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고 부지런한 게 최고 재테크’

삶의 지혜 & 노후 대비

지난 5월 29일 한국경제매거진이 월간 〈MONEY〉창간 3주년 기념으로 주최한 가정의 달 특집 ‘탤런트 전원주 씨와 함께하는 자산관리 특별강연회’가 ‘행복한 삶의 지혜 그리고 노후대비’라는 주제로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전원주 씨는 재테크에 대한 소신에 어려운 날의 귀중한 경험을 녹여내며 특유의 입담으로 재미나게 강연을 이끌었다.◇탤런트 전원주 씨는 자산관리 특별 강연 내내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머니의 가르침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탤런트 생활과 자산관리를 비롯한 인생 전반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인 듯했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어머니는 그녀에게 무척이나 엄격한 사람이었다고 한다.이야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피란을 나와 인천에 정착한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여러가지 행상을 하며 집안을 일으킨 전 씨의 어머니는 장녀인 그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동생들을 건사하며 살림을 하게 했다고 한다. 큰딸에게 어머니는 늘 야단을 쳤고, 덕분에 쉴 틈 없이 늘 부지런을 떠는 것이 그녀의 평생 습관이 됐다.“3년 동안 인천에서 고생하다 드디어 서울로 왔어요. 동대문시장에 포목상을 열기로 하고 인천을 떠나던 날, 어머니가 내 손을 잡으며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하셨지요. 그 따뜻한 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제 고향인 개성에서 서울로 옮겨온 정화여중에 늦깎이 2학년으로 입학해 다시 학업을 시작했습니다.”그녀는 숙명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인 정화여중과 같은 재단인 정화여상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했다. 3년이나 학업을 쉰 자신을 중학생으로 받아 준 것에 대한 보은의 의미도 있었다고 한다.◇국어 교사 생활을 하던 중 동아방송이 성우 1기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키는 작고 얼굴은 못나도 목소리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는 그녀는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고 동기생들의 출결 관리를 맡기도 했다. 그녀의 동기로는 탤런트 사미자 씨, 고 김무생 씨, 연극배우 박정자 씨 등이 있다.“조물주는 참 공평해요. 호탕하게 웃고 왁자지껄 떠드는 역할을 많이 맡아서 제 목소리가 좀 변했지만 그때는 옥구슬 굴러가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배우 김지미 씨는 어느 각도에서 잡아도 예쁜 얼굴을 가진 대신 목소리가 걸걸하잖아요. TV가 없는 시대라 제 목소리만 듣고 많은 남성 팬들이 쓰러지곤 했지요.”비오고 바람 불어도 어느 날 해가 쨍 든다는 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인생의 원리다. 반면 해가 떠 있어도 궂은 날을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인생은 날씨와 같다. 잘나가던 성우였던 그녀의 인생에 드리운 먹구름은 TV 시대 개막과 함께 왔다. 기본기가 되는 성우 출신들은 당시 탤런트 섭외 1순위였다. 목소리에 비해 외모가 부족했던 그녀는 이제나 저제나 출연 기회만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드라마 PD들이 성우실에 와서 한번 휘 둘러보고는 배역에 적당한 성우들을 뽑아갔어요. 저는 혹시 화장실 간 사이에 PD가 보러 올까봐 화장실도 가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오지만 노력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TBC 드라마 ‘청춘극장’이 그녀의 첫 TV 출연작이다. 거기서 그녀는 일곱 마디 정도 되는 가정부 역할을 맡았다. 어린 시절 동생들을 데리고 밥하고 빨래하던 경험을 십분 살려 입에서 술술 풀릴 정도로 대사를 외고 실감나게 연기를 했다. 너무나 연기를 잘 해서일까.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 후 PD들 사이에 소문이 돌아 그녀에게는 식모나 가정부 역할만 들어왔다.“대학 나와 선생까지 했는데, 매일 하는 역할이 남의 집 식모다 보니 가끔 죽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님이나 사모님 역을 맡은 탤런트들은 온갖 사람들이 붙어 치장을 해주곤 했어요, 그러나 저는 일부러 추하게 분장을 하고 애 업고 밥상 들고 나와야 했지요.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나마 출연분이 편집 당해 방송에 나가지 못하면 출연료도 나오지 안았어요.”남들이 식당에서 좋은 음식을 사먹을 때 그녀는 도시락을 싸들고 방송국에 나갔다. PD들의 눈에 띄려고 제작부가 있는 복도를 괜히 오가기도 했다. 오랜 무명의 세월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일수록 마음가짐을 더 독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그녀를 바꾼 것은 널리 알려진 대로 웃음이다. 그녀는 원래 잘 웃는 성격이 아니었다. 언제 길이 열릴까 고민하느라 웃음을 잃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서 떨이를 마치고 시원하게 웃는 한 장사꾼의 웃음에 자신의 고민까지 날아가는 느낌을 받은 것이 변화의 계기였다.“거울을 보고 웃음을 연습했어요. 내게는 웃음 연습이 아니라 살기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내가 먼저 놀랄 정도로 웃음보가 크게 터졌지요. 요란하고 개성적인 역할을 맡기를 기대하면서 연출자들 앞에서 연습한 대로 웃었습니다.”웃음의 효과는 컸다. 그래서 맡은 프로그램이 KBS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다. 질펀하게 웃는 시골 아낙네로 7년 8개월이나 고정 출연할 수 있었다. 이때 구축된 캐릭터는 CF에까지 이어졌고 현재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저는 아침에 일어날 때도 일부러 기지개를 크게 폅니다. 내 몸 속에 넘치는 활력이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지요. 마음속으로 된다고 하면 실제로 됩니다. 본인이 행동으로 쌓은 만큼의 결과가 얼굴로도 갑니다.”◇이제는 좀 편하게 살아도 되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지독하게 자산관리를 한다. 그녀에게 아끼고 부지런하게 사는 것 이상의 재테크는 없다. 전기요금을 아끼느라 전등도 웬만하면 끄고 다니고 은행에서 돈을 찾아야 할 때마다 꼭 써야 하는 돈인지 한 번 더 생각한다고 한다.“쓰는 재미보다 모으는 재미가 더 좋습니다. 쓸 거 다 쓰고, 먹을 거 다 먹으면 돈은 모이지가 않아요. 조금씩 다지며 만든 돈이 진짜 내 돈이 됩니다. 또 노년에는 입에 지퍼를 채우고 돈 지퍼를 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자식들이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아껴서 모은 돈을 나눠 주는 노년의 즐거움도 있습니다.”그녀는 재테크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을 수 있을 테니 긴 얘기를 하지 않겠다면서 자신도 쉬는 날은 금융회사에 방문해 정보를 얻는 날로 정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강조한 것은 안정성이다. 절대 일확천금을 노리지 말고 주식을 해도 내 돈만 가지고 하라는 말이었다. 제 힘으로 모으기와 모은 자산 지키기가 그녀가 전한 삶과 자산관리의 공통된 지혜였다.김희연·객원기자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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