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사회에 부는 ‘에너지 절약’ 바람

“지금 분위기로는 한여름에도 에어컨 바람 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과천 경제 부처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의 말이다. 공무원들은 최근 일찍 찾아온 더위에 찜통이 된 사무실에서 일하느라 한숨이 더 늘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영상 27도까지 올라가는 초여름 더위 속에서 직원들이 비지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데도 에어컨 가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여름철 전력 성수기를 목전에 둔 정부가 자체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부처는 ‘수돗물을 끝까지 틀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려진 판국에 기온 섭씨 27도에 에어컨 가동은 꿈도 못 꿀 상황이다. 점심시간에 형광등을 다 켜 놓고 나간 사무실 한 곳이 TV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 점심시간 소등은 물론이고 근무 시간에도 형광등 두 개 중 하나만 켜고 일하는 사무실까지 생겨났다. 5월 28일 ‘고유가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 장관 회의’에서 회의실등을 하나 꺼놓은 채 회의를 진행한 이후 각 부처로 확산된 것이다. 김 과장은 “흐린 날은 눈이 침침해 서류의 글자가 제대로 읽히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과천청사는 지난해 에어컨 가동 시간을 오후 2∼4시로 정해 놓고 그 시간에만 틀었다. 하지만 올해는 웬만한 더위로는 에어컨 바람을 구경하기 힘들 것 같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 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는 최근 서울 세종로청사와 과천청사에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방송을 하고 전단 배포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부터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자는 취지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절약 방송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라는 불만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에너지 절약에는 청와대가 앞장서고 있어 각 부처들로서는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모든 사무실의 전등에 ‘타임 스위치’를 설치해 점심시간에는 일괄 소등하고 낮 시간대엔 창가 쪽 전등을 끄는가 하면 개인용 냉·난방기 사용을 금지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범정부적인 에너지 절약 바람을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는 것은 좋지만, 업무 능률을 갉아 먹는 정도까지 ‘오버’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한편 지식경제부는 6월 11~25일을 ‘에너지 절약 총력 경주 기간’으로 정하고 2주 동안 이윤호 장관이 직접 에너지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회의 7건을 연쇄적으로 여는 등 강행군을 펼칠 예정이다. 고유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원 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이 장관은 일상생활 속에 에너지 절약 문화를 정착시키자고 집중 호소할 예정이다.이 장관은 우선 6월 11일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을 방문한다. 이들 공기업으로부터 전력 수급 대책을 보고 받고 여름철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제반 사항을 점검한다. 12일에는 경주 월성 원전을 찾아 원전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장기적 고유가 체제를 맞아 원전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할 예정이다.17일에는 경기도 용인 에너지관리공단 부설 ‘에너지절약 홍보관’의 1일 안내 교사로 나선다. 여기서는 홍보관을 찾은 초등학생들을 직접 인솔하면서 에너지 절약 교육을 할 예정이다. 19일은 에너지절약실천국민행동 발대식, 23일 지식경제부 에너지 절약의 날 행사(장차관 등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24일 에너지포럼, 25일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자율 선언 등 거의 매일 ‘에너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일정이 잡혀 있을 정도다.산업계 자율 선언은 발전 자동차 반도체 시멘트 석유화학 제지 철강 정유 등 8개 에너지 다소비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 지키겠다는 선언을 하는 자리다. 지경부는 또 이 장관이 이동할 때 모두 하이브리드 차량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엔진과 배터리엔진을 동시에 장착해 유해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연비도 탁월하게 높은 차세대 자동차다.차기현·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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