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곳에’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을 잇는 이준익 감독 ‘음악 3부작’ 중 마지막. 일상의 무게에 짓눌린, 혹은 성공과는 거리가 먼 보통 남성들의 인생에 눈높이를 맞춰 온 그의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가부장제가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1971년. 시집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 상길(엄태웅 분)을 군대로 떠나보낸 순이(수애 분)에겐 노래만이 유일한 낙이다.대를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한 달에 한번 가임기에 맞춰 자신을 군대로 면회 보내는 시어머니의 고집이나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둔 까닭에 시선 한 번 주지 않는 남편의 냉담함이 서럽긴 해도 순이는 지금의 삶을 바꿔보리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평범한 시골 아낙이다. 하지만 군대에서 사고를 친 상길이 베트남전 참전을 선택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더 직접적으로는 3대 독자인 그에게서 씨를 받아내기 위해 베트남으로 향하면서 그녀는 고통과 폭력의 역사, 그 한복판에 뛰어들게 된다.이 영화에서 단절된 관계를 하나로 엮는 역할을 하는 도구는 바로 음악이다. 베트남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위문공연단 ‘와이낫 밴드’의 멤버가 된 순이는 밴드 마스터 정만(정진영 분)에게서 ‘써니’라는 이름과 함께 가수라는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받는다. 순이의 촌스러움과 수줍음에 불신을 표하던 밴드 멤버들은 공연을 계기로 그녀의 처지를 진심으로 위로하기에 이른다. 사기꾼에 가까운 정만이 돈이 아닌 마음의 힘을 깨닫는 것도 그녀의 노래를 통해서고, 밴드 멤버들이 위험과 마주했을 때마다 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 역시 언어와 민족, 인종을 초월한 음악의 위력 덕분이다. ‘님은 먼곳에’ ‘수지 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대니 보이’ 등 흘러간 가요와 팝송이 아련하게 귓가를 적시는 가운데, 순이는 전쟁에 피폐해진 상길에게로 한걸음 한걸음씩 기어코 가까이 다가간다.이준익 감독은 “남자들의 오만한 자만심에 싸대기를 날리는 여자들의 존엄성에 대한 페미니즘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 영화를 감독의 의도대로 읽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듯싶다. 감독: 이준익 / 주연: 수애, 정진영, 엄태웅, 정경호 / 개봉일: 7월 24일 / 등급: 15세 관람가 / 분량: 126분▶‘쾌락공장(2007)’의 에카차이 우에크롱탐 감독이 선보이는 태국산 공포 영화. 홍콩에 사는 수는 결혼식을 앞두고 폐암 진단을 받는다. 살고 싶었던 그녀는 마지막 희망으로 ‘카핀 의식’을 치르기 위해 태국으로 향한다. 한편 방콕의 크리스는 코마 상태에 빠진 여자 친구를 위해 의식에 참여한다. 이후 그의 여자 친구는 깨어나지만 아이를 안은 이상한 여인이 주변을 떠돌고, 수 역시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은 약혼자가 자기 곁을 맴돌고 있음을 깨닫는다.▶일본판 ‘소림축구’랄까. 중국에서 수련을 마친 린(시바사키 고 분)은 고향에 소림권을 전파하겠다는 꿈을 품고 일본으로 돌아오지만 할아버지의 도장은 이미 폐허가 됐고, 옛 스승 또한 중국집 주방장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 친구 밍밍의 아이디어로 라크로스라는 스포츠에 소림권을 접목한 린은 이를 라크로스 부원들에게 가르치면서 할아버지의 도장을 되찾는다. 주성치가 기획하고, ‘춤추는 대수사선(1998)’의 모토히로 가쓰유키 감독이 연출했다.▶‘린다 린다 린다’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또다시 학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에 렌즈를 갖다 댔다. 산과 밭이 전부인 작은 시골마을. 초·중학생을 합해 6명이 재학생의 전부인 어느 분교에 도쿄 출신의 잘생긴 남학생 오사와 히로미(오카다 마사키 분)가 전학 온다. 중학교 2학년생으로 유일한 상급생인 미기타 소요(카호 분)는 난생 처음 생긴 동급생 히로미와 마음을 터놓게 되지만, 그가 도쿄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길 결심하면서 동요하기 시작한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