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윤송이 결혼, 그 극비 프로젝트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41) 사장과 전 SK텔레콤 윤송이(33) 상무의 결혼 소식이 화제다. 한 사람은 수천억 원대의 부자이자 능력 있는 경영인이면서 이혼의 아픔을 간직했고, 또 한 사람은 천재 소녀로 불릴 정도로 능력과 미모, 게다가 젊음을 갖췄다. 또한 이들의 만남조차 대표이사와 사외이사로 일터에서 싹튼 사랑이다 보니 더욱 드라마틱할 수밖에 없다.이들의 결혼설이 최초로 보도된 것은 지난해 6월 16일이다. 당시 SK텔레콤 관계자의 입을 통해 이들의 결혼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알려진 내용은 이들이 지난해 6월 25일 제주 S호텔에서 결혼식을 가지되,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보도 직후 두 사람은 강력히 부인했고 SK텔레콤과 엔씨소프트 역시 ‘결혼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지난 6월 28일 엔씨소프트가 밝힌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지난해 11월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고, 윤송이 전 상무는 이미 임신해 올 가을 출산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가 나온 배경은 지난해 결혼설을 처음 보도한 모 일간지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해 결혼설을 보도하려고 해 이를 확인해 주는 보도 자료를 배포한 것이라고 엔씨소프트 측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들은 일체의 공개적 발언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당사자들이 “사적인 일과 관련해 언론에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 때문이라고 한다.이들의 결혼은 업계의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달 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미 소문이 나 알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고 얘기했다. 엔씨소프트 측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설 보도가 나올 때까지 이들은 결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으나 보도 이후 주위의 관심 속에서 점차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이는 당시 결혼설 보도를 극구 부인한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공식적으로 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초 윤 전 상무가 SK텔레콤 입사와 동시에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를 맡은 때부터다. 2007년 3월 3년의 사외이사 임기를 마친 윤 전 상무의 후임으로 하나로텔레콤 전 대표이사인 박병무 전 사장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한편 김택진 사장은 2005년 거액의 위자료로 화제가 된 이혼을 겪어야 했다. 당시 양육비와 위자료로 지급한 주식(35만 주)은 300억 원대였다. 현재 김 사장의 전 부인인 정모 씨는 미국에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윤 전 상무가 사외이사로 재직한 기간과 이혼한 때가 묘하게 겹치지만 당사자들은 ‘두 사람이 (이성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만난 지 1년 반 정도가 지난 2005년 가을 무렵부터’라고 밝히고 있다. 이때를 지나면서부터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지인들의 눈에 띈 적이 있다고 엔씨소프트 측은 얘기하고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김 사장이 이혼으로 아픔을 겪는 와중에 윤 전 상무와 관계가 깊어진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결혼설 보도 이전에도 이들의 교제에 대한 징후는 여러 번 포착된다. 윤 전 상무는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있던 중 특급대우를 받았다. 이들의 만남이 지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인 2006년 7월 윤 전 상무는 엔씨소프트 주식 4000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았다. 최근 주가 5만 원으로 환산하면 2억 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어 2007년 3월 윤 전 상무는 사외이사 보수로 연간 1억11만 원을 받으면서 두 사람의 소문은 단순 교제에서 특별한 사이로 확대됐다.지난해 30대 대기업 중 1인당 평균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현대자동차는 8700만 원이었고 30대 기업의 평균 보수는 5394만 원이었다. 사외이사로서 회사 발전에 기여하고 큰 수익을 내는데 공헌했다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매년 억대의 보수를 받은 것은 특별대우라고밖에 볼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윤 전 상무가 사외이사로서 엔씨소프트의 감시자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분야에 조언을 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윤 전 상무의 의중이 많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윤 전 상무 영입 이후 게임 이외에 웹과 포털 쪽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 사장이 아무래도 윤 전 상무와 가까이 지내다 보니 개방형 고객 서비스, 정보기술(IT), 포털, 웹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분명히 윤 전 상무의 조언을 참고했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사적인 관계 이전에 이미 사업 파트너로서의 신뢰 관계가 든든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윤 전 상무는 지난해 12월 SK텔레콤에 사직서를 제출해 올해 1월 퇴임했다. 당시에는 결혼설과 관련해 마음고생이 심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을 출산 예정’인 것으로 보아 당시 이미 임신한 상태여서, 그것이 주요 이유가 된 것으로 짐작된다. 윤 전 상무는 결혼설 직후 “결과적으로 회사에 누를 끼쳐 그만두겠다”고 했으나 “그러면 모양새가 더 좋지 않다”는 주위의 만류로 12월 정기 인사 때까지 사표 제출을 미뤄 온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윤 전 상무가 본부장을 맡았던 CI (Communication Intelligence)팀은 현재 해체된 상태다. CI팀 자체가 윤 전 상무의 커리어에 맞춘 조직이다 보니 이를 대신할 만한 후임자가 없었던 것이 이유다.윤 전 상무는 2000년 ‘만 24년 2개월’이라는 나이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대학원 미디어랩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해 ‘천재 소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앞서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과를 수석 졸업했다. 과거 인기 TV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영화배우 이나영이 역할을 맡은 천재 공학도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윤 전 상무는 박사학위 취득 후 맥킨지컨설팅, SK그룹 계열사인 와이더댄닷컴을 거쳐 2004년 SK텔레콤에 입사했다. 2005년에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척척 움직이는 맞춤형 서비스인 ‘1mm’를 개발했으나 소비자들의 별다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이와 관련해 윤 전 상무와 함께 일했던 한 직원에 따르면 윤 전 상무는 SK텔레콤 재직 당시 임원이기는 했지만 윗선에 얘기도 잘 먹히지 않아 팀 내에서 ‘실권 없는 보스’로 통했다고 한다. 본부장이라고는 하지만 직원 60명의 소규모 조직만을 별도로 운영했었다.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한 데다 사내에서 입지가 튼튼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이 때문에 차라리 미국에서 공부를 더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라는 평가가 내려지기도 했다. 어린 나이의 여성이 대기업 임원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음을 고려하면 윤 전 상무의 마음고생이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이혼의 아픔을 겪은 김 사장과 쉽게 통한 것은 아닐까.세간의 관심은 드라마틱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업계는 이미 두 사람의 사업적인 결합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윤 전 상무는 전공인 인공지능을 이용해 SK텔레콤에서 고객 맞춤형 플랫폼을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경력을 십분 활용해 엔씨소프트의 게임 사업이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특히 미국에서는 윤 전 상무가 전공한 인지과학이 게임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일례로 게임상에서 총을 쐈을 때 실제처럼 느끼도록 하는 것에 인지과학이 사용되지만 한국에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외국 것을 모방하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전 상무가 마음만 먹으면 본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윤 전 상무는 출산과 육아로 현업에 복귀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