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해외 앰뷸런스 시장에서 승부’

강성희 오텍 대표이사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응급 상황에선 시간이 생명을 좌우한다. 그런 측면에서 앰뷸런스는 가장 먼저 환자를 만나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소중한 임무를 감당한다. 한마디로 ‘달리는 응급센터’인 것이다. 오텍(대표 강성희)은 바로 이 앰뷸런스를 생산하는 업체다. 국내 소방본부가 사용하는 앰뷸런스의 약 90%를 공급할 만큼 이 분야에서의 입지는 확고하다.앰뷸런스는 겉으론 보기에 승합차처럼 생긴 단순한 차량이다. 하지만 차량을 개조해 경광등을 달고 몇 가지 장비만을 탑재한 차량이 아니다. 생명을 다루는 차량인 만큼 무려 90여 가지의 각종 응급처치 장비를 싣고 있다. 이들 장비가 제때 신속하게 가동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첨단 차량인 것이다. 응급 상황에서 의료 장비를 작동할 때 전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이 장비는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오텍은 ‘듀얼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정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조 배터리를 이용해 전원을 공급할 수 있게 한 것이다.앰뷸런스는 의료기기와 함께 구난 구조 장비도 갖추고 있다. 언제 어떤 형태로 사고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차량 사고나 건물 붕괴로 사람이 매몰된 경우 들것과 의료기기만으론 생명을 구할 수 없다. 종이처럼 구겨진 도어를 자르고 평평하게 펴주는 콤비유압잭과 유압잭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유압 모터 등을 비롯해 구난 구조 장비가 필요하다.이처럼 앰뷸런스가 갖춰야 할 장비는 점차 늘어나고 있어 가급적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오텍은 승합차로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주로 1톤 트럭을 개조해 앰뷸런스를 생산한다.그렇다고 대형 트럭을 뜯어고쳐 앰뷸런스로 만들 수는 없다. 좁은 골목길까지 신속하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럭은 승차감이 좋지 않다. 구급차가 과속방지턱이나 자갈길 등을 지날 때 중환자가 심하게 흔들리면 상태가 악화돼 2차 쇼크가 생길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오텍은 앰뷸런스용 완충장치인 ‘풀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 도로 실정에 맞게 고안돼 환자에게 승용차 수준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이 시스템은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된 것이다. 금년 2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제품 인증(NEP)을 받았고 국내 소방 기관으로부터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오텍의 기술력은 강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1년 내내 각종 국내 및 해외 전시회를 찾아다니는 등 발로 뛰고 첨단 제품을 관찰하고 연구해 이룩한 결과물이다. 이들은 도쿄모터쇼를 비롯한 유명 자동차 전시회와 뒤셀도르프 의료기기 전시회를 포함한 각종 의료기기 전시회를 빠짐없이 다니며 정보를 수집한다. 이들 전시회에서 최신 트렌드와 신기술을 파악한다. 이를 토대로 효율적인 특수 차량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오텍은 앰뷸런스와 함께 각종 이동 의료 검진 차량도 생산한다. 이동용 외과수술 차량, 산부인과용 차량, 안과용 차량, 치과용 차량, 검진 차량 등이다. 이들 검진 차량 안에는 효율적인 검사 및 수술 장비가 탑재돼 있다.이들 차량을 모으면 이동형 종합병원이 되고 지휘 차량을 추가하면 이동형 야전병원이 된다. 오텍은 이라크 이동진료팀 설립 사업에 검진 차량들을 납품하는 등 해외로도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동형 종합병원은 검진 차량 생산과 의료기기의 구매 및 조립 생산 분야의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다.오텍은 주력 제품인 앰블런스와 의료 검진 차량 외에 탑차를 비롯한 특수 물류 차량, 장애인들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복지 차량, 자동차 부품 수출용 포장재와 시트 모듈 등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사업, 의료기기 사업도 하고 있다.복지 차량은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다. 버스나 승용차, 택시, 기차에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노약자를 비롯한 장애인이 쉽게 승하차할 수 있다. 승용차, 택시, 기차 등의 관련 시스템을 모두 개발한 상태다.강 대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 리어 슬로프와 전동 시트는 선진국형 복지 차량으로 국내에서도 유망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관공서는 물론 개인들도 복지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고령화 시대를 눈앞에 둔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이런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오텍은 특수 차량에 첨단 설비를 갖추기 위해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잇따라 기술 제휴를 맺고 있다. 이를 통해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이들 기업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완제품의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제휴를 맺은 기업은 유럽 최고의 앰뷸런스 제작 업체인 핀란드의 프로파일과 스웨덴의 오토어댑트, 영국의 큐스트레인트, 네덜란드의 VB에어서스펜션 등이다.미국 최대의 앰뷸런스 업체인 헬코그룹 계열인 리더를 비롯해 에스코와도 기술 제휴를 맺는 등 약 10개에 이르는 앰뷸런스 부문 글로벌 리더 기업과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내 공공부문 장애인 차량 분야에서 약 60%의 시장을 점유한 라이콘과 기술 제휴를 맺어 복지 차량 부문의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이 같은 끊임없는 기술 제휴와 연구·개발 덕분에 오텍의 복지 차량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서울시 인천시 부산시 대전시 등에서 ‘장애인 콜택시’로 선정됐다. 강 대표는 “장애인들의 불편과 사소한 지적까지 최대한 반영해 전동 시트, 슬로프 등을 만든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설명한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암검진 차량과 이동 의료 검진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강 대표는 “이동 의료 검진 차량을 활용할 경우 비로소 ‘선진국형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밝힌다. 그는 “조기 검진을 통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경우 국가와 국민 모두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복지 수준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특히 강 대표는 “오텍의 앰뷸런스는 가격이 선진국 제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환자의 고통 경감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월성을 인정받고 있어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며 “앞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오텍은 작년 7월 한국터치스크린을 계열사로 편입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의 수요가 늘고 이들 기기를 편리하게 이용하려는 욕구가 커짐에 따라 터치스크린의 시장 규모도 점점 불어나고 있다. 국내 터치스크린 분야의 선두 주자인 한국터치스크린은 국내 최초 모바일 윈도 터치(window touch)를 양산하고 있다.오텍은 지난해 456억 원의 매출에 2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강 대표는 “주력 사업인 특수 차량 분야에서 의료기기를 접목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속속 개발해 내실을 더욱 다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앞으로 중견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을 다져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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