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이 아니라 행복을 팝니다’

아나운서는 그야말로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꿈의 직종’이다. 특히 여대생들에게 ‘아나운서’란 가장 되고 싶은, 가장 닮고 싶은 자신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전문 방송인으로서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나운서의 자리는 그만큼 매력적이다.6년 전 베테랑 아나운서로 남다른 인기를 구가하던 아나운서 정미정은 그 꿈같은 자리를 스스로 물러났다. 여느 인기 아나운서들처럼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묻는 게 왜 방송을 그만두었냐는 거예요. 방송사를 그만둬도 방송은 그만두지 못하는 게 바로 아나운서들이니까요. 하지만 전 안주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 자신에게 도전하고 싶었고 좀 더 저다운 일을 하고 싶었죠. 그리고 이왕이면 성공하고 싶었고요.”그녀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출연한 기업인에게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게 계기가 됐다. 방송에 임하는 그녀의 열정과 재능, 사람을 포용하는 따뜻한 성품에 매료된 그 기업인은 그녀에게 자신의 회사에서 재능을 발휘하지 않겠느냐고 제의했고 그 끈질긴 제의에 그녀는 결국 14년간 몸담았던 방송을 그만뒀다.그 후 6년. 아나운서 정미정은 아나운서란 이름을 떼고 오직 ‘정미정’이란 이름 하나 만으로 이롬라이프, 알로에마임 등의 중견 기업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았다. 각 대학과 기업에서 ‘자기창출 전략’ 등의 특강도 했고 회사에서는 재무, 인사, 교육, 영업 컨설턴트 등을 담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직접 일선 방문판매 현장에 나서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어떤 사람들은 왜 당신이 그런 일까지 하느냐며 묻기도 했죠. 화려한 방송의 세계에 몸담았던 과거를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요. 하지만 새로운 일을 하려면, 변하고 싶다면 그때까지의 자신을 완전히 버려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처럼 과거의 명성에 기대기 쉬운 이들은 더 철저하게 자신을 버려야 하죠. 물론 그만큼 전문성도 더 쌓아야 하고요.”그녀 자신도 전문성을 쌓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지식을 채워 줄 많은 책을 읽었고 깨달음을 안겨 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소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면 할수록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가지는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됐다. 특히 방문판매 형식의 유통이 가지는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다.그리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그녀는 또 한 번 새로운 자신에게로의 도전을 시작했다. 주식회사 이든네이처를 설립한 것이다. “이든네이처는 이든(eden)과 네이처(nature)의 합성어예요. 5개월을 고심한 끝에 제가 직접 지었는데 이든은 에덴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한글로 ‘이로움이든=이든’이라는 뜻이기도 한데 이 ‘이든’과 자연이라는 뜻의 ‘네이처’를 합쳐 만든 이름이죠. 이름 잘 지었다는 칭찬 많이 들었어요.(웃음)”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녀의 행로에 걱정을 아끼지 않았다. 아나운서를 그만둘 때도 그러했듯이 말이다.건강식품 분야에도 다양한 사업 아이템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그녀가 주목한 건 바로 슬로 푸드다. 슬로 푸드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와는 반대의 개념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조리한 음식을 말한다.“김치 고추장 된장 청국장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 식품들이 바로 대표적인 슬로 푸드예요. 슬로 푸드는 노화 방지와 같은 슬로 에이지, 즉 천천히 늙고 싶다는 인간의 꿈을 도와주죠. 우리 회사의 모든 제품들은 21세기의 건강 키워드로 떠오른 발효 전문 제품들로 구성돼 있어요.”서울대와 건국대 교수진으로 이뤄진 연구·개발(R&D)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발아 쥐눈이콩 및 녹황색 채소를 발효 자연 건조해 만든 ‘이든발효생식환’과 발아곡물류 및 해조류 등 48종의 국내산 원료를 발효해 만든 ‘이든발효생식온기’ 등이 (주)이든네이처의 주력 제품들이다.“모든 식품은 그 재료가 우수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전 우리 제품 원료의 생산지들을 일일이 방문해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곤 해요. 저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죠.”전문성 못지않게 여성이라는 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라는 점이 건강식품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회사가 제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제품이 아니라 꿈을 파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건강하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덜 늙고, 더 아름다운 ‘슬로 에이지 라이프(Slow age life)’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얘기죠.”그녀가 휴먼 커뮤니티 경영 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건강하고 행복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조직 문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이든네이처의 사무실이 여느 오피스 공간과 달리 전체 공간이 흡사 카페테리아처럼 유려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이처럼 전체 인테리어 구상부터 회사 네이밍, 벽지나 벽면에 걸린 CI 도안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미정 CEO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게 없다. “제가 좀 열성적이긴 하죠. 특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은 즉각 해치워야 직성이 풀려요. 그러다 보니 우리 회사 직원들은 저보고 성격 급하다고 타박하기도 해요.(웃음)”하지만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그 행동력이야말로 오늘의 그녀를 있게 한 원동력임을 회사 직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가끔은 직원의 넥타이 컬러까지 지정해 주는 그녀의 섬세한 참견을 직원들은 모두 반기는 분위기다. 그래서 그녀의 공간에는 늘 웃음이 넘친다. 사람들의 온기가 넘친다. 그 정서적인 따뜻함이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로까지 이어진다.얼마 전에는 바쁜 와중에 ‘정미정이 제안하는 21세기 여성의 에너지-진화’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녀는 많은 여성들에게 ‘도전’하고 ‘전진’하고 ‘진화’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제가 많은 분들에게 얘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종이를 줍는 일을 하더라도 자신만의 일을 가져라’는 것이에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물론 그중에서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해 매진한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믿고 있어요. 저 또한 앞으로도 계속 제가 꿈꾸는 일에 도전할 거예요. 두려움을 넘어서 도전하고 진화해가는 저 정미정을 지켜봐 주세요.”KBS아나운서 출신 CEO 정미정약력: 1966년 전남 광주 출생. 1989년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1989년 KBS 16기 공채 아나운서. ‘가요 톱10’, ‘도전주부가요스타’, ‘독점여성’ 등 다수 프로그램 진행. (주)이든네이처 대표이사(현).김성주·자유기고가 helieta@empal.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