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건희 전 회장 집행유예
경영권 불법 승계 등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심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또 함께 기소됐던 이학수 전 그룹 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사장 등 10명의 주요 인사들도 실형을 피해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민병훈)는 16일 이 전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 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다만 재판부는 차명 주식 거래를 통한 조세 포탈 혐의 일부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참작(작량 감경)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재판부가 이 전 회장에게 에버랜드 건과 관련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는 “불법 정도가 징역형을 선고할 정도로 중하지 않다”는 것. 재판부는 “에버랜드 CB를 발행할 때 절차에 잘못이 일부 있었지만 실질적인 인수권을 기존 주주들에게 부여하지 않았다고 볼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특히 재판부는 “설령 기존 주주들의 실권이 비서실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에버랜드 지배 구조 변경 등의 결과를 스스로 받아들인 만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재판부는 또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혐의에 대해서는 “특검 주장대로 삼성SDS의 주식이 5만5000원에 거래된 적은 있었지만 삼성SDS의 유통량이 적어 거래 가격이 왜곡됐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형사재판에서는 입증 책임이 검사에게 있는데 해당 가격이 객관적인 가격이라는 특검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이 밖에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상장 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규정이 신설된 1999년 이후의 경우에는 양도 차익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더라도 입출금 거래 내역 등을 종합하면 조세를 포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유죄 판결했다. 조세범처벌법의 공소 시효가 5년인 점을 감안, 2003년 이후의 포탈 세액 456억 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판결 후 이 전 회장은 “그동안 국민 여러분들에게 폐를 많이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삼성그룹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를 보였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으로 참여한 이완수 변호사는 ‘삼성 재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이 변호사는 “항소 여부는 판결문을 분석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원들은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삼성에 대한 의혹이 사라지길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엽합회는 논평을 내고 “삼성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해소되고 기업인들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반면 이 전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3500억 원을 구형했던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조 특별검사는 “재판부의 판단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