 호기심마저 생긴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