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하지 않기’가 성공보다 중요

자영업 체질개선 (9) - 창업보다 수성

2005년 이후 자영업 분야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집중되면서 다양한 지원 정책들이 수립됐다. 정책적인 목표에 차이가 있다면 신규 창업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보다 기존 사업자들의 경영 여건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 분야의 과다한 진입으로 인해 발생되는 전반적인 매출 부진 현상을 해결하려면 지속적인 창업 육성 정책만으로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그러나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 사업을 운영 중인 자영업의 수를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진입을 가로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이제는 불황이 장기화되고 단기간 내에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위 버텨 내는 것이 최선의 과제가 됐다.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경영 지원이 필요하고 업종 전환, 폐업 등의 과정이 창업보다 더욱 중요한 과정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이 시점에서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사업자들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해 보자. 이는 기존 사업자들뿐만 아니라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는 예비 창업자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현재의 점포를 정리하거나 업종을 바꿔 전혀 다른 분야의 사업을 시작하려는 경우 자발적인 선택을 한 이를 찾기가 어렵다. 점포 운영이 벽에 부딪쳐 자신의 능력으로는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언젠가의 재기를 위해서는 폐업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또 다른 실패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업이나 업종을 전환할 때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을 정리해 봄으로써 또 다른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 폐업 혹은 업종 전환에 꼭 해야 할 사항에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다.첫째, 폐업이 과연 현재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인지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한 번 고민하라는 점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대단히 중요한 점이다. 폐업은 사업자에게 현재의 상황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최종 선택이다. 따라서 반드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한 번의 실패는 또 다른 성공의 주요 밑거름이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실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하는 사업자도 많다. 다음번 사업에서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느낌을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 입지 조건이 좋지 않고 입지와 업종 궁합도 맞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과감히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업종이나 입지로 인한 이유보다 사업 운영 면에서나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잘 분석해 검토한 뒤 최종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둘째, 폐업의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해 보라는 점이다. 설문 조사를 비롯한 많은 연구 결과들을 보면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이유로 대개 경기 침체, 원자재 값 상승, 환율 변동, 경쟁 업체 증가 등 외부 요인을 제시한다. 물론 이들 요인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분석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객 서비스를 비롯해 제품 및 서비스 판매에 필요한 경쟁력 확보 등 사업자 자신에서 비롯된 내부 요인에 대한 평가가 다시 한 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결과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그 원인이 사업 자체에 내재돼 있지 않다면 근본적인 원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사업이 내 성격이나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는지, 지속적으로 재투자가 필요한 사업 구조 때문이었는지 등을 고민하라. 이 경우라면 다른 업종을 선택할 때에도 같은 사항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 한다. 수익성이 좋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업종이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시작부터 또 다른 실패를 준비하는 것에 불과하다.셋째, 심리적·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라는 점이다. 한자리에서 10년 넘도록 사업을 하면서 계속해 업종을 바꾸는 사업자가 있다. 이 경우 사업자는 자신의 점포에 매몰돼 한발 물러선 자리에서 여유 있게 사업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가지 사업에 전력투구하다가 결과가 좋지 못해 정리하는 경우라면 짧은 시간이라도 사업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보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그 사업을 운영해 본 사업자일수록 사업 현장에 대한 자신만의 고집이 강한 경향을 보인다. 열린 자세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패의 근본적 원인이 외부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라 사업자 본인에게 있음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넷째, 반드시 확실한 무기를 확보하라는 점이다. 사업을 정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해당 업종의 근본적인 장단점을 파악해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즉, 그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건이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외식업이라면 음식 맛은 기본 중 기본이다. 프랜차이즈의 명성, 입지, 인테리어, 서비스 등 사업의 성공을 완결시켜 주는 다른 부분도 많이 있겠지만 근본이 미흡함을 감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 사업을 정리하고 다른 사업을 준비할 경우에 그 사업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무기를 확보한 다음 사업을 시작하도록 하자.마지막으로는 효율적인 자금 회수와 투자를 기획하라는 점이다. 폐업을 하게 되면 창업할 때 투자한 비용의 전액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권리금을 포함해 절반 정도만 회수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특히,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정리하는 경우라면 권리금의 많은 부분도 포기해야 한다. 시설비 역시 마찬가지다. 컴퓨터와 각종 전자 및 기계 장치들은 시간이 경과하면 감가상각으로 인한 자연적 가치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본인이 최종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비용, 그리고 그 비용을 바탕으로 다시 투자할 수 있는 범위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폐업 과정은 실책을 최소화하는 야구 경기와 비슷하다. 잘 막아내는 것만으로는 경기에서 절대 이길 수 없지만 반대로 아무리 공격력이 좋아도 수비가 허술하면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고 만다. 모두가 어려움을 말하는 시기다. 지금은 승리를 목표로 하기보다 패배를 막아내는 과정에 집중해야 하는 때일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월 21일자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창업자들은 대개 남의 점포를 빌려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항상 점포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사업이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주인이 무리하게 월세를 올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계약이 끝나면 나가라고 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상가가 경매에 들어가 보증금을 떼이지나 않을까 등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있다.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임차인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함으로써 안정적인 영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존재한다.임차인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상가 건물의 환산 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여야 한다. 환산 보증금은 보증금에 월세 환산액(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월세×100)을 더한 금액인데, 표와 같이 범위가 확대돼 보다 많은 사업자들이 이 법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또 사업자 등록을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 두어야 한다.김상문·세무법인 정상 파트너 세무사 taxsolve@hanmail.net서정헌·넥스트창업연구소장 nachla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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