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주가 ‘뚝’…펑크 위기 ‘성큼’

“제너럴모터스(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고,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 좋다.”1952년 당시 GM 사장이었던 찰스 어윈 윌슨이 의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GM은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회사다.‘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GM에 대해 파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GM의 파산은 미국 경제의 부도 가능성을 연상시키며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인 존 머피는 최근 보고서에서 “GM의 극적인 매출 감소세가 2009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매출 감소로 GM의 현금이 급격히 줄고 있다”면서 “GM엔 현금 15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GM 주식의 투자 등급을 낮추고 목표 주가를 28달러에서 7달러로 떨어뜨렸다.‘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GM이 파산할 수 있다는 전망은 ‘쇼크’였다. 더욱이 GM이 “지난달 미국 내 판매가 1년 전보다 18% 줄었다”고 밝힌 직후 나온 전망이라 파장은 더 컸다. 이 여파로 뉴욕 증시에서 GM 주가는 1954년 이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10달러 미만으로 추락했다.‘펑크’ 위기에 몰려 있는 곳은 GM뿐만 아니다.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 ‘빅3’ 모두 부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 빅3는 기름을 많이 소비하는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와 고유가란 글로벌 악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올 들어 지난 5월까지 GM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했다. 포드는 11.0% 줄었으며 크라이슬러도 19.3% 뒷걸음질했다. 6월 판매도 각각 20% 안팎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이에 따라 빅3는 대형차에서 중소형차 및 하이브리드 카 중심으로 전략을 긴급 수정했다. GM은 승용차 대 픽업트럭·SUV의 비중을 60 대 40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4개의 픽업트럭 공장을 추가로 폐쇄하고 1만9000명을 더 감축할 계획이다. 포드는 3분기 중 픽업트럭과 SUV 생산을 20% 줄이기로 했다. SUV 공장도 9주 동안 가동하지 않는다. 크라이슬러도 미니밴 생산 공장을 폐쇄하고 픽업트럭 및 SUV 라인을 감축할 방침이다.빅3 가운데 가장 취약한 크라이슬러는 이미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려 있다. 이르면 내년 초 지프나 닷지램 브랜드를 매각하거나 아니면 파산 보호를 신청할지 모른다는 미확인 소식까지 돌고 있다. 한국, 혹은 중국 메이커들이 크라이슬러의 미국 내 판매망을 탐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합병설도 불거지고 있다.GM과 포드의 최고 경영진이 최근 만나 두 회사가 합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했다. 없던 일로 했다지만 두 회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카를로스 곤 르노자동차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 급락이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인수·합병(M&A)을 자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GM의 시가총액이 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며 “이는 GM의 2주간 매출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싼 가격에 GM 등을 인수할 수 있는 호기라는 얘기다. GM의 지난해 매출은 1811억 달러였다. 하지만 GM의 파산 가능성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많다. 자본 신규 차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JP모건의 자동차 시장 담당 히만수 파텔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및 언론과 가진 콘퍼런스 콜에서 “GM이 머지않아 도산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GM이 올해 69억 달러의 손실을 내고 내년에도 43억 달러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2010년에는 23억 달러가량의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유병연·한국경제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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