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문화의 만남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활동이나 지원자’를 뜻하는 프랑스어 메세나(Mecenat)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그 중요성에 대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메세나 활동은 이타적인 목적에서 문화 및 사회 분야를 지원하는 것으로 주로 문화재단, 후원회, 협회가 문화 예술, 학술과 더 나아가서는 스포츠에 이르는 방대한 분야를 지원하는 사업을 총칭한다.따라서 메세나 활동의 근본적인 의의는 기업들이 조건 없는 문화 지원 활동을 통해 문화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삶의 질을 한층 높이는 사회 공헌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이와 같은 의미를 넘어서 ‘기업 이미지의 제고’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중요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전개된다. 문화 예술이 가지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마케팅 활동이 추가되면서 메세나는 새로운 예술 경영의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이제 기업은 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타 기업보다 단순히 ‘잘하는 것’이 아닌 ‘보다 뛰어나야’만 한다. 기업은 예술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을 수 있고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성공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국내에서 기업 메세나 활동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단순히 문화 예술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서 문화 예술 지원 사업을 프로젝트화해 문화 브랜드를 내세우기도 한다. 현대자동차는 2007년부터 문화 예술 지원 활동을 총칭하는 문화 브랜드(H·art)를 만들어 예술의전당의 공연·전시를 비롯해 국내외 우수한 공연, 전시 및 예술가를 후원하고 있다.또한 KT&G는 ‘상상마당’이라는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시작해 예술 영화관, 라이브 공연장, 갤러리 등을 운영하며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대중친화적인 고품격 이미지의 문화 마케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BC카드는 문화 멤버십 제도인 ‘프라운지 서비스’를 전개, 공연 할인 서비스와 문화 정보 교류의 장을 제공해 ‘프리미엄’한 문화 서비스 체험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이처럼 다양한 문화 지원 활동은 소비자에게 친문화적이고 창조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 방안으로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이 소프트웨어 후원뿐만 아니라 극장, 갤러리와 같은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랜드마크와 같은 유명 건축물이나 장소를 이용해 기업의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문화 예술 활동과 기업 경영의 접목은 적지 않은 초기 비용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과 보다 높은 근원적인 끈, 즉 신뢰를 형성하게 만들고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 또 문화 예술 지원 활동을 통해 한번 업그레이드된 기업 이미지는 충성 고객을 지속시켜 주고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매출 증대에 기여한다.기업이 문화 예술을 지원하면 기업과 감성 코드가 맞는다고 확신하는 고객들은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후원하고 격려하기 때문에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품이나 서비스, 더 나아가 기업의 이미지를 품위 있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회에 바람직한 활동을 하는 기업은 종업원의 애사심과 사명감을 고취,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조직 문화를 선도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후원 차원의 단순한 문화 예술 지원에서 더욱 확대돼 사회에 공헌하는 마케팅의 개념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예술의전당 사장약력: 1941년 충남 서천 출생. 59년 경기고 졸업. 63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75년 LG화학 함부르크 지사장. 78~99년 LG상사 근무. 2007년 정헌장학재단 이사. 2008년 예술의전당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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