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직격탄’…저유가도 한몫

위축되는 청정에너지 투자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 열풍도 금융 위기의 한파를 비켜가진 못했다.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과 관련 설비에 대한 투자는 과거 몇 년 동안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지난 3분기엔 전 분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시장 분석 회사인 뉴에너지 파이낸스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털과 사모 펀드 투자는 44억 달러로, 2분기의 58억 달러에 비해 24% 감소했다. 영국 회계법인 BDO 스토이 헤이워드의 파트너인 브렌트 골드만 씨는 “시장 전체에 걸쳐 활동이 둔화되고 있다”며 “점점 더 많은 펀드가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청정 기술에 대한 투자는 지난 4년간 고유가와 기후 변화 및 에너지 안보 등에 대한 위기의식 고조 등의 영향으로 지난 4년간 급등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은 낮아졌고 정부도 이 분야에 대한 보조금을 늘려 왔다. 그러나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인 많은 청정에너지 기술 회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3분기에 증시에서 조달한 신규 자금은 26억 달러로, 전 분기의 49억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신규 자금도 대부분 주식 발행보다는 전환사채(CB)를 통해 조달한 것이었다. 3분기에 있었던 가장 큰 증자 건은 프랑스 재생에너지 회사인 EDF에너지가 7억3400만 달러를 조달한 경우다. 그리고 뉴에너지 파이낸스가 집계한 가장 큰 기업공개(IPO) 사례는 캘리포니아 에너지 효율화 전문 회사인 에너지리커버리사의 IPO였다. 기술 개발 투자가 아니라 새로운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3분기 설비 투자를 위해 조달된 자금은 190억 달러로, 2분기의 230억 달러에서 17%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분야는 그동안 많은 중공업 회사들에도 새로운 사업 확장 기회로 각광을 받아 왔다. 지난해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1480억 달러에 달했다. 인수·합병(M&A)과 바이아웃까지 포함할 경우 2050달러까지 늘어난다. 올해의 대표적인 M&A 사례로는 스코티시 앤드 서던 엘렉트리시티(SSE)사가 아일랜드 풍력에너지 회사인 에어트리시티사를 14억5000만 유로(22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은 올 여름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원유 값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필요성 등에 의해 가열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회사들의 재생에너지 분야 진출 열기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자본 비용이 높은데다 신용 경색으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줄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유가 폭락도 한몫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할 때는 대체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싼듯했지만 유가가 50달러대로 떨어진 현재는 훨씬 비싸게 보인다. 석유회사 BP의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지금은 리버스톤 홀딩스라는 회사의 임원을 맡고 있는 로드 브라우니는 “그동안 재생에너지 분야에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활동들이 있었고 지금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성공 가능성이 적은 사업들은 조만간 접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70년대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1970년대 오일 쇼크가 일어나자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이 붐을 이뤘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원유 가격이 떨어지자 상당수 회사들이 좌초됐고 이들 회사들의 기술은 20여 년간 사장돼 왔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마찬가지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은 1980년대와 많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전(前)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이자 2006년 기후 변화 경제학에 대한 기념비적 연구인 ‘스턴 보고서’를 낸 니콜라스 스턴 경은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와 저탄소 경제로 이행해야 할 필요성, 그리고 에너지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청정 기술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가 10년 정도 이어지지 않는 한 청정에너지 투자 감소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에너지 파이낸스의 마이클 리브라이히 최고경영자(CEO)는 “(금융 위기 여파 등으로) 6개월 정도 공백기가 있겠지만 그 이후엔 투자가 재개될 것”이라며 “청정 기술 사업에 대한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박성완·한국경제 기자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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