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확산과 주식시장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긴축의 몸부림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주택 버블 붕괴에 따른 성장세 둔화와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 압력 확대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성장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 수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플레 우려 심리가 확산되면 정부가 어떠한 재정 확대나 금융 완화 정책을 쓰더라도 경기 회복을 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의 경제 정책은 긴축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킨 후 경기 부양 정책을 쓰는 것이 전통적이다.지난 6월 이후 글로벌 긴축 사례를 보면, 먼저 중국이 100bp(basis point, 1bp는 100분의 1%) 의 지급준비율 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브라질과 칠레가 50bp 금리 인상, 러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나이지리아 등이 25bp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베트남은 기준금리를 200bp나 인상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극심한 인플레 압력에 직면한 신흥 국가를 중심으로 물가 안정을 위한 공세적인 긴축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반면 선진국들은 인플레 압력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공세적인 금리 인상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비록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강행할 태세이지만 연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을 우려했지만 정책 금리는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꺾이지 않는다면 선진국 중앙은행 역시 조만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최근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긴축 흐름은 분명히 지난 2004년에 전개된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물결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2004년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의 회복이 뚜렷해짐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정책 금리를 정상화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따라서 계속되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 우호적인 정책 금리 수준이라는 점이 강조되면서 세계 경제는 확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다.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긴축 정책은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의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다. 따라서 이번 글로벌 긴축은 수요 위축을 통해 물가 오름세를 잡는데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가뜩이나 취약한 세계 경제를 더욱 침체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즉, 고유가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한 세계 경제에 글로벌 긴축 정책이 확산되면 곧바로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글로벌 투자은행에 소비자 신용의 부실이라는 부담을 더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대공황 우려를 확산시킬 여지도 있다.올 하반기 중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한다면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주식시장이 항상 대세 하락 국면을 전개했듯이 하반기 주식시장 역시 깊은 조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경기 침체로 인해 주당순이익이 하락하는 가운데 긴축 정책으로 인해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추세를 결정하는 양대 변수(주당순이익과 금리)가 모두 주식시장의 대세 하락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공산이 큰 것이다. 동시에 스태그플레이션에 이어 장기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주식시장이 향후 1~2년간에 걸친 장기 침체 국면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될 것이다.그러나 하반기 주식시장의 향방과 관련해 아직은 두 가지 긍정적 요인이 남아 있다. 먼저, 신흥 국가에서는 정책 금리 인상 행진이 단행되고 있지만 세계 경제의 흐름과 보다 밀접한 선진국 경제에서는 공세적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아직 희박하다는 점이다. 7월 중 ECB가 인플레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유로 존 경제 역시 2분기 후반 이후 명백한 침체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또한 신용 경색의 여진 및 고용시장의 부진 등으로 인해 미 FRB의 정책 금리 인상은 일러야 4분기 중반에나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하반기 중 선진국 중앙은행은 강력한 긴축 경고를 통해 기대 인플레를 안정시키는 데는 주력하겠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여지는 작다. 이는 아직 글로벌 긴축 확산에 의해 경기 침체가 심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다음으로 세계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촉발했던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하반기 중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전개된 국제 유가의 급등은 6월 초 트리셰 ECB 총재의 금리 인상 예고 발언에 기인했다. 미 FRB의 금리 인하가 종결되면서 하락세로 반전됐던 국제 유가가, ECB의 금리 인상 시사를 계기로 유로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다시 급등세로 반전된 것이다.이와 같이 유로화 강세에 편승한 투기적 원유 수요로 인해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고 보면 하반기 중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 FRB와 ECB의 금리 정책이 교차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는 국제 유가가 3분기 후반을 고점으로 하여 4분기부터는 급격한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3분기에는 미 FRB의 금리 동결과 ECB의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유로화 가치 상승과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겠지만 4분기에는 ECB의 금리 동결과 미 FRB의 금리 인상 기대가 맞물리면서 유로화 가치의 하락과 국제 유가의 하락이 병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최근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한 주식시장의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3분기 중 이어질 가능성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의 약세 기조가 조기에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는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3분기 후반부터는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포감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투자 수익에 적극적인 투자 자세’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이상재·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 sangjae.lee@hrcvi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