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경영으로 또 다른 30년 대비할 터’

정규수 삼우이엠씨 회장






“오는 2015년에는 삼우이엠씨 매출이 지금의 약 3배인 500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삼우이엠씨의 또 다른 30년을 준비하는 정규수(65) 회장은 희망에 차 있었다. 지난 30년 동안 산전수전을 겪으며 나름대로 경영 노하우를 터득했고 특수 내·외장재 분야에서 줄곧 선두를 달린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30년 동안 흑자 경영을 한 게 자신감의 원천으로 느껴졌다. 창업자이자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을 본사 사옥에서 만나봤다. 사옥은 행정구역으론 서울 강남구 신사동이지만 이른바 압구정동으로 불리는 압구정역 바로 옆에 있다. 지난해 입주한 이 사옥은 최근 내부 수리 공사를 마쳐 초현대식 빌딩으로 탈바꿈했으며 바닥엔 대리석이 깔려 있었다. 8층 사무실에선 인근 압구정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옥이 아주 좋습니다.







몇 달 동안 리노베이션 공사를 했습니다. 삼우이엠씨가 첨단 건축 내·외장재 업체인 만큼 건물 수리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동안 종로 본사 시절을 마감하고 새로운 30년을 강남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마음가짐으로 새로 시작한 셈이 됐네요.





새로운 30년을 맞는 감회가 어떠신지요.







지난 30년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창업 후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이다가 초창기에 흑자 부도를 내기도 했었지요.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귀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경영을 잘해 흑자를 내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흑자를 내도 당장 돈이 없으면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초창기에 체험했습니다. ‘캐시플로’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체험했지요. 이를 극복한 뒤 철저한 준비 경영으로 일관했습니다.





때마침 어떤 신문을 보다가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어록 가운데 ‘댐에 물을 가둬 놓고 쓰는 것처럼 회사 돈을 비축해 놓고 필요할 때 쓰라’는 말을 발견했습니다. 이 말은 보는 순간 무릎을 쳤습니다. 그리고 평생 저의 경영 철학이 됐습니다. 저는 이를 ‘댐식 경영’이라고 부릅니다.





창업 이후 30년 연속 흑자를 낸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 아닙니까.







맞습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년에는 중국 법인을 제외한 본사 기준으로 1607억 원 매출에 10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습니다. 초창기에 부도를 냈을 때도 경영은 흑자였습니다. 단지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현금이 부족했을 뿐이지요. 계속해 흑자를 낸 데는 댐식 경영 원칙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댐에 물을 채워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듯 회사도 돈을 비축해 뒀다가 꼭 필요한 시기에 쓰는 경영이지요.





외환위기로 매출이 급감하던 시기에도 비축된 자금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험한 파고를 무난하게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댐식 경영 덕분이었습니다.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1998년에도 1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니까요. 창업 이후 거래처로부터 받은 어음 가운데 부도를 맞은 게 1900만 원에 불과한 것도 이런 원칙을 지킨데 따른 것이라고 봅니다.





새로운 30년을 이끌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현재의 사업과 새로운 사업을 적절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구의 조화라고나 할까요. 그동안 삼우이엠씨를 지탱해 온 튼튼한 줄기는 클린룸 파티션 곡면 천장재 등 내장재와 커튼월 등 외장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사업에 대해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3대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상호 시너지를 내는 것이지요. 새로운 3대 프로젝트는 더블 스킨 시스템과 복층 유리, 그리고 해외 사업입니다. 이 중 더블 스킨 시스템은 고층 빌딩의 온실효과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업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봄과 여름에 햇빛이 방안 가득 들어오는데 창문을 제대로 열 수 없다면 어떻겠습니까. 1년 내내 에어컨을 켜고 지낼 수 없지 않습니까. 더블 스킨 시스템은 자연 환기와 블라인드를 이용해 이를 막는다는 것으로 아주 환경 친화적입니다.





복층 유리 사업은 왜 시작하셨습니까. 국내에는 복층 유리 생산 업체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복층 유리 업체들은 영세합니다. 우리는 이미 커튼월 사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알루미늄에 유리를 낀 커튼월은 건물 외벽을 만드는 사업이지요. 그러다 보니 복층 유리를 많이 쓰는데 업체에 따라 품질이 제각각입니다. 내부에 서리가 끼는 제품도 있고요. 그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해 직접 최고 품질의 복층 유리를 생산하기로 한 것입니다. 단열성 등 품질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고른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자는 것이지요.





해외 프로젝트는 주로 어떤 지역에서 수행할 생각입니까.







그동안 삼우이엠씨는 내수에 치중해 왔습니다. 물론 미국 법인과 중국 법인이 있습니다만 주된 시장은 국내였지요.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은 무궁무진합니다. 게다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해외 쪽에 큰 비중을 둘 생각입니다. 해외 비즈니스의 주된 품목도 건축 내·외장재가 되겠지요.













해외 진출 강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중국 상하이에는 이미 지난 2001년 현지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베트남 호찌민에도 현지법인을 세웠고요. 베트남은 앞으로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동남아 지역의 건설 붐이 일면서 이들 건물에 들어갈 내·외장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이들 지역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첨단소재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 시장을 선점할 생각입니다.





선두 기업 자리를 유지하려면 기술 개발이 중요할 텐데요.







저는 사업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1988년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무정전 패널을 개발해 특허를 얻는 등 수많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반도체나 LCD 공장은 먼지 방지가 필수입니다. 패널에 먼지가 붙어 있을 경우 최종 완제품으로 옮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아예 패널 자체에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를 패널에 적용한 것이지요. 이처럼 앞선 기술로 승부를 건다는 게 제 경영 철학입니다. ‘10년 앞을 내다본 제품을 개발하자’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기술과 함께 제품의 균일한 품질, 안전, 사후 관리 부문에서 업계의 리딩 컴퍼니로서 자리를 확고히 할 생각입니다. 이럴 경우 삼우이엠씨의 매출이 2015년에는 지금의 약 3배인 5000억 원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경기도 이천에 다산학원을 운영하고 계시지요. 기업 경영에서도 다산 정신을 강조하시는 등 다산 선생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신데.







저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에게 인사를 할 때도 제 성을 항상 한문의 ‘정(丁)자’로 써 줍니다. 다산 선생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존경하는 분 아닙니까. 저는 그분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이천에 ‘다산고등학교’를 세웠습니다. 몇 년 전에는 학교 내에 다산 정약용 선생 동상을 세우기도 했고요. 기업 경영을 하면서도 임직원에게 ‘실사구시’라는 다산 정신을 강조합니다. 다산 선생은 기술을 개발해 백성을 편하고 넉넉하게 만들어 주자고 주장하셨는데 이것만큼 함축적으로 기업의 역할을 설명하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제가 배우려는 다산 정신은 이같이 아주 실천적인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정신을 더욱 적극적으로 계승해 나갈 생각입니다.





정규수 회장은…


1943년생. 69년 한양대 건축공학과 졸업. 77년 삼우이엠씨 창업 및 대표이사(현). 2000년 국제디자인대학원(IDAS) 수료.


수상: 금탑산업훈장 다산경영상 글로벌경영인대상 대한민국코스닥대상 국민훈장 동백장 등 다수.





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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