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두려움’ 재테크 그르친다

투자의 심리학

필자가 운영자로 있는 동호회 회원들의 상담을 받다 보면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어떤 사람은 과거 터무니없는 가격에 부동산을 사서 팔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몇 년 전의 부동산 가격에만 연연해 집을 사지 못하기도 한다. 지금 사면 상투를 잡는 것 같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반인들이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그것은 일반인들이 주택을 사는 행위를 상점에서 라면을 사는 행위와 비슷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산다는 표면적인 행위 자체야 비슷하게 보이지만 주택을 사는 행위와 라면을 사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라면은 수백 원에 불과하고 집값은 수억 원에 달하는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와 비교해 보자. 자동차는 천만 원은 기본이고, 고급 수입 자동차의 경우는 수억 원이 넘는 것도 있지만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과는 의사결정이 비교할 수 없이 간단하다.그 차이를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자. 첫째, 라면이나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안정돼 있다. 그러나 집은 그렇지 않다. 지난달까지는 못 팔아서 가격이 약세이던 곳도 시장 분위기만 바뀌면 한두 주 만에 몇 천만 원을 더 붙여서 팔리는 것이 부동산 시장이다. 반대로 매물이 없어서 매도 호가를 다주고 사야 했던 시장이 정부 규제 등으로 몇 달 만에 싸늘하게 식어 버리는 일도 흔한 것이다.둘째, 집값은 개별성이 강하다. 라면이나 자동차는 놓인 장소에 따라 가격이 다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집은 다르다. 정찰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동과 층, 향에 따라 집값이 천차만별일뿐더러 같은 평형의 바로 옆집이라고 해도 가격이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옆집은 싸게 파는데, 왜 이리 비싸냐”고 말해보았자 “그러면 그 집을 사라”는 핀잔만 돌아올 뿐이다.셋째, 라면이나 자동차는 원할 때 언제든 살 수 있다. 상점에는 언제나 충분한 재고가 있으며 자동차도 시간문제이지 물건이 없어서 팔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집은 다르다. 집값이 오를 것 같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면 그 많던 매물도 게눈 감추 듯 순식간에 사라진다.넷째, 라면이나 자동차는 사는 사람의 입장만 생각하면 된다. 본인에게 가장 맞는 상품을 고르고 그에 합당한 가격만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집은 사는 사람이 현재의 매수자이면서 미래의 매도자가 되는 것이다. 본인의 취향뿐만 아니라 먼 훗날 자신의 집을 살 매수자의 취향이나 가격 조건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집을 사는 행위는 기업에서 원자재를 구매하는 행위와 유사한 점이 있다. 원자재를 비싸게 사면 제품 가격이 올라가서 시장에서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첫째, 라면이나 자동차는 파는 주체가 동일하지만 집은 각각 다르다. 물론 분양 시장의 경우는 예외다. 파는 사람이 분양사 하나이기 때문에 분양가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일반 주택은 집주인이 각각 다르므로 본인의 사정에 따라 가격이 모두 다른 것이다. 자금 사정이 급한 사람은 남보다 집을 싸게 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싸게 팔 이유가 없다.둘째, 라면이나 자동차는 언제든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집은 쉽게 만들 수 없다. 즉, 희소성이 있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것이 집인데 희소성이라니 무슨 말인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세상에 흔한 것이 해바라기 그림이라고 해도 ‘고흐의 해바라기’는 한 점밖에 없다.이처럼 집을 사는 데는 라면이나 자동차를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사결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같은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투자에 실패한다.부동산 상승기 때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지난 몇 달간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지금 사도 괜찮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그때 집을 사지 그랬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이렇게 오를지 몰랐다”고 대답을 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오를지 내릴지 몰라서 사지 못했다”가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었기에 몇 달 전의 가격은 현재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쌌던 것이다. 그 불확실성이 제거됐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이다.투자의 본질은 불확실성에 있다. 투자에서 불확실성이 모두 제거된다면 그때부터는 돈이 많은 사람만이 수익을 올리는 자본의 논리만이 남게 될 것이다. 도로에 안개가 적당히 끼어 있어야 과속을 하지 않는다.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또 하나의 특징은 추격 매수다. 어디가 오를 것 같다는 기사가 보도되면 추격 매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언론 보도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증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매수 행태는 언론 보도 이전에 선투자했던 사람들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 이러다 역사상 가장 비싼 값에 사게 되는 것이 추격 매수의 위험성이다.국토해양부(http://rt.moct.go.kr)의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2006년 말이나 2007년 초에 이런 거래가 종종 있었다. 다른 거래가 보다 10~20% 정도 높은 가격에 한두 건 거래된 것이다. 아무리 부동산에 하방경직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가격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최고가 대비 10~20%가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된다고 해도 한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의 매입가보다는 높기 때문이다.그러면 추격 매수를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동향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비록 한 달 정도 후에 공개되지만 일방적인 매도 호가와 실거래가를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실거래가보다 10% 이상 비싼 가격에는 거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리 뛰어난 호재라 할지라도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단기간의 급등은 오버 슈팅의 위험성이 많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므로 이런 단지는 향후 하방경직성을 띠게 된다. 최근 실거래가보다 10% 이상 비싼 가격이 지속될 경우 이미 그곳은 투자에 늦은 곳이므로 다른 지역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그러나 이것은 집값이 오르고 나서 취할 수 있는 수동적인 방법이고 더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보다 한걸음 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남들도 모두 사려고 하는 성수기보다 비수기에 사는 것도 방법이다.이때 오를만한 곳에 미리 투자를 해놓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은 덜 오른 곳을 찾아내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동향을 살펴보면 이런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그러나 이렇게 상대적으로 덜 오르거나 내린 지역에 투자하면 앞으로도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아직 오르지 않은 지역’과 ‘앞으로 오르지 않을 지역’을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오르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이거나 단기 악재 때문이라면 그 지역은 그 악재가 사라지는 순간 반등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인구의 이동 등 장기적 추세 변화 때문이라면 반등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을지 모른다.상승 중인 곳도 마찬가지다. 상승의 이유가 추세 변화 때문이라면 그 상승은 이유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오를 것 같아서 투자자가 몰리는 곳이라면 작은 악재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부동산, 특히 주택 시장은 양도소득세의 비과세 조건이 3년 보유이므로 적어도 3년 후의 시장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 3년까지 지속될 호재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 시세 차익만을 노리고 투자할 경우에 상투를 잡을 위험성이 있다.아기곰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신간 ‘부동산 비타민’을 내놓았다.아기곰·a-cute-bear@hanmail.net
상단 바로가기