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펀드 투자 전략
2007년 하반기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대안 투자가 주목을 받으면서 그중 하나인 원자재 펀드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제유가(WTI 기준)가 120달러를 돌파했고 금값 역시 재상승하며 900달러를 육박하는 등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대답은 ‘조건부 예스(Yes)’다. 최근의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상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데 유독 유가만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렇듯 상품 가격은 완만한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별 품목마다 차별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무턱대고 원자재 펀드에 투자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또한 원유, 곡물, 비철금속, 자원 부국 등 원자재 관련 펀드의 종류도 너무 많아 투자자들이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원자재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현재 원자재 관련 공모 펀드들은 원유나 곡물 등 실물 자산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POSCO 등 관련 원자재 기업이나 CRB(Comodity Reserch Bearau) 상품지수나 로저스(Rogers) 농산물지수 등 원자재 지수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브라질이나 러시아 등 원자재 관련 국가들에 투자하는 펀드나 친환경 에너지나 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펀드도 원자재 관련 펀드 상품으로 분류된다.원자재 관련 기업 투자 펀드는 주로 원자재 및 에너지 등 천연자원과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말한다.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 관련 기업의 이익이 증가해 관련 기업 펀드들의 수익률도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최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국내 대표적인 원자재 관련 기업 투자 펀드에 해당하는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주식 ClassA 1’ 펀드는 설정액이 2114억 원으로 가장 큰 규모다. 연간 수익률(2008년 5월 13일 기준)은 28%에 달하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간 수익률(22%)을 초과하고 있다.그러나 모든 원자재 관련 기업 투자 펀드가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 관련 투자 펀드는 최근 달러 강세로 인한 금값 하락으로 인해 금 관련 기업의 이익이 상당 부분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1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펀드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파생상품 펀드도 있다. 이는 원자재 관련 펀드 중 가장 먼저 출시된 펀드다. CRB 상품지수나 로저스 인터내셔널 상품 인덱스(Rogers International Commodity Index) 등 원자재 관련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됐거나 원자재(원유, 금, 옥수수) 관련 해외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직접 실물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물 가격과 연계돼 있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도록 돼 있어 원자재 관련 기업이나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은 편이나 그만큼 위험도 크다.마지막으로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 부국에 투자하는 펀드와 대체에너지의 기술 개발 및 이용, 보급 등 대체에너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원자재 관련 펀드에 넣을 수 있다. 이 역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새로이 각광받는 펀드이기 때문이다. 수익률도 원자재 가격과 상관성을 보이며 움직여 원자재 투자 시 고려해야 할 펀드다.그렇다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현재 시점에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물론 개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일단 자원 부국에 투자하는 펀드가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파생상품 펀드는 원자재 가격과의 연계성이 높다. 원자재 가격 특성 자체가 급등락이 심하며 글로벌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파생상품 펀드는 원자재 가격 움직임에 예의 주시해야 하는 ‘타이밍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즉시 대처하기 힘들다. 장기적인 전망을 통해 수십 년을 바라보며 펀드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물론 파생상품 펀드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러한 단점들을 이겨내는 투자자들에게는 분명 고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러나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원자재나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파생상품 펀드는 원자재 가격 급등락 시 가격 변화분이 고스란히 펀드 수익률에 반영되는 반면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기업의 주가는 기업의 이익과 직결된다. 하지만 원자재 관련 기업 이익이 원자재 가격에 반드시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즉, 원자재 가격 하락 시 매출 증가를 통한 이익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채산 설비 등 인프라 구축 문제라는 제약 조건이 따르긴 하지만 원자재 가격에 직접적인 노출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이다.그렇다면 원자재 관련 기업과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 중 어느 쪽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까. 현재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수익률이 보다 양호하다.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2008년 5월 13일 기준)이 대체에너지 펀드는 마이너스 10.81%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원자재 관련 기업 펀드는 7.42%로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됐다.그러나 환경에 대한 국제 사회의 높아진 인식에 따라 풍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이러한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친환경, 고효율 제품이 개발돼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대체에너지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현재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판단되는 원자재 관련 펀드는 브라질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자원 부국 펀드다. 첫 번째 이유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지속적인 강세 기조가 유지된다면 파생상품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자원 부국에 투자하는 펀드가 더 유망하기 때문이다. 가령 국제 유가가 120달러에서 100달러로 하락할 경우 파생상품은 수익률이 급락하겠지만 자원 부국은 양호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수익률이 보다 안정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둘째, 원자재나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 펀드는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덜 받는 반면 글로벌 주식시장과의 상관관계가 자원 부국 펀드보다 높기 때문이다. 즉, 원자재나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 펀드는 기업 펀더멘털 측면은 변함이 없더라도 미국발 신용 위기처럼 글로벌 주식시장이 악화되면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 자원 부국 펀드가 더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자원 부국의 성장 동력은 분명 원자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원자재 관련 산업만이 자원 부국의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다른 산업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산업이 골고루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원자재를 통해 얻은 이익이 인프라 시설을 구축하는데 사용되며 이러한 인프라 시설을 구축하면서 일자리 창출→ 소득 증가 → 소비 증가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인프라 시설 구축을 통해 건설업이 성장할 수 있고 소득과 소비 증가로 제조업과 유통업이 성장하면서 전반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따라서 파생상품이나 원자재 관련 펀드보다 자원 부국 펀드가 좀 더 안정적인 투자처인 것이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