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에 본격 ‘도전장’… 경쟁 격화

대부업체 잇단 상장 ‘노크

대부 업체들이 잇따라 주식시장 상장을 시도하고 있다. 대부업 시장이 급팽창한데서 생긴 자신감을 바탕으로 은행 등 제도권 금융권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러시앤캐시’ 브랜드로 유명한 대부 업체 A&P파이낸셜은 지난 8월 27일 내년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굿모닝신한증권 및 동양종합금융증권과 대표 주간사 선정 조인식을 가졌다. 최윤 A&P파이낸셜회장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이 아닌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상장을 통해 2~3%포인트 정도 조달 비용을 낮춰 서민들의 금리 인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러시앤캐시는 지난해 10개, 올 들어서만 7개의 지점을 새로 개설하는 등 전국 5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대부 업체다.‘웰컴크레디라인’도 다음 달 증권선물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 코스닥시장 상장을 노크한다. 1996년 석유 판매 업체로 상장했다가 대부 업체로 변신한 리드코프까지 포함하면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릴 대부 업체는 3개에 이른다.이재선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사무국장은 “신용대란의 여진이 가라앉은 2004년부터 대부업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선두권 업체들을 중심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대부 업체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금융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대부 업체 이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128만 명, 대출 규모는 10조 원에 이른다. 등록 대부 업체 수만 따져도 1만8000개나 된다.러시앤캐시는 2005년 365억 원에 불과했던 영업수익이 2006년엔 708억 원, 지난해엔 1855억 원으로 급증했다.웰컴크레디라인도 2004년 43억 원에서 2005년 96억 원, 2006년 236억 원, 2007년 502억 원으로 영업수익이 해마다 2배씩 늘어나고 있다.대부 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고금리 신용 대출 부문에서 사실상 독점적 이익을 누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대부업법이 발효된 2002년 10월께 국내에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연 10% 이상 대출 영업은 전무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2003년부터 시작된 카드 사태로 인해 저축은행들은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보험사들과 캐피털사들은 개인 신용 대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 대부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대부 업체가 감독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도 대부 업체의 성장을 도운 요인이다. 그동안 대부 업체들은 금융감독원의 감독 관리를 받지 않았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아무런 규제 없이 영업을 할 수 있었다. 불법 대부 업체까지 합치면 전국에 모두 5만 곳이 넘지만 대부 업체 담당 공무원은 100여 명에 불과하다.대부 업체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법정 이자율을 넘어선 이자를 받거나 불법 추심을 해도 이를 단속할 인력이 없다는 얘기다.한편 대부 업체의 독무대였던 저신용자 대출 시장이 최근에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 계열의 캐피털사들이 소액 신용 대출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이들 은행 계열사는 모기업인 은행을 등에 업고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우리캐피탈 롯데캐피탈 아주오토리스 등 다른 캐피털사들도 신용 대출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고 있다.카드사들도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카드론 금리를 연 7%로 인하하며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고 있다.대부 업체들이 증시 상장에 나서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존 금융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을 통해 조달 금리를 낮추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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