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서 타워스페린 서울사무소 사장
세계적 컨설팅 기업 타워스페린은 최근 ‘글로벌 인적자원 보고서’를 통해 직원들의 몰입도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몰입도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은 ‘회사의 장기적인 성공을 이끌고자 하는 경영진의 실제적인 행동’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특히 한국의 경우 조사에 응한 응답자 중 8%만이 회사에 높은 몰입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 정도 직원만이 회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직무에 몰입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인 21%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1871년 설립된 타워스페린은 인적 자원(HR) 컨설팅에 강점을 두고 있는 회사다. 세계 500대 기업의 75%가 타워스페린의 고객이며 약 1만 명의 컨설턴트가 근무하고 있다. ‘글로벌 인적 자원 보고서’는 일종의 정례 리포트로 이번 조사에선 한국인 1000명을 포함해 미국 영국 일본 멕시코 등 전 세계 18개국에서 총 8만8600명의 응답자들이 참여했다.박광서 타워스페린 서울사무소 사장을 통해 이번 조사의 결과를 직접 들어봤다.“타워스페린은 몰입의 개념을 기업의 성공에 기여하려는 직원들의 의지와 역량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물론 학계나 컨설팅 업계 모두가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수록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에 수긍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의 의의는 이를 계량적으로 밝혀낸 것이죠.”“타워스페린이 1년간 글로벌 기업 50개 회사를 대상으로 몰입 수준과 재무 성과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몰입도가 가장 높은 기업들은 연간 평균 영업이익(Operation Income)이 19%, 주당순이익(EPS)이 28% 증가했습니다. 반면 직원 몰입도가 가장 낮았던 기업들은 연간 영업이익 33%, EPS는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 재무 성과에도 긍정적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3년간 글로벌 기업 4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직원 몰입도가 높은 기업들은 3년간 평균적으로 영업이익률이 3.7% 성장했지만 직원 몰입도가 낮은 기업은 같은 기간 2%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최고경영자(CEO)들은 항상 인적 자원을 기업 성장의 핵심 요소로 지목합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세계적으로 ‘경영진이 직원들을 존중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은 글로벌 37%, 한국 36%에 불과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진실한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는 그 무엇, ‘휴먼터치(Human Touch)’를 해야 합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직속상사나 중간관리자보다 최고경영진의 직원들에 대한 진실한 관심’이었습니다.”“한국에선 특히 ‘경영진이 조직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행동한다’는 인식이 몰입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해당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회사가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회사가 일과 삶의 균형에 도움을 주는지’ 등의 순으로 한국 직장인들의 몰입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 직장인의 몰입도가 낮은 이유는 회사가 글로벌사에 비해 이 같은 직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기업이 제공하는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높은 몰입을 이룬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업의 이미지와 명성이 직원들의 높은 몰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특히 중간관리자보다 최고경영진의 역할이 몰입도를 높이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한국의 최고경영진은 자신의 비전이 있건 없건 간에 직원들에게 이를 잘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먼저 각 기업에 올바른 성과 지향적 기업 문화(High-performance culture)를 정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마다 올바른 기업 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또 각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및 추구하는 경쟁력을 정확히 이해한 뒤 이에 필요한 직원들의 자질과 문화에 맞도록 구체적인 성과 지향적 기업 문화를 정립해야 합니다. 여러 직원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관점을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생활 방식, 나이, 성별 고용 기간 등에 따라 다양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은 자신들의 관심사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고성과 기업 문화를 껍데기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능력에 따른 공정한 평가·보상 시스템이 ‘평등주의’에 막혀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은 말로만 성과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직원들에게 ‘대충해도 된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 결과 생산성도 낮아집니다. 이 같은 기업 내의 이중성이 한국 기업 직원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7가지의 큰 움직임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핵심 인재 및 글로벌 인재 확보에 대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둘째,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짐에 따라 기존의 ‘보편적’인 인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셋째, 고령 인력 및 여성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넷째, 여성 및 글로벌 인력의 확대로 성희롱, 성차별, 인종차별 등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다섯째, 인구 감소로 인해 ‘인재 확보’에서 ‘인재 유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여섯째, 금전적인 보상에 대한 동기부여가 한계를 보이고 있어 비금전적인 보상 프로그램의 확대가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글로벌화됨에 따라 전 세계적인 공통점과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에 최적화된 HR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한국의 인적 자원 관리는 크게 사람, 제도, 문화, 조직 관리, 전략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사람이라는 관점에서는 글로벌 인재 풀을 확보하는 게 핵심입니다. 또 인력 구조의 고령화에 따라 상시 퇴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직장 이동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제도적인 관점에서는 고도 성장기에 만들어진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비용 절감과 인력 구조 조정 등을 이끌어내야 합니다.그리고 예측 가능한 후계자 육성 계획을 위해 효과적인 멘토링 및 코칭 시스템을 마련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성과 몰입을 할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런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통해 조직원의 의견을 현장부터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전략적인 관점에서는 인사부서에서 부족한 재무 역량과 사업 전략적 역량을 키우려고 노려해야 합니다. 다방면의 지식과 사업 전략을 가진 인재를 배치하고 이들의 몰입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거죠. 마지막으로 HR 시스템은 전략과 경영 환경에 따라 수시로 혹은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한 번 설계했으니 이제 끝난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1952년생. 호주 모나시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쿠퍼스앤드라이브랜드(Coopers & Lybrand) 경영 컨설턴트. 호주 DA그룹 CFO. 이화여대 경영대학 겸임교수(현). 96년 타워스페린 서울사무소 사장(현).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