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곡물가 하락…영업 개선 기대

음식료 업종 투자 전략

음식료 업황과 주가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는 곡물 가격, 환율, 가격 인상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3가지 변수의 방향에 따라 향후 음식료 주가의 상대 강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음식료 주가는 4월 이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곡물 가격이 올해 3월을 고점으로 하락하면서 4분기 이후 실적 개선의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곡물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향후 주가에는 최근 급등한 환율의 방향성이 중요해진 상황이다.우리나라 음식료 업체는 원재료인 곡물을 국내보다 해외에 크게 의존한다. 이는 국내의 생산량이 적은데다 가격이 수입품보다 1~1.5배 정도 비싸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6.9%이지만 밀과 옥수수는 각각 0.2%, 0.8%에 그친다. 따라서 원재료인 곡물의 국제 가격 등락은 음식료품의 가격과 연결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원재료인 곡물의 최근 국제 가격을 보면 경악하게 된다. 곡물 가격은 2006년 8월부터 2008년 3월까지 2.5배 급등해 세계 식량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3월 이후 하락하고 있지만 상승 폭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곡물 가격 급등은 중국과 인도의 소비 증가로 곡물 수급에 불균형이 생긴데다 옥수수 등이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투기 세력의 가세도 한몫했다. 달러 약세로 오갈 데 없는 돈이 석유, 비철금속, 곡물에 들어오면서 가격을 밀어 올렸다.향후 곡물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2008~09년 세계곡물수급전망과 투기적 수요를 추정할 수 있는 투기적 포지션이다. 우선 수요와 공급을 보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008년에 5.5%, 2009년에 3.6%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곡물 가격 급등으로 곡물 재배의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곡물 생산국에서 파종이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전 세계 소비량은 중국과 인도 등이 아무리 많이 소비해도 2008~09년 연간 3% 증가에 그친다. 미국 농무부(USDA)는 2009년 곡물 재고율 전망을 매월 상향 조정하고 있다. 따라서 2008~09년 곡물의 생산, 소비만 보면 향후 국제 가격은 급등보다 하락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중요한 것은 투기적 포지션(매수 포지션-매도 포지션)이다. 어찌 보면 곡물 가격은 수요와 공급보다는 투기적 요인에 의해 움직여 왔다. 다행히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멈추면서 투기적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곡물의 생산과 수요가 2008년을 고비로 균형을 잡아가고 있고 투기적 수요도 감소하고 있어 향후 곡물 가격은 하락 안정세를 예상한다. 대부분의 전문 기관(WorldBank, OECD, FAO)에서도 곡물 가격이 2008년을 정점으로 하락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최근 환율이 1100원대로 급등하면서 음식료 업체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곡물 가격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에 환율 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음식료 업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환율 상승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환경 변수의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환율은 원재료 수입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수입되는 원재료는 3~6개월 이후 대금을 지급하는 유전스(usance: 기한부 어음) 거래에 의해 달러화로 결제된다. 국제 가격 변동이 음식료 업체의 원가에 영향을 주는 시점은 실제로 3~6개월 이후지만 환율 변동은 유전스 거래에 곧바로 반영된다. 따라서 국제 곡물 가격의 등락이 없어도 환율이 오르면 국내에 도입되는 원재료 가격도 상승한다.매출 원가율이 76~78%로 높은 배합사료, 전분당, 제당, 제분 등 곡물 가공 업계는 환율이 1% 상승하면 원재료비는 0.4~ 0.7% 정도 오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환율 상승은 외환 손실을 발생시킨다. 음식료 업체는 곡물 수입을 위한 외화 부채가 외화 자산보다 많기 때문이다.국제 곡물 가격 급등과 해상 운임 상승에 의한 원재료 가격 오름은 전 세계적으로 음식료품 가격을 급격히 높여 왔다. 식료품 가격 급등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나타난 것이다.우리나라 음식료 업체는 정부의 생필품 물가지수 발표로 가격을 인상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곡물 가격 급락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이 없는 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곡물이 실제 원재료로 투입되는 시기는 구매 후 3~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곡물의 매입 후 운송, 하역, 투입 등에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이들 제품은 국제 곡물 가격 변동에 따라 6~9개월의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을 조정한다.다행히 지난 3월 이후 곡물 가격과 해상 운임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곡물 가격이 하락했으니 음식료품 가격을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어 당장의 가격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곡물 가격이 현재보다 20% 정도 떨어지고 환율도 현재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인다면 4분기 정도에 음식료품의 가격 인상은 멈출 것이고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인하도 가능할 전망이다.음식료의 외부 영업 환경은 상반기를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다. 음식료 업체의 영업 실적도 시간이 갈수록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이는 △곡물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업체의 경영 전략이 무차별한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수정됐으며 △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물량 감소가 없어 가격 인상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이 현재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투자를 결정할 때는 업종보다는 종목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종목별로 외부 환경 변수에 따른 영향의 정도가 다르고 실적 개선의 폭도 다르기 때문이다. 유망 종목으로는 KT&G와 오리온을 추천한다.KT&G의 첫 번째 투자 포인트는 해외시장의 고성장이다. 중동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향후 러시아와 이란 등에는 직접 생산·판매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2010년 이후에도 해외에서의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 홍삼 사업의 성장과 고수익이 지속되는 것도 매력적이다. 홍삼 시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16%로 성장하고 있다. 향후에도 홍삼 시장은 경쟁사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환율 상승도 긍정적이다. KT&G는 수출이 4억8000만 달러에 달하고 원재료 수입은 2억 달러 이하다. 환율 상승은 수출 단가의 상승으로 연결돼 바로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환율이 100원 상승하면 순이익은 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오리온은 가격 인상 효과와 ‘Dr.You(닥터유)’의 판매 호조의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에 단행한 국내 제과 가격 인상(평균 15%)의 효과가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2월에 출시한 닥터유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져 대형 히트 품목이 될 가능성이 있다.해외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부진했던 해외시장에서 영업 실적이 살아나고 있다. 2분기 해외시장(중국 러시아 베트남)의 매출액은 무려 88%나 증가했다. 특히 투자 규모가 큰 중국이 중요한데, 중국은 2분기 매출액이 77% 증가했고 영업이익률 10.9%, 순이익률 7.8%로 돋보이는 실적을 기록했다. 향후 중국 시장의 성장이 오리온의 기업 가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백운목·대우증권 애널리스트 ombak@beste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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