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짜리 인스턴트 PC 시대 열린다

저가형 PC 시대 본격화

1946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이 등장한 지 100년이 넘은 지금 우리는 시중에서 에니악보다 1만분의 1 이상 가볍고 처리 속도는 8000배 이상 빠른 노트북 PC를 몇 십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게 됐다.매년 2억 대가 넘는 PC가 나오고 있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PC 판매 대수는 정체된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주도하는 PC 시장도 예년 같지 않다. PC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PC 시장의 헤게모니는 MS와 인텔이 아닌 웹으로 넘어가는 추세다.네트워크 기능이 없는 스탠드 얼론(Stand Alone) PC에서는 사용자에게 PC 성능이 중요한 부가가치로 작용했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PC 성능보다 인터넷 속도가 훨씬 중요한 사항이 되어 버렸다.또 각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과 PC가 보급돼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PC로 구분된 PC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특정 기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형태의 PC가 등장하면서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PC로는 설명할 수 없는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대만에서 열린 PC 전시회 컴퓨덱스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PC 부문에서 특별한 이슈가 없어 컴퓨덱스는 주요 PC 업체들이 참가 규모를 줄이는 등 영향력이 약화됐으나 올해에는 다양한 PC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이 중 참관객들의 주목을 끈 것은 아수스, 에이서, 기가바이트 등 대만 PC 업체들이 새롭게 선보인 PC들이다. 각 PC 업체들은 22.8㎝(9인치) 미만의 액정표시장치(LCD)를 장착한 ‘미니 노트북 PC’를 대거 출시해 PC 시장 블루오션을 노리고 있다.인텔은 저전력, 저가격의 ‘아톰’ CPU를 장착해 인터넷과 기본적인 PC 기능에 충실한 넷톱, 넷북을 올 하반기부터 내놓을 예정이다. 넷톱과 넷북은 소득수준이 연 5000달러 미만인 이머징마켓을 대상으로 기획된 제품으로 부가기능은 최소화해 원가를 낮춘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넷톱은 데스크톱PC를 단순화한 제품, 넷북은 노트북 PC를 단순화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인텔이 예상하는 넷톱 가격은 100~299달러, 넷북은 이보다 높은 300달러가량 예상하고 있다. 인텔은 넷톱에 들어가는 CPU와 주기판 가격을 50달러 미만으로 잡고 있다. 인텔은 넷톱과 넷북을 낮은 가격으로 내놔 이머징 마켓과 이미 PC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세컨드 PC로 제공한다는 전략이다.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PC 사용 환경과 요구는 다양해지는데 반해 PC 업체들은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PC 두 가지만을 제공해 왔다”라며 “업무 및 엔터테인먼트 외에 인터넷 등 핵심 기능만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넷북과 넷톱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저가 제품이지만 넷북과 넷톱에는 인텔 45나노 최신 기술을 적용한 아톰 CPU가 들어간다. 25센트 동전보다 작은 아톰 CPU는 발열이 적어 쿨링팬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전력 소모도 최소화했다. 인텔은 LCD 화면 크기와 성능에 따라 PC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고 있다. 12인치 이상 LCD를 장착한 PC는 노트북 PC로, 7~10인치는 넷북, 4.5~6인치는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로 구분하고 있다.한국HP가 지난달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 ‘2133’은 대표적인 미니 노트북 PC다. 예약 판매 100대가 순식간에 팔리고 1차분 1000대가 모두 판매됐다. 무게와 성능, 배터리 사용 시간 등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간편한 휴대성을 제공하는 미니 노트북 PC여서인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133이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낮은 가격이다. 기존 소형 노트 북PC가 고기능, 고가격 정책을 고집해 100만 원대 후반 가격에 판매되는데 반해 2133은 7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하지만 하반기부터 미니 노트북 PC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가바이트가 출시 예정인 스위블 LCD 장착 미니 노트북PC ‘M912’는 600달러 수준에, 델은 500달러 수준에 ‘미니 인스피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2133과 경쟁이 예상되는 미니 인스피론은 인텔 아톰 1.6㎓ CPU, 22.6cm(8.9인치) LCD, 웹카메라와 멀티 카드 리더를 장착하고 운영체제는 윈도 XP홈 또는 리눅스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에이서도 22.6cm(8.9인치) LCD를 장착한 미니 노트북 PC ‘어스파이어 원(Aspire One)’을 379달러에 선보일 것이라고 컴퓨덱스가 발표했다.각 제품은 22.6cm(8.9인치) 이하 LCD를 장착하고 있으며 노트북 PC와 같은 외형을 하고 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용량이 적고 고사양 게임이나 HD 영상을 구동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인터넷과 간단한 업무에는 적합하다.올해 등장하는 미니 노트북 PC는 1세대 제품이기 때문에 내년에 등장하는 제품부터는 성능은 더 올라가고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까지 ‘PC= 비싼 제품’이라는 등식이 성립했지만 앞으로는 보편화된 휴대전화처럼 몇 개월 사용하다가 싫증이 나면 새로운 제품으로 바꾸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특히 미니 노트북 PC 부문은 세계 PC 업계 1~3위 업체가 모두 시장 참여를 밝혔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미니 노트북 PC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세계 주요 PC 업체들이 미니 노트북 PC 등 특정 용도와 목적에 맞는 인스턴트 PC를 개발하는데 반해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PC 업체들은 시장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HP는 한 해 5000만 대에 달하는 PC를 생산하고 있지만 국내 1위인 삼성전자 PC 생산량은 180만 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같은 부품을 사용해서 PC를 제조했을 때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PC는 약 100~150달러까지 원가가 높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가 제품 시장에 선뜻 발을 내밀지 못하는 것이다.국내 PC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무리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인스턴트 PC 시장보다 성능과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프리미엄 PC 시장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PC가 대중화된 것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아직도 전 세계 인구 중 PC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20%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PC 사용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맞춰 PC 업체들도 변화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몇 년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PC와 인터넷 부문에서 더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제품이 성공할지는 소비자와 시장이 판단해 줄 것이다.브랜드 데스크톱 PC 가격은 수년 째 1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90만 원대 제품이 등장하고 있지만 일부 옵션을 추가하면 100만 원대를 훌쩍 넘는다. PC 제조사가 이상적인 수익 구조를 데스크톱 PC 100만 원대 전후, 노트북 PC 150만 원대 전후로 보고 있기 때문에 PC 가격이 떨어질 때쯤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해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PC 부품 가격이 낮아지고 있으며 저가 PC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일부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하고 PC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현재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PC 최저 가격은 데스크톱 PC 약 20만 원, 노트북 PC 약 45만 원으로 인텔 넷톱, 넷북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PC 업계 전문가들은 현 시장 구조에서 데스크톱 PC 가격은 15만 원 이내, 노트북 PC 가격은 30만 원 이내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PC에서 가장 중요한 CPU와 주기판 가격이 아무리 낮아도 5만~7만 원 수준이고 PC 케이스, 쿨링팬 등 주요 부품들을 더하면 3만~4만 원가량이 더 들기 때문이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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