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재건축 투자 ‘내년 봄이 굿’

서울 서초구 주택 시장 집중 탐구

올 연말부터 내년 봄까지 서울 서초구 일대엔 6000가구 가까운 새 아파트가 집들이를 한다. GS건설이 짓고 있는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3410가구·반포자이)과 삼성물산이 짓는 반포주공2단지 재건축(2447가구)이 주인공이다.이들 아파트가 요즘 서초구는 물론 강남권 부동산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에 강남이라는 입지, 9호선 황금 라인이 지나가는 초역세권 등 블루칩의 면모를 빠짐없이 갖춘 것을 감안하면 ‘상승’ 영향이 강할 것이란 추측이 나올법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반포자이의 경우 서초구에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단지 새 아파트라는 점이 기대를 모으면서 청약에서 1순위 마감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뤄진 실제 계약에선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다. 재당첨 금지의 불리함을 무릅쓰고라도 입주를 포기하는 이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버블 세븐의 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의 하락세가 예외 없이 적용됐다는 것이다.‘한경 부동산포럼’에 참석한 서초구의 베테랑 공인중개사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한 중개사는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 놓은 1가구 2주택자들이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올해 안에 일제히 물건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매물이 더 쌓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중개사는 “잠원동 한신아파트의 경우 시세보다 1억~1억5000만 원 싼 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물이 늘고 거래는 뜸한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원갑 소장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정부가 쉽사리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놓기 어려운 데다 대출 금리 상승, 경기 위축 등이 뚜렷해지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언 대표도 “강남권 수요는 거품이 더 걷히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촛불 정국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부동산 시장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서초구 일대는 기본적인 체질이 강골인데다 개발 호재도 든든해 지금의 약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강남의 잠룡’이 바로 서초구라는 얘기다. 이덕원 양지공인 대표는 “미래의 1등 주거지는 반포와 잠원 일대”라면서 “재건축을 통해 중대형 아파트가 주류를 이루게 된 만큼 주거지로서의 위상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신홍 신한공인 대표도 “5~10년 후 반포~압구정 라인이 최고의 부촌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중개사들이 이렇게 내다보는 것은 몇 가지 이슈의 해결을 전제로 한다. 반포의 경우 고속터미널 이전 문제가 관건이다. 현재 서초구는 고속버스터미널의 신분당선 청계역 주변으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정류시설만 현재 건물에 유지하고 차량정비시설 등을 모두 옮기겠다는 것이다. 대신 빈 공간은 주거 상업 문화의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서초구에서는 ‘프랑스 라데팡스식 부도심 개발’이라고 부르고 있다.하지만 서울시의 기본 입장은 ‘불가’ 방침이다. 터미널을 전면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서초구와 서울시가 어떻게 의견을 조율할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2호선 서초역과 방배역 사이의 국군정보사 터 부지 활용도 관심의 초점이다. 서초구는 2011년까지 이전을 완료하고 이 자리를 복합 문화 클러스터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이전 문제는 확정이 됐고 국립현대미술관 등 특급 문화 시설의 유치가 남은 상황이다.2호선 방배역과 사당역 사이의 299만1000㎡의 단독주택 밀집지는 ‘그랜드 디자인’이 적용되는 명품 주거 단지로의 개발이 예정돼 있다. 이곳에는 타운하우스 등 저밀도 고급 주거 단지가 들어서고 체계적인 역세권 개발도 예정돼 있다. 이와 함께 남태령역 인근의 단독주택지도 전원형 주거 단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일련의 개발 계획들은 향후 서초구 전체의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준근 중앙공인 대표는 “고속터미널 이전과 내년 지하철 9호선 1단계(김포공항~논현동) 개통은 반포동, 잠원동 일대에 큰 영향을 미쳐 향후 서초구 집값 판도까지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인자 승리공인 대표는 “단독주택지 개발 계획이 나와 있는 방배동도 국군정보사 이전 등의 이슈와 겹쳐 앞으로 상승 요소가 많은 지역”이라고 말했다.그렇다면 서초구 주택 시장의 투자 적정 시기는 언제일까. 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투자 시기 잡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3.3㎡당 2780만 원이었던 서초구 집값은 6월 30일 현재 2738만 원으로 떨어졌다.이에 대해 베테랑 공인중개사들은 “좀 더 기다리라”고 주문했다. 김신홍 대표는 “반포 잠원 서초 방배지역 아파트를 사려면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가 적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곳곳에 폭발력 있는 요인들이 숨어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미래 가치가 높지만 현재로선 물량 공급이 넘치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도 무방할 것이라는 조언이다.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에 관심을 가지라는 주문도 나왔다. 오현숙 공인중개사는 “자연 환경과 교통 등이 모두 갖춰진 서초동 삼풍, 반포 미도를 추천한다”고 말했다.한강변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의견도 많았다. 이상훈 태성공인 대표는 “한강변의 잠원동 한신2차와 백화점 바로 옆이라 선호도가 높은 한신4차 등 알짜 단지들이 언젠가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다만 극심한 교통 체증과 학군 문제는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경부고속도로가 통과하는 데다 강남과 강북을 잇는 요충지여서 교통 정체를 피할 수 없다는 데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완공되면서 더욱 혼잡해질 것이란 의견이다. 또 고등학교 및 학원가가 빈약해 불만이 높다는 전언도 나왔다.한편 제1회 한경부동산 포럼에 참석한 ‘베스트 공인중개사’는 부동산114, 스피드뱅크, 부동산써브 등 부동산 정보 업체와 전문가 심사 등을 통해 엄선한 이들로 구성됐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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