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상품 경쟁…맞춤형 서비스 ‘인기’

이민 관련 비즈니스 ‘붐’

해외 이민이 많아지면서 이주 알선 업체 등 관련 비즈니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민은 생활의 터전을 낯선 타국으로 옮기는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성공 이민을 위해서는 그만큼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확한 현지 정보 습득에서부터 복잡한 이민 서류 준비, 이삿짐 운송까지 모두 혼자 처리하기는 벅찬 일들이다. 맞춤 서비스와 고객 만족을 앞세우며 한해 2만 명대로 늘어난 해외 이민 수요를 잡기 위해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이민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은 바로 각종 ‘이주공사’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해외 이주 알선 업체’로 분류된다. 상호에 ‘공사’라는 명칭이 들어가 있어 오해하기 쉽지만 정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기업체들이다. 1960~70년대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인력 송출 사업을 맡은 데서 유래했는데 1995년 이후 ‘이주공사’라는 상호의 신규 등록은 금지됐다. 이 때문에 회사 이름만 보고 해외 이주 알선 업체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은 이민자 모집에서부터 각종 신고 대행, 출입국 수속, 현지 정착 지원까지 해외 이주와 관련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이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 이주 알선 업체들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1999년 해외 이주 알선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것도 이런 추세에 한몫했다. 2001년 초 외교통상부에 등록된 해외 이주 알선 업체는 50개 남짓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무려 173개에 달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부실 업체의 난립으로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해외 이민은 알선 업체와의 분쟁이 잦은 분야 중 하나다. 이민 허가 등 각종 수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거나 투자 이민이나 취업 이민의 경우 막상 가보니 애초 약속과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거액의 알선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데다 일생이 걸린 중대한 선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체 선정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외교통상부는 피해 예방을 위해 ‘해외안전여행사이트(www. 0404.go.kr)’에 해외 이주 알선 업체 등록 현황을 공개해 소비자들이 직접 조회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영업정지 업체와 휴업 및 폐업 업체 현황도 올라와 있다. 해외 이주 알선 업체들은 3억 원 한도의 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다. 분쟁이 발생해 보험 혜택을 보려면 해당 업체가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곳인지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업계 단체로는 한국국외이주알선협회가 활동 중이다. MCC, 신세계이주공사, 고려이주개발공사 등 20여 개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이 협회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충호 하나이주개발공사 대표는 “외교통상부에 등록된 업체는 170여 개에 달하지만 실제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은 극소수”라며 “소비자 피해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선두권 업체를 중심으로 협회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회원사 모임을 수시로 열며 다양한 소비자 피해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업체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서류를 접수하고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 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르는 게 값이던 알선 수수료도 업무량과 국가별 이민 정책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고 있다.업체별 전문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정 대표는 “이제는 자신만의 주력 분야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미국 취업 이민을 해도 3순위, 그중에서도 비숙련직에만 주력하는 식으로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해외 이민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로펌(법무법인)들까지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이민 수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법률적 문제를 처리하는데 전문성을 갖춘 로펌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또한 현지 사업체 인수 등 철저한 법률 검토를 수반해야 하는 투자 이민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기존 해외 이주 알선 업체들은 해당국의 현지 변호사에 의뢰해 법률적인 문제를 처리하지만, 로펌들은 자체적으로 미국 변호사 등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신뢰성에서 앞선다”고 설명한다.로펌들에게 해외 이민 시장은 일종의 블루오션이다.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기존 법률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 분야에 가장 먼저 주목한 곳은 법무법인 한울이다. 지난 2002년 국내 로펌 중 처음 이민팀을 만들어 시장 공략에 나섰다. 물론 로펌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사업 내용은 일반 해외 이주 알선 업체와 거의 동일하다. 이민 분야 법률 자문을 하는 로펌들도 외교통상부에 해외 이주 알선업 등록을 따로 해야 한다.법무법인 한울 이소연 실장은 “많은 로펌들이 이민 시장의 잠재력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뚜렷한 특화 상품이 없으면 경쟁이 어렵다”고 말했다. 가족 초청 이민이나 단순 취업 이민처럼 누구나 처리할 수 있는 분야만 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특화 상품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한다.법무법인 한울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투자 이민 프로그램을 독점 운영하고 있다. 지역 경제가 낙후한 이 지역에서 젖소 구입과 목장 설비 등에 가구당 50만 달러를 투자할 경우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형태다. 2005년 6월 1차로 4가구가 처음 투자 이민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현재 14차 프로그램까지 진행한 상태다. 법무법인 한울은 이 프로그램에 따른 투자 이민 영주권 수속 및 법률 자문의 독점권을 따냈다.2004년 설립된 국내 첫 이민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베스트도 해외 이주 시장의 개척자다. 이곳은 이민 상담부터 시작해 모든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철저한 법리 자문을 해주고 이주 후 설계까지 가이드 하는 토털 케어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법무법인 베스트 관계자는 “기존 이주 알선 업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추진하다 사고가 터지면 막상 법률적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베스트는 국내로 이민을 오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민 업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법무법인 시공은 ‘해외이주센터’를 개설해 투자 이민 분야를 특화해 나가고 있다. 해외 투자 및 자문 업무에 대해 폭넓은 경험을 쌓은 미국 변호사들과 국내 변호사들이 미국 투자 이민·비자 전담팀을 구성해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법무법인 시공은 필라델피아 특수 지역 투자 이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인구 2만 명 이하의 농촌 지역이나 전국 평균 실업률 150% 이상인 고실업 지역에 50만 달러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법무법인 시공 관계자는 “투자 이민의 경우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영주권 발급까지 최소 5년 이상 장기적으로 의뢰인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민을 갈 때 빼놓을 수 없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해외 이사 업체를 고르는 일이다. 소규모 이사 업체들이 난립해 있지만 믿을 만한 정보를 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활동 중인 해외 이사 업체 수가 대략 12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이사 업무를 하려면 ‘복합운송주선업’ 면허를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추정한 수치다. 해외 이사 업체가 대부분 가입하고 있는 한국국제물류협회의 회원 수만 해도 760여 곳에 이른다.이처럼 해외 이사 업체가 많은 것은 신규 진입이 쉽기 때문이다. 한 해외 이사 업체 관계자는 “책상과 전화, 경리 한 명만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대부분 국내 이삿짐 센터에서 물건을 싸주고 복합운송주선업체가 해외 통관 업무를 대행하는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단체로는 한국국제물류협회 외에 17개 선두권 업체가 모여 설립한 한국해외이주화물협회가 있다.해외 운송은 큐빅미터(Cubic Meter)라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m인 정육면체에 해당하는 가상의 공간을 견적 단위의 기본으로 삼는다. 이삿짐이 컨테이너에 실려 가기 때문에 부피에 비례해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다. 운송비용과 운송 시간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해외 이사 업체들은 마케팅 수단으로 인터넷을 가장 선호한다. 한정된 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비교 견적을 제공하는 사이트도 쉽게 찾을 수 있다.지난해 현대해운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이주화물협회(FIDI-FAIM)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이 업체는 미국과 캐나다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세계 140개국의 파트너사와 함께 북미 오세아니아 유럽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6개의 해외 지역별 총괄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비스 연구개발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계약에서 배달 완료까지 실명제를 시행한다. 또한 남는 물건을 아름다운 재단이 운영하는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환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최근에는 단순한 화물 운송이라는 개념을 뛰어 넘어 사람과 생활 터전의 이동에 초점을 맞춘 ‘리로케이션(relocation)’ 서비스를 내세우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리로케이션 업체인 무브원(Move One)은 지난해 국내에 진출해 일양익스프레스와 합작으로 ‘일양무브원’을 설립했다. 이 업체 신상훈 부팀장은 “리로케이션은 단순히 이삿짐을 운송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택 구입, 시내 오리엔테이션, 계좌 개설 등 현지 정착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고객 맞춤형 종합 이주 서비스’”라고 설명한다.지난 6월 정부가 투자 목적의 부동산 취득 한도를 폐지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가 붐을 이루고 있다. 최근 미국 주택 시장 붕괴로 촉발된 금융 위기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지만, 오히려 지금이 미국 부동산을 싼값에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 미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몇몇 지역에서는 가격 반등이 가시화되고 있다.가장 인기 있는 투자 대상 지역은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다. 단순 투자 목적도 있지만 상당수가 이민과 연계된 투자다. 특히 올해에는 미국 부동산 투자 설명회가 줄을 잇고 있다. 자국 시장 위축으로 판로를 찾기 어렵게 된 미국 부동산 업체들이 한국에서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활동 중인 해외 부동산 투자 컨설팅 업체들은 크게 국내 업체와 외국계 업체로 나눌 수 있다. 외국계는 전 세계에 체인망을 갖춘 글로벌 부동산 업체의 한국법인 형태다. ERA코리아, CBRE, 콜드웰뱅커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ERA코리아, CBRE는 1990년대 국내에 진출해 활동하다 2006년 해외 부동산 투자 허용에 맞춰 해외 부동산 매매 중개 및 컨설팅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콜드웰뱅커코리아는 해외 부동산 투자 완전 자유화를 앞둔 지난해 11월 국내에 진출했다.은행들도 해외 이주라는 틈새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모든 시중은행이 이민 관련 금융 수요를 타깃으로 ‘해외유학·이주센터’, ‘외환센터’ 등을 운영 중이며 매년 열리는 이민박람회에도 빼놓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또한 최근 특화 상품 개발과 타깃 마케팅이 강조되면서 이민 관련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송금과 환전 서비스는 기본이고 출국 전 현지 계좌 개설과 신용카드 발급, 재외국민의 국내자산관리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해외 이주민들의 국내 은행 이용은 더욱 편리해지고 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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