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남자’가 휴식을 찾는 법

필자는 대한민국의 PR맨으로서뿐만 아니라 한 회사를 꾸리는 수장으로서 안팎의 살림을 신경 쓰다 보니 사생활은 고사하고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이고 웰빙을 외치고 다니는 PR맨으로서 요즘 정작 자신에게는 웰빙을 선사하지 못하고 있으니 몸과 마음에게 미안한 것이 사실이다. 건강을 위해 신경 쓰는 것이라고는 틈틈이 이머전-C(Emergen-C:멀티비타민)라는 비타민과 탄산수인 페리에(Perrier)를 마시는 것뿐이다.그렇다면 대한민국 남자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묻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대다수가 본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보다 더 자극적인 음주와 가무로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하지만 이런 악순환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게 마련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정원을 산책하거나 사냥을 하는 등 자연에서 심신을 단련하는 활동을 했다. 맑은 공기와 휴식이야말로 건강한 심신의 리듬을 정리하는데 최상이 아니던가. 과도한 업무와 험난한 세상사에 치이는 직장인들이 산책과 사냥을 즐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주는 정작 중요하면서도 소홀히 하고 있었던 남자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로마시대 철학자이자 풍자 작가인 유벨라네스는 두 단어로 로마제국을 정의한 바 있는데, 바로 식도락과 유희다. 로마시대의 유물들 중 목욕탕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점과 유벨라네스의 말을 빌려 볼 때 잘 먹고 잘 노는 것이야말로 로마시대의 진정한 정의인 것이다. 특히 노는 것에 대한 수단으로 대중목욕탕 문화가 번성했다고 한다. 이미 로마시대 때부터 귀족들 사이에서는 목욕 문화가 단순한 몸을 씻는 수단이 아닌 몸을 정화하는 의식으로 번창했고 또한 스파는 본디 귀족들의 사회적 수단으로도 활용됐다.그렇다면 우리의 목욕 문화는 어땠을까.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서천왕 17년에 왕이 온탕에 가서 유곽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신라시대 귀족들은 대부분 집에 목욕 시설을 설치했으며 목욕용 향료 또한 일상생활에 쓰였다고 한다. 대중목욕탕도 마찬가지다. 불교가 전파되고 절이 생기면서 절 안에 대중목욕탕이 생긴 것이다. 왜 목욕탕이 절에 있었던 것일까. 목욕은 몸을 깨끗이 하는 일만이 아닌 마음을 씻는 행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광복 직후 전쟁을 겪은 후 어려운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서 몸을 씻을 수 있는 오늘날의 대중목욕탕이 시작됐다. 그 후 1980년대 말까지 여성들의 전용 ‘쑥탕’ 문화가 생겨나게 됐는데 이는 곧 여성들만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88올림픽’ 이후 남녀가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찜질방 문화가 형성됐으며 이때부터 단순히 목욕이나 찜질뿐만 아닌 TV 시청, 운동, 마사지, 노래방 등 다양한 멀티 엔터테인먼트(Multi-Entertainment) 공간인 한국의 대중목욕탕으로 진화됐다.일부 특수층에서는 좀 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원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호텔의 멤버십 스파가 한국에 자리 잡게 됐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러한 고급 호텔 스파 서비스조차 일부 특수층 사이에서는 다소 획일화돼 진부하고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로 인해 새로운 마켓이 필요하게 됐다.결국 이렇게 좀 더 차별화된 서비스 개념이 도입된 첫 번째 공간이 바로 청담동에 얼마 전 새로 오픈한 멤버십 피트니스 & 스파 템플럼(TEMPLUM)이다. 이곳은 단순히 몸을 씻는 1차원적 목욕의 개념을 넘어 도심 한복판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고급 스파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곳이다.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템플럼은 세계적 건축가 클라우디오 실베스트린(Claudio Silverstrin)과 조명 디자이너 마리오 난니(Mario Nanni)가 디자인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멋지게 현실화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필자도 출장으로 인해 심신이 피로하거나 밤늦게까지 업무를 보게 될 때 주변에 있는 스파나 사우나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양머리 타월을 만들어 쓰고 함께 찜질방에서 땀을 내고 있는 모습도, 쉼터에서 맥반석 계란에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풍경도 이제 동네 찜질방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사우나를 한 후 쫄면이나 라면 같은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B형 간염을 옮길지도 모르는 손톱깎이를 겁 없이 쓰기도 하며 찜질을 한 후 TV를 보다가 아무 곳에나 몸을 맡긴 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거침없이 잠을 자는 남성들이 많다는 것이다.이것도 한국의 목욕 문화라고 주장한다면 필자는 할 말이 없다. 문화라는 것은 건강하고 긍정적이어야만 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있으며 후손들에게도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저것 따져보아도 필자가 경험하고 있는 이러한 한국의 사우나 문화는 웰빙 시대에 비춰볼 때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그렇다면 건강한 목욕 문화란 과연 무엇일까.무엇보다 남성들은 목욕탕에 갈 때 그냥 빈손으로 가지 말았으면 한다. ‘사우나에 가면 다 있는데 뭘’이라며 귀찮아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자신만의 멋진 목욕 가방을 하나 준비해 보자. 목욕 가방으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스포츠 브랜드의 방수가 가능한 비닐이나 타프타 소재가 최고다. 그래야 유사시 내용물을 외부로부터 보호할 수 있으며 내부에서 내용물이 쏟아져도 부담 없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그루밍 백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명함과도 같음은 상기해야 할 것이다. 소신껏 잘 골라 장만해야겠지만, 남성 화장품을 주의 깊게 쇼핑하다 보면 그루밍 백을 사은품으로 주는 경우가 자주 있으므로 그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알뜰 쇼핑의 지혜가 될 것이다.목욕 가방 안에는 자신의 소중한 몸을 위한 ‘서바이벌 키트 아이템(Survival-Kit Item)’을 갖춰야 할 것이다. 가지고 다니기에 번거로운 고체 비누 대신 얼굴을 세안할 페이스 클린저(비오템 옴므 이드라 데톡스 클렌저 150ml 3만3000원), 헤어 린스까지는 못 챙기더라도 샘플 사이즈의 샴푸(비오템 옴므 아쿠아휘트니스 샤워 젤(헤어 샴푸 겸용) 210ml 3만1000원), 반신욕이나 오랜 찜질 후 건조해질 얼굴과 몸에 발라줄 스킨, 로션(겐조 키 크림 위드 어 쉰 50ml 8만 원대), 그리고 유분이 충분한 보디 로션(키엘 끄렘드 꼬르 250ml 4만 원대) 등이 바로 기본 아이템들이다. 여기에 조금 더 유난을 떨자면 일회용 칫솔이나 면도기를 대신해 환경을 생각한 칫솔과 면도기를 챙기는 센스를 발휘해 보자. 필자는 이 아이템 외에도 사우나에 가면 항상 하는 페이퍼 타입의 페이스 수분 팩 한 장과 산소방에서 내 귀를 즐겁게 해줄 아이팟을 잊지 않고 목욕 가방에 챙겨둔다.목욕 가방을 들고 가는 것이 습관화된 남성이라면 그 다음은 목욕 후 사우나에서의 몇 가지 행동 지침을 지켜야 한다. 우선 건강한 목욕법을 알고 실천하자. 최고급 회원제 스파를 이용한들 건강한 목욕을 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탕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상태로 자신이 탕에 들어가는지 한 번 생각하고 탕의 온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욕물의 온도는 신체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며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피부 미용을 위해서는 섭씨 영상 37도 전후의 미지근한 물이 좋다고 한다. 섭씨 영상 37도 전후의 미온 목욕은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좋다. 시간은 20분이 적당하고 노약자는 장시간 목욕이 피로를 더 과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이제 대한민국 상위 1%가 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경제적인 부의 축적을 통해 그 수치 안에 드는 방법. 아니면, 단순히 이번주 필자의 말처럼 사우나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생활 수칙을 지켜 세련된 목욕 태도를 갖고 있는 1%의 대한민국 남자로 거듭나는 방법. 어느 1%가 더 실현 가능성이 높을까. 이제 선택은 당신에게 있다.1994년 호주 매쿼리대학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황의건·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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