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판단 … 분양가 인상 ‘불가피’

올 하반기부터 재개발·재건축의 대표적 규제인 소형 주택 및 임대주택 건립 의무 비율이 하향 조정되고 초과 이익 부담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 분양가 상한제에서 감정가로 산정하는 택지비를 가능한 한 실매입가로 인정하는 등 부동산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도태호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은 10일 “재개발·재건축 규제인 임대주택 의무 비율과 소형 주택 의무 비율, 재건축 초과 이익 부담금 등은 주택 가격 동향이나 시장 동향 등을 보면서 완화하는 시기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으나 주택 가격 인상과 관계없는 것이어서 우선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선(先) 집값 안정, 후(後) 규제 완화’라는 정부의 주택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국토해양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권의 경우도 세제·대출 규제 등이 여전한 데다 반포·잠실 등의 입주 물량이 풍부해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정부가 이번에 규제 완화를 검토하기로 한 재건축 관련 제도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소형 주택 건설 의무 비율 △임대주택 의무 건립 제도 △재건축 초과 이익 부담금 등으로 ‘전방위 규제 완화’에 해당된다.이 가운데 조합원 지위(입주권) 양도 금지가 가장 먼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가 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면 조합원 자격(입주권)을 소유권 이전등기(입주) 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되팔 수 없다. 국토부는 현재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을 언제든지 거래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거나 사업 승인 또는 관리 처분 인가일 이후부터 금지하는 방안 등을 놓고 시장에 미칠 영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인 개포주공1단지, 가락시영 등 3만6344가구(64개 단지)가 입주권 전매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소형 주택 의무 비율이나 임대주택 의무 건립 및 재건축 초과 이익 부담금 제도 역시 이르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소형 의무 비율 제도는 서울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안에서는 재건축 아파트의 전체 건립 물량 중 60% 이상을 전용 85㎡ 이하로 짓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소형 의무 비율이 풀릴 경우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 중층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크게 꿈틀거릴 것으로 전망된다.섣부른 규제 완화가 자칫 집값 불안을 재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부의 규제 완화 시그널만으로도 집값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리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주택 시장의 특성상 정부의 판단과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극도로 위축돼 있는 지방 주택 시장 추가 대책보다 강남권을 대상으로 한 규제 완화 방안이 먼저 나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민간 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택지비를 산정할 때 감정평가 금액 외에 건설사가 땅을 산 매입가도 고려하겠다는 방침과 민간 택지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추가로 가산비를 인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안은 그동안 건설 업계가 분양가 책정과 관련해 줄기차게 주장해 온 ‘민원’을 들어준 셈이다.이렇게 될 경우 건설 업계는 가격 책정의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한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거나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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